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X 울산역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X 울산역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울산 땅 의혹’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김 후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쟁 후보들이 해당 의혹을 연일 공격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민주당까지 가세하며 해당 의혹은 정치권 전체의 이슈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24일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일제히 김 후보의 울산 땅 의혹을 맹공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국민들에게 부동산 문제는 역린”이라며 “문제가 생기는 걸 명쾌하게 완전히 해결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도 공세에 힘을 보탰다. 천 후보는 이날 YTN 라디오 ‘이슈 앤 피플’과 인터뷰에서 “이게 자칫 잘못하면 당의 리스크 내지는 작게는 전당대회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문제가 없었다면 의혹을 명확하게 해소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계속 하니까 ‘울산 이재명’ 이런 의혹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본경선 막이 오르면서 본격 쟁점화된 김 후보의 울산 땅 의혹은 사실상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이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김 후보는 전날(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해당 부지가 1,800배 이익을 봤다는 주장에 대해 “허무맹랑한 말”이라고 반박했고, 노선 변경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출신 시장 재임 기간 결정된 일이고, 자신의 토지를 지나는 도로는 ‘터널 구간’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해당 토지에 어떠한 ‘목적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IMF 당시 사정이 좋지 않았던 같은 교인의 부탁으로 구입한 것이고 노후를 위한 땅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은 이것이 ‘석연치 않은 해명’이라고 보고있다. 안 후보는 이날 앞선 라디오에서 “지금 네 후보 중에서 저 빼놓고 세 후보가 다 법조인”이라며 “법조인들도 이해가 안 되고 납득이 안 되면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이 되겠나”라고 열을 올렸다.

천 후보를 지원하는 이준석 전 대표 역시 해당 논란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전날 해당 부지를 방문한 이 전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 후보의 ‘노후 목적’ 해명이 명쾌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당 땅이 ‘목장용’으로 부적합한 데다가, 원래 소유주가 ‘지역 정치인’이라는 점도 짚었다. 그는 “하필이면 왜 정치인이 정치인 땅을 샀나 이런 것도 들여다보면 좀 이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민주당도 가세한 울산 땅 의혹

문제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시작된 공방이 정치권 전체를 아우르는 이슈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날 황운하 의원을 단장으로 한 ‘김기현 의원 땅 투기 진상조사단’을 출범시키면서 이번 사안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 문제 때문에 내년 총선도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후보들이 연일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총선 필패론’을 꺼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당내 공방이지만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총선 때 야당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혹을 처음 전당대회 판으로 끌어들인 황교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이를 고리로 김 후보의 ‘사퇴’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는 전날 강원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저는 김 후보가 사퇴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자유대한민국을 살리고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에서도 “김 후보를 당 대표로 뽑고 나면 민주당이 가만히 있겠나”라며 “이재명 의원이 대표가 되고 나서 엄청난 공격을 받고 있지 않나. 일을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둘러싼 공세가 계속되자 김 후보의 불쾌감도 고조되는 형국이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청 부속 건물에서 열린 서울시‧구의원 지지선언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상대할 상대방은 우리 당 내부가 아니라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라고 날을 세웠다. 

해당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언급하긴 했지만, 당내 경선이 분열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1등 후보를 공격하는 거니까 이해는 하는데 거짓을 이야기하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며 “(법적 조치는) 아직은 안했지만 너무 심하면 안 할 수도 없으니 상황을 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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