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왼쪽부터), 황교안, 김기현, 천하람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3·8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잡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안철수(왼쪽부터), 황교안, 김기현, 천하람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3·8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잡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고양=권신구 기자  약 37%의 선거인단을 끌어안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더욱이 이번 전당대회의 ‘마지막 연설회’라는 점도 후보들 간 신경전을 부추긴 요인이다. 후보들의 ‘열기’는 고스란히 장내에 있는 지지자들에게도 이어졌다. 당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는 한없는 애정을, 경쟁 후보에게는 차가운 야유를 보냈다.

◇ ‘수도권 승리’ 적임자 한목소리

2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서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저마다 내년 총선 ‘수도권 승리’를 견인할 적임자라는 점에 힘을 실었다. 가장 먼저 연설에 나선 안철수 후보는 “지금까지 서울 강북에서 초‧재선, 경기 분당에서 3선 모두 압승을 거두었다”며 자신의 수도권 경쟁력을 어필했다.

그는 “저만큼 전국 총선 지휘 경험, 수도권 선거 승리 경험을 모두 갖춘 사람은 당내에 없다”며 “내년 총선에서 우리 당이 이기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중도층과 20‧30세대에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도 덧붙였다.

김기현 후보 역시 ‘수도권 승리’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그는 경쟁 후보들의 수도권 선거 패배 경험을 물고 늘어졌다. “3년 전 총선에서 수도권 121석 중 겨우 16석에 그쳤다. 이 총선 참패의 원인이 누구인지 여러분께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알 것”이라고 황교안 후보를 직격한 김 후보는 곧장 “전국 선거 지휘에서 계속 참패했고, 서울시장 나와서 계속 떨어졌다”며 안 후보도 때렸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수도권에서 ‘새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내년 총선 수도권 승리를 위해선 ‘실패’를 답습하는 후보가 아닌 ‘선거 승리 경험’이 있는 자신을 앞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원내대표 맡아서 대통령 선거 승리를 이끌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었던 김기현이 앞장서겠다”라고 강조했다.

천하람 후보는 이전 총선 패배의 원인을 당시 당 지도부의 ‘전략 부재’라고 진단했다. 그는 “수도권이나 격전지에서 힘든 선거 한 번도 안 치러본 사람들이 평소에는 지도부 완장을 차고 마음대로 하다 선거 때가 되면 잘못했다고 읍소하는 것이 틀에 박힌 우리 당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인원을 동원할 필요 없고, 수도권 젊은 세대가 환호하고 당원 하고 싶다고, 정치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그런 국민의힘을 만들겠다”며 “누가 민주당의 비대위원장이 되더라도 수도권에서 압도할 수 있는 그런 당 대표가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 안철수-황교안, 김기현 ‘울산 땅 의혹’ 맹공

‘수도권 승리’의 필요성 못지않게 이날 연설회에서 김 후보의 ‘울산 땅 의혹’도 최대 화두였다. 경쟁 후보들은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위해선 해당 의혹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민주당의 패배도 ‘부동산 역린’을 건드리면서 촉발됐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안 후보는 “김 후보의 해명과는 다른 증언과 사실관계가 속속 보도되고 있다”며 “학교폭력·불공정 입시·부동산 투기는 국민의 3대 역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이런 일 터지면 곧바로 패배한다”며 “총선 전날까지 (당 대표가) 민주당의 공격으로 만신창이가 돼 윤석열 정부가 식물정부가 되는 꼴을 보시겠나”라고 목청을 높였다.

황 후보 역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총선에서 필패한다는 답은 이미 나온 것”이라며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권력형 토건 비리 그리고 땅 투기 의혹에 대해서 민주당이 맹렬한 공격 폭탄을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국 몽땅 대통령 책임으로 뒤집어씌우게 될 것인데 그래도 괜찮나”라며 “김 후보는 더 이상 대통령이 자신을 민다는 이야기를 하지 말고 당장 사퇴하라”고 쏘아붙였다.

김 후보는 곧장 “다른 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당에서 민주당과 합작해 민주당 2중대 하겠다는 건 곤란하지 않나”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가짜뉴스 퍼뜨린 사람은 사과하고 당원들에게 다시 안 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며 “분열의 정치는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들 간 신경전 못지 않게 지지자들의 분위기도 과열됐다. 특히 다른 후보들의 울산 땅 의혹 공세에 대해 김 후보 지지자들은 일제히 “가짜뉴스”라고 목청을 높였다. / 권신구 기자
후보들 간 신경전 못지 않게 지지자들의 분위기도 과열됐다. 특히 다른 후보들의 울산 땅 의혹 공세에 대해 김 후보 지지자들은 일제히 “가짜뉴스”라고 목청을 높였다. / 권신구 기자

◇ 지지자들 간 ‘신경전’도 활활

후보들의 격정적인 분위기는 당원들에게도 그대로 전이됐다. 당원들은 연설회장 입구에서부터 지지 후보의 ‘응원 피켓’을 들고 후보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총선승리 해법 당 대표 안철수’, ‘일편당심 김기현’, ‘그래 당원이 주인이야 황교안’, ‘거부할 수 없는 개혁 천·아·용·인’ 등 문구도 제각각이었다.

결과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김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신모씨(50대·남)는 “(김 후보는) 원내대표 할 때부터 모든 일을 처리할 적에 완벽하고 깔끔하고 담력도 있고 그래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 지지자인 정모씨(60대·여)는 “안 후보가 돼야 수도권을 다 끌어와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성남에 사는 데 안 후보의 팬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황 후보의 지지자인 임모씨(60대·여)는 “정통 보수 성향을 갖고 있고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황 후보라고 생각한다”며 “언론은 김 후보가 우세하다고 하지만 끝까지 가야 알고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천 후보를 지지하는 박모씨(60대·남)는 “(천 후보는) 젊고 개혁적이고 미래를 보는 정치를 한다”며 “(나이 많은 사람들도) 많이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지자들 간 신경전은 장내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황 후보가 김 후보의 ‘울산 땅 의혹’을 언급할 때는 김 후보의 지지자들이 일제히 “가짜뉴스”를 외쳤다. 일부 지지자들은 상대 후보의 연설에 “치워라”라거나 자신이 응원하는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이날 국민의힘에 따르면 연설회에 참석한 인원은 5,000명 규모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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