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들의 첫 방송토론회에서 ‘친윤’과 ‘비윤’ 간 전선이 형성됐다. ‘친윤’을 자처하는 후보들은 일제히 당정 일체를 외치면서 비윤계 후보들에게 공세를 퍼부은 반면, 비윤계 후보들은 친윤 후보들의 ‘약점’을 파고들며 공세의 날을 세웠다.
김용태‧김병민‧김재원‧민영삼‧정미경‧조수진‧태영호‧허은아 등 8명의 최고위원 후보자들은 27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했다. 정견 발표 및 서로에 대한 자질 검증에 나선 후보들은 각자의 ‘장점’을 앞세워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날 선 신경전도 벌어졌다.
특히 ‘친윤계’ 후보들은 ‘당정 일체론’을 주장하며 다음 지도부는 오롯이 ‘원팀’이 돼야 한다는 데 힘을 실었다. 그 과정에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
민영삼 후보는 이날 기조발언에서 “지금은 당 구성원 모두가 대동 합심하여 전임 당 대표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민주당의 가짜뉴스, 날조, 음해공작으로부터 1호 당원인 대통령을 지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병민 후보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담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조건을 뽑으라면 우리 내부의 일치단결된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준석계 김용태‧허은아 후보의 경우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입장을 강조했다. 당내 주류 세력에 의한 당의 운영을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허은아 후보는 “지금 자유와 공정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하시는 분이 많다”며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왔다”며 “민주당이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것은 다양함을 가지고 있는 저희 당의 건강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상향식 공천’을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용태 후보는 “당 대표에게 권력을 아첨하기보다는 공천을 받으려는 분들께서는 지역 내 유권자, 국민, 당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그것이 정당 민주주의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토대가 마련돼야 만이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 후보 자질 두고 후보들 간 설전
당의 ‘로드맵’을 두고 불거진 신경전은 후보 간 ‘자질’ 논쟁으로도 비화됐다. 친윤계 후보들이 먼저 허은아 후보가 과거 2006년과 2009년 음주운전으로 인해 벌금을 낸 사실을 걸고 넘어졌다. 김재원 후보는 즉각 “우리 당과 민주당 간 치열하게 싸우는 대척점이 바로 범죄”라며 “전과를 갖고 계신 분들은 당 지도부에 입성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허 후보는 “시시때때로 기회가 주어지면 숨기지 않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 죄송한 말씀을 드려왔다”고 답했다.
김병민 후보는 허 후보에게 윤석열 정부의 국정 비전, 국정운영 기본원칙 등을 따져 물었다. 김 후보는 “허 후보가 정치활동의 소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그 기본적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피력하는 분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허 후보는 “대변인 활동을 하셨기 때문에 제가 3년 동안 어떻게 활동했는지 잘 아실 것”이라며 “그걸 모른다면 그냥 공격을 위한 질문”이라고 쏘아붙였다.
아울러 허 후보는 김 후보가 일산 고양 당협위원장, 동대문을 당협위원장에 지원한 것을 ‘당협 쇼핑’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일산에 출마했을 때 절차적 정당성을 어기는 것을 봤다”며 “하지만 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았고 앞으로는 당협위원장이 있지 않은 험지에 출마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역공도 만만치 않았다. 김용태 후보는 민영삼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과정에 대해 “본인께서 권력만 쫓아 카멜레온 정치를 하는 것을 인정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후보는 “2017년에는 문재인 정부 비판하다 2018년 돌연 갑자기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찬양한다. 왔다 갔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각 민 후보는 “인격 모독적 발언”이라며 “개인적으로 사과를 요구한다”고 반발했다.
조수진 후보를 향해서는 김용태 후보와 허은아 후보가 동시에 날을 세웠다. 김 후보는 조 후보가 민주당 금태섭·김해영 전 의원의 행보를 치켜세우며 ‘당내 민주주의’라고 하고 이준석 전 대표의 행동에 대해선 ‘내부 총질’이라고 규정한 것과 관련해 “기준이 뭐냐”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다원주의를 바탕으로 한다는 철학적 이해가 필요하다”며 조 후보를 공격했다.
허 후보는 앞서 조 의원이 인턴 직원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사직서를 대리 제출한 문제를 직격하며 “보좌진 몰래 서류를 위조한 게 기소된다면 그때는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나”라며 압박했다. 그러면서 “사문서 위조와 관련된 것은 공직 윤리가 결핍돼 있는 것”이라고 맹폭했다. 이에 조 후보는 재차 허 후보의 ‘음주운전 이력’을 지적하며 “음주운전 2건 이상의 파렴치 범죄는 없다”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