영화 ‘대외비’(감독 이원태)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대외비’(감독 이원태)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몰랐나? 원래 세상은 더럽고, 인생은 서럽다.”

1992년 부산, 밑바닥 정치 인생을 끝내고 싶은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조진웅 분)은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금배지를 달 것이라 확신했지만, 정치판을 뒤흔드는 권력 실세 순태(이성민 분)에게 버림받으며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한다.

“누가 센 지는 손에 뭘 쥐고 있는가 보라 안 했습니까?”

순태에 의해 짜여진 선거판을 뒤집기 위해 부산 지역 재개발 계획이 담긴 대외비 문서를 입수한 해웅. 행동파 조폭 필도(김무열 분)를 통해 선거 자금까지 마련한 해웅은 무소속으로 선거판에 뛰어들어 승승장구한다. 순태 역시 해웅이 가진 대외비 문서의 존재를 알게 되고, 점차 해웅의 숨통을 조여 온다. 

영화 ‘대외비’(감독 이원태)는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 행동파 조폭 필도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범죄드라마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초청작 ‘악인전’ 이원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조진웅‧이성민‧김무열 등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악인전’ ‘범죄도시’ ‘택시운전사’ 등을 완성한 제작진이 참여했다. 

얽히고설킨 세 인물을 통해 권력의 민낯을 비춘 ‘대외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얽히고설킨 세 인물을 통해 권력의 민낯을 비춘 ‘대외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대외비’는 대한민국 현행 헌법 사상 처음으로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치러진 격동의 시기 1992년을 배경으로, 각자의 욕망을 위해 한편이었다가 적이 되고 적이었다가 연대하는 세 남자의 끝없는 배신과 음모를 그리며 추악한 권력의 민낯을 비춰 씁쓸한 공감을 안긴다. 

밑바닥 정치 인생을 끝내고 싶은 국회의원 후보 해웅과 정치판을 뒤흔드는 숨겨진 권력 실세 순태, 정치 깡패로 도약을 꿈꾸는 행동파 조폭 필도 등 뺏고 뺏기고 물고 뜯기는 세 인물의 얽히고설킨 관계 변화는 영화를 이끌어 가는 동력이다. 러닝타임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며 관객을 극 안으로 빠져들게 한다. 

당시 시대적 배경을 리얼하게 구현한 미장센과 시대적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도 영화에 생동감을 더한다. 또 부산의 풍경과 시대감을 고스란히 담아낸 소품의 활용은 물론, 캐릭터마다 공간에 차별화된 특색을 더해 몰입을 돕는다. 

강렬한 시너지를 완성한 조진웅(왼쪽)과 이성민(오른쪽 위), 김무열.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강렬한 시너지를 완성한 조진웅(왼쪽)과 이성민(오른쪽 위), 김무열.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의 열연은 두말할 것 없다. 먼저 조진웅은 인간적인 모습에서 권력을 향해 돌진하는 해웅의 변화를 세밀하게 빚어낸다. 인간성의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선을 폭넓게 표현하며 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한다. 

정치판을 뒤흔드는 숨겨진 권력 실세 순태로 분한 이성민은 등장만으로도 스크린을 압도한다. 별다른 말없이도 눈빛 하나만으로 분위기를 장악하며 대체 불가 존재감을 뽐낸다. 행동파 조폭 필도를 연기한 김무열도 인상적이다.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이며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다만 새로움은 없다. ‘대외비’라는 신선한 소재를 내세웠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그동안 수많은 범죄드라마와 다르지 않다. 소재 자체도 영화의 주요 소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뒤로 밀려나 있다. 반전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이원태 감독은 “겉으로 드러나 있는 권력 이면이 얼마나 추하고 비열한지, 권력의 속성과 민낯에 대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러닝타임 116분, 오는 3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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