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또 다시 ‘노조와의 전쟁’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노조의 회계 공개 거부를 비판하더니, 21일에는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선언하면서 ‘건폭’이라는 단어도 꺼내들었다. 

◇ ‘강성 기득권 노조’ 비판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아직도 건설현장에서는 강성 기득권 노조가 금품 요구, 채용 강요, 공사 방해와 같은 불법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공사는 부실해지고 있다. 초등학교 개교와 신규 아파트 입주가 지연되는 등 그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폭력과 불법을 보고서도 이를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 불법 행위를 집중 점검·단속하고,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해야 한다”며 “공공기관과 민간협회도 불법행위를 뿌리 뽑는데 정부에 동참해줄 것을 강력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지난 5년간 국민 혈세로 투입된 1,500억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면서도 노조는 회계장부를 제출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며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노조의 회계 보고와 회계 서류 제출 의무를 법에 규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노조회비에 대해 상당 금액을 세액 공제하며, 사실상 노조 운영 자금에 대해 국민의 세금으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며 “이는 1500억 지원금과 완전히 별도 문제”라고 했다. 이는 노조회비의 세액 공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어 “회계투명성을 거부하는 노조에 대해 재정지원을 계속하는 건 혈세를 부담하는 국민들께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노동개혁을 뒷받침할만한 입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 

◇ 이례적으로 국무회의 생중계

윤 대통령은 지난해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을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며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또 지난해 말에는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라고 지적하며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 구축을 지시하기도 했다.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는 노조를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비정상적인 폐단’이라고 지칭했다. 

사진출처 / 뉴시스
사진출처 / 뉴시스

이날 국무회의도 이례적이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공개 일정은 풀(POOL) 취재 후 영상, 사진, 발언 등을 보도할 수 있다. 국무회의 역시 회의가 끝난 후 발언을 보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국무회의는 생중계로 방송됐다. 생중계는 전날(20일) 밤에 갑자기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윤 대통령이 ‘노동개혁’에 대한 의지를 국민에게 직접 전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노조에 ‘선전포고’하는 것을 생중계로 보여준 셈이다. 회의 후 공개된 발언도 심상찮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직후 국토교통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경찰청으로부터 건설현장 폭력 현황과 실태를 보고 받고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건설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울 것”을 당부했다. 

‘건설현장의 폭력’을 ‘건폭’이라는 새로운 단어로 지칭한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건폭’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조폭, 학폭, 주폭 이런 것처럼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하며 “어디까지나 문제의 심각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된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건폭’이라는 단어는 노조에 대한 혐오를 불러올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화물연대 운송거부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며 지지율이 오른 바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건설현장의 모든 불법행위 책임을 노동조합에 떠넘기는 정부를 규탄한다”고 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노조만 사라지면 경제가 살아나고 민생이 회복되느냐”고 일갈했다. 

 

2023년 2월 21일 오전 10시

장소 : 용산 대통령실 청사 2층 국무회의실

<모두발언>

제8회 국무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의사봉 3번)

오늘 국무회의에서는 ‘건설 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 대책’을 논의합니다.

아직도 건설 현장에서는 강성 기득권 노조가 금품요구, 채용 강요, 공사방해와 같은 불법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공사는 부실해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개교와 신규 아파트 입주가 지연되는 등 그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폭력과 불법을 보고서도 이를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불법행위를 집중 점검·단속하고, 불법행위가 드러나는 경우에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해야 합니다. 공공기관과 민간 협회도 불법행위를 뿌리 뽑는데 정부와 함께 동참해 줄 것을 강력히 당부드립니다. 

노동 개혁의 출발은 노조 회계의 투명성 강화입니다. 지난 5년간 국민의 혈세로 투입된 1,500억 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면서도 노조는 회계 장부를 제출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노조의 회계 보고와 회계 서류 제출 의무를 법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조 회비에 대해 상당 금액을 세액 공제해서 사실상 노조 운영 자금에 대해 국민의 세금으로 재정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까 말씀드린 1,500억 원의 지원금과는 완전히 별도의 문제입니다. 회계 투명성을 거부하는 노조에 대해 재정 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혈세를 부담하는 국민들께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우실 것입니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노동 개혁을 뒷받침할 만한 입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길 바랍니다.

지난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민생과 직결된 공공, 에너지 요금의 동결과 아울러 금융, 통신 분야의 독과점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금융과 통신 분야의 독과점 폐해를 줄이기 위해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강화시켜야 합니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핵심은 공정한 경쟁입니다. 관계 부처는 과도한 지대추구를 막고, 시장의 효율성과 국민 후생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찾아 추진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지난 연말, 정기국회를 통과한 세제 개편안이 오늘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서민들의 세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 기술에 대한 세제 지원 폭을 확대하는 법안도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길 바랍니다.

지난 주말, 튀르키예에 파견되었던 긴급구호대 1진 구호 대원들이 귀국했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우리 모두 이분들의 노고에 대해 함께 치하하고 격려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주신 우리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관계 부처는 현지에 필요한 지원이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성명]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에 대한 건설노조 입장
2023. 02. 21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