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항간에선 3월 3일 하면 ‘삼겹살 데이’를 생각하지만, 공식적으로는 ‘납세자의 날’이다. 국민의 납세정신 계몽과 세수 증대를 목적으로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납세자의 날이 3월 3일인 이유는 국세청 설립 날짜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 윤 대통령 “납세자가 가장 중요”

윤 대통령은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이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1970년 고(故) 박정희 대통령 이후 53년 만에 처음이다.

대통령이 이 자리에 함께한 것은 국가 재정에 기여한 납세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성실하게 세금을 신고한 기업인, 원천징수를 받는 2,000만 임금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기념식 전 환담 자리에서 “경제가 어렵고, 세금 내는 것도 어려운 상황인데 이럴 때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에서 오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가에서 납세자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이 1966년에 국세청을 만들고 67년부터 4년 연속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로는 어떤 대통령도 오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를 통해서 국민들이 왜 세금을 내야하는지, 정부는 그 세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세금의 역사는 자유민주주의의 역사”라며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정신은 납세를 통해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금이 국방‧치안‧사법‧행정 서비스와 같은 국가의 본질적인 기능 수행, 약자에 대한 두터운 복지의 실천, 그리고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세 가지 목적을 위해 기본적으로 쓰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국가재정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쥐어짜는 세정같은 무리한 과세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축사에서 무슨 말 했나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발언들이 있다. 직접적으로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노동조합을 비판하는 내용을 축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아래는 최근 윤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고, 전임 정부와 야당, 노조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도 유추할 수 있는 세 가지 대목이다. 

“과거의 부동산 세제와 같이 정치와 이념에 사로잡혀 무리한 과세로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겠습니다.”

“정치 진영을 확보하고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 ‘정치복지’를 지양하고, 취약계층과 약자를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복지’를 실천하겠습니다.”

“본래의 공익 목적에서 벗어나 불법을 일삼거나 국익을 해치는 정치 집단화한 단체에게는 국민의 혈세를 단 한 푼도 쓰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서 ‘정치와 이념에 사로잡혀 무리한 과세로 국민을 힘들게 한’ 과거 정부는 문재인 정부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와 이념에 사로잡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세제는 서민을 힘들게 하고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의미이며, ‘윤석열 정부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치 진영을 확보하고 표를 위한 포퓰리즘적 정치복지’는 이전 정부 뿐 아니라 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기본소득’ 등 보편복지에 목소리를 냈는데, 윤 대통령은 이를 포퓰리즘이며 ‘정치적인 복지’(정치복지)로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그리고 ‘본래의 공익 목적에서 벗어나 불법을 일삼거나 국익을 해치는 정치 집단화한 단체’란 최근 윤 대통령이 엄중히 보고 있는 노조 회계 현안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은 노조가 국가보조금을 받으면서도 회계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2023년 3월 3일 오전 10시

장소 :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제57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 윤석열 대통령 축사 전문>

세금의 역사는 자유민주주의의 역사입니다. 

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창의, 그리고 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개인은 법률이 정한 납세를 통해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마그나 카르타’ 정신이고, 대한민국 헌법이 정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정신입니다. 정부는 조세제도에 있어서도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확실히 지켜나갈 것입니다.

조세제도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겠습니다. 

과거의 부동산 세제와 같이 정치와 이념에 사로잡혀 무리한 과세로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겠습니다.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등 조세 불복 절차는 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해 최대한 신속히 처리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헌법이 보장하는 ‘조세 법률주의’가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구현되도록 하겠습니다. 

또 국가재정이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세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조세 불복을 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무리한 과세로 힘들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세금은 단 1원도 낭비하지 않고 꼭 필요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쓰겠습니다. 

우선,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하는 국방, 치안, 사법, 행정서비스 등 국가의 본질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데 여러분의 세금을 쓰겠습니다.

그다음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헌법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두텁게 지원하는데 국민 여러분의 세금을 쓰겠습니다. 

정치 진영을 확보하고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 ‘정치복지’를 지양하고, 취약계층과 약자를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복지’를 실천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통상, 기술, 산업 환경에서 국민들과 청년 세대에게 지속적이며 소득이 높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드리는 데 국민 여러분의 귀한 세금을 쓰겠습니다.

첨단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확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곳에 효과적으로 여러분의 세금을 쓰겠습니다.

본래의 공익 목적에서 벗어나 불법을 일삼거나 국익을 해치는 정치 집단화한 단체에게는 국민의 혈세를 단 한 푼도 쓰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의 혈세는 꼭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소중하게 쓰겠습니다. 

오늘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세금을 납부해 주신 분들에 대해 포상하였습니다. 

납세는 자유와 연대의 출발점입니다. 오늘 포상을 받으신 분을 비롯해서 성실하게 납세의 책임을 이행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무엇보다 가장 성실한 납세 계층은 임금 근로자 여러분입니다. 원천징수를 받는 우리나라의 많은 임금 근로자 여러분께 국가 재정 기여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우리 정부는 국민들께서 내는 세금이 아깝지 않은 나라, 또 그럼으로써 납세가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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