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대통령실 행정관의 선거개입 의혹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대통령실 행정관의 선거개입 의혹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대통령실을 향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언론 보도를 통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들이 참여한 단톡방에 김기현 당 대표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홍보물이 연일 올라온 것이 발단이 됐다. 안 후보는 이것이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이라며 법적 대응까지도 거론하고 나섰다. 여기에 다른 후보들까지 가세하면서 전당대회를 이틀 앞둔 시점까지 당권 경쟁이 혼탁해지는 형국이다.

안 후보는 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개입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을 촉구했다. 안 후보는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헌법 제7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중대한 범법행위”라며 “대통령실의 안위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국민들과 당원들의 염원에 대못을 박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은 지난 3일 <경향신문>이 해당 내용을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들은 올해 초 일반 시민 및 당원들이 참여한 채팅방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들이 또 다른 인물들을 해당 방에 초대했는데, 새롭게 초대된 인물들이 김기현 후보에 대한 지지 홍보물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동시에 안 후보에 대한 비방 게시물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모양새가 빚어진 셈이다.

김 후보는 이에 대해 “사실 확인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논란이 증폭되는 형국이다. 당장 이와 관련된 ‘녹취 파일’까지 공개가 됐기 때문이다. 보도 속 녹취 파일에 따르면, 대통령실 행정관 A씨는 한 당원에게 ‘전당대회’를 언급하며 해당 단톡방에 올라오는 게시물을 공유해줄 것을 요청했다. 

안 후보 측의 분노는 '대통령실이 이번 전당대회를 불공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앞선 문제제기와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비단 그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문제를 좌시할 경우 내년 총선 공천과정에서도 ‘대통령실의 개입’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안 후보는 “대통령실이 전당대회에 개입한다면 내년 총선에서도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천 파동이 재현된다면 도대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물론 이 과정이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론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선 극도로 경계했다. 대통령실 소속 인사들의 ′전횡′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안철수 캠프 김영우 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것은 조기에 진상이 규명되고 재발 방지를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 “개입시키지 말라”는 대통령실

안 후보가 선봉에 선 가운데 다른 당권 주자들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천하람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의혹에 상당한 실체가 있어 보인다”라며 논란을 부추겼다. 이번 사안을 그냥 넘길 경우 재차 ‘비대위 체제’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황교안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김 후보가) 사람들을 여기저기서 끌어모으다 보니 이런 부작용도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권 주자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지만, 대통령실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대통령실은 해당 단톡방에 참여한 행정관이 특정 후보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점에 집중하며 해당 사안이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안 후보의 문제 제기 자체가 대통령실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고 있다며 불쾌해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전당대회에 대통령실을 개입시키려 하지 말라”라고 선을 그었다.

김 후보 측도 이를 ‘흑색선전’이라고 규정하며 오히려 안 후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 캠프 선거대책위원회 김시관 수석보좌관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고양이를 보고 나서 호랑이를 봤다며 대중을 선동하는 과장 정치가 비방과 흑색선전의 출발점”이라며 “3김 이후 최고의 정당을 만들었다는 자부심 가득한 안 후보가 취할 정치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이날까지 대통령실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던 안 후보가 ‘법적 대응’을 시사한 만큼 해당 논란은 전당대회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안 후보 캠프 김영우 선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어느 후보 캠프든 대통령실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법적 조치를 선뜻 하고 싶겠나”라며 “하지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 측 김영호 청년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실은 더 이상 전당대회가 끝나기만 기다리며 면피하지 말고 공정하고 상식적인, 책임감 있는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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