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대통령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대통령실-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지난 14~20일 새해 첫 순방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를 다녀온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UAE·스위스 순방 성과를 설명하고, 후속 조치를 당부했다. 특히 ‘형제국’인 UAE에서의 성과는 좀 더 세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그 ‘형제국’인 UAE에서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 ‘UAE 적은 이란’ 해명 없어

윤 대통령은 이날 주로 UAE 국부펀드 투자 유치, 원전 협력 등을 성과로 꼽았다. 윤 대통령은 우선 “지난주 UAE 국빈방문에 이어서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했다”며 “올해 첫 해외 순방을 100개 기업의 CEO들과 동행해서 상대국 기업인들과의 상담을 진행하는 등 전방위적인 세일즈 외교로 진행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UAE 방문 기간 중 △한-UAE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 △UAE 국부펀드 300억달러 투자 유치 협약 △원전 협력 등을 언급하며 “이번 순방 결과가 양국 간의 두터운 신뢰 위에서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킬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가야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부터 대한민국 1호 영업 사원으로 신발이 닳도록 뛰고 또 뛰겠다”고 덧붙였다. 

또 윤 대통령은 글로벌 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던 것을 언급하며 “외국 기업 CEO들의 방문을 바쁘시더라도 자주 이루어지게 해 주시고 그들의 사업상의 애로사항을 많이 경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스위스에서 다보스포럼 특별연설을 통해 공급망, 기후, 보건위기, 디지털 격차 등 인류 공통의 위기 극복 핵심 방향으로 국제사회와의 강력한 연대와 행동하는 연대를 제안한 점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스탠다드’(국제 기준)에 맞춘 규제, 노동 등의 개혁과 한-UAE 투자 협력 플랫폼 구축 등 순방 후속 조치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당부했다. 8분 가량 이어진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에는 ‘UAE의 적은 이란’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 ‘이XX들’ 발언 당시 재연?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UAE 아크부대를 방문해 UAE와 한국이 ‘형제국’이라고 강조하면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발언이 전해지며 이란 정부가 대사관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항의하는 등 양국 관계가 경색됐다. 

특히 이란은 한국에 동결된 70억달러 반환의 지렛대로 윤 대통령의 발언을 활용하고 있다. 이 자금은 원유 대금으로, 동결된 이란의 자금 중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 이토록 많은 이란 자금이 동결된 이유는 미국의 경제 제재 이전 한국과 이란 사이 교역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제재 이후 원유 대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 됐지만, 이란은 한국을 우호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중동 전문가 이희수 성공회대 교수는 이날 오전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정부가) 초기대응에 실패했다. (우리 정부에서) 빌미를 줬으면 즉각적으로 이란에게 사과를 하고 더 나은 미래로 가자고 했으면 아주 깔끔하고,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란은 포기해도 좋은 나라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고위급 인사가 이 문제를 아주 전향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면서 “적어도 총리급 정도는 특사로 파견해서 이 문제를 거시적으로 풀어야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란은 한국에 우호적인 감정이 있었는데, 이번 일로 돌아설 수 있다며 빠른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해당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불거진 ‘이XX들’ 발언 당시가 재연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순방 당시 ‘아크부대 격려 차원에서 한 발언’이라는 입장 외에는 추가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제는 도어스테핑(약식 회견)도 없어서 해당 발언의 진의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할 수도 없다. 

오히려 이란 외교부가 “한국 정부는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우리 관점에서 (한국 정부의) 조치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데 대해 외교부와 국방부가 나서서 “대통령께서 UAE 현지에 근무하는 우리 장병들에게 현지의 엄중한 안보상황을 직시하라고 당부하신 말씀”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해당 발언을 지적하는 야당에 대해 “이간질하려는 의도”, “초당적 협력은 뒷전”이라며 엄호 사격에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UAE의 적은 이란’ 발언은 사실관계에 맞다고 했고, 양금희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도대체 어느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 위촉장 수여식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 위촉장 수여식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2023년 1월 25일 오전 10시

장소 : 용산 대통령실 청사 2층 국무회의실

※모두발언 시간 : 10시 6분~10시 14분

<모두발언>

제4회 국무회의를 시작합니다.  

지난주 아랍에미리트 국빈 방문에 이어서 다보스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올해 첫 해외 순방을 100개 기업의 CEO들과 동행해서 상대국 기업인들과의 상담을 진행하는 등 전방위적인 세일즈 외교로 진행 했습니다.  UAE 국빈 방문은 수교 이례 첫 번째 국빈 방문이자 모하메드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번째 국빈 초청으로, 그 의미가 각별했습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저와 모하메드 대통령은 한-UAE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기로 했습니다. 특히 UAE 국부펀드의 300억 달러 투자 유치는 UAE가 어느 나라와도 맺지 않은 압도적이고 전례 없는 규모입니다. 원자력‧에너지‧방산 등 전통적인 협력 분야는 물론이거니와 수소‧바이오‧스마트팜‧디지털 전환‧메타버스 등 미래 성장 동력까지 50여 건에 달하는 협력 약정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모하메드 대통령은 우리 양국의 원전 협력 사업이 전 세계적인 모범이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형제국인 UAE와 함께 바라카 원전의 성공을 토대로 추가적인 원전 협력과 제3국 공동 진출도 모색할 것입니다. 이는 탈원전 정책으로 붕괴 위기에 처한 국내 원전 생태계를 빠르게 복원하고 원전 산업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함께 동행해 준 기업인 여러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고, 이번 순방 결과가 양국 간의 두터운 신뢰 위에서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가야 되겠습니다. 경제 사절단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부터 대한민국 1호 영업 사원으로 신발이 닳도록 뛰고 또 뛰겠습니다. 

제가 국무회의나 부처 업무보고 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경제부처, 산업부처라는 인식을 가지고 일해야 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여기 계신 국무위원들 한 분 한 분 모두 다 이 나라의 영업사원이라는 각오로 뛰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글로벌 CEO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밝히고 한국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습니다. 글로벌 CEO들에게 제 사무실이 언제나 열려 있으니 한국을 방문할 때 편하게 찾아달라고 했고, 한국 투자의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대통령에게 기탄없이 얘기해 달라고 했습니다. 국무위원 여러분들께서도 외국 기업 CEO들의 방문을, 바쁘시더라도 자주 이루어지게 해 주시고 그들의 사업상의 애로사항을 많이 경청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가장 중요한 거는 우리나라의 이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규제, 노동 이런 모든 시스템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의 우리 제도를 정합시켜 나가지 않으면 우리나라에 투자도 하지 않을 것이고, 또 국제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경쟁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우리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서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의 혁신 허브로 만들어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관계 부처는 한국-UAE 투자 협력 플랫폼 구축 등, 국부펀드 투자에 관련된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빠른 시일 내에 수출전략회의와 규제혁신전략회의를 통해서 이 사안을 직접 챙기겠습니다. 

다보스 포럼 특별연설에서 공급망, 기후, 보건 위기, 디지털 격차 등 인류 공통의 위기를 극복할 핵심 방향으로 국제 사회와의 강력한 연대, 그리고 행동하는 연대를 제안했습니다. 

또 취리히 공대에서 퀀텀 사이언스의 석학들과 함께 미래의 게임 체인저가 될 양자 과학기술에 관한 바람직한 국가 정책과 지원 방안에 대해 고견을 들었습니다. 충성 없는 경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이 혼자 싸우도록 놔둘 수가 없습니다. 안보, 경제, 첨단 기술에 관한 협력이 각 국가들 사이에서 패키지로 운영이 되면서 정부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정부와 민간이 한 몸이 되어 뛸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 나가야 되겠습니다.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입니다. 복합 위기를 돌파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합니다. 

다음 주부터 병원 등을 제외하고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이제 해제됩니다. 그간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인내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 코로나로부터 조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나흘 간의 설 연휴가 끝났습니다. 명절 직전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구룡마을 주민들께서는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연휴를 보내셨을 것입니다. 관계부처는 이재민들이 조속히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취약 계층의 거주지나 이용 시설의 안전 관리와 특히 한파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이 안전하고 불편 없이 지내실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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