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이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이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사람 죽이는 건 심플해. 애 키우는 거에 비하면.”

‘청부살인’이 본업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이벤트 회사인 MK ENT. 소속 킬러 길복순(전도연 분)은 ‘작품’은 반드시 완수해 내는 성공률 100%의 킬러이자, 10대 딸을 둔 엄마다. 업계에서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에이스지만, 딸 재영(김시아 분)과의 관계는 서툴기만 한 싱글맘인 그는 자신과 딸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해 퇴사까지 결심한다. 

MK ENT. 대표 차민규(설경구 분)의 재계약 제안의 답을 미룬 채, 마지막 작품에 들어간 복순은 임무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 후, 회사가 허가한 일은 반드시 시도해야 한다는 규칙을 어기게 된다. 그 소식을 들은 MK ENT.는 물론, 모든 킬러들의 타깃이 되고야 만다.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등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의 신작으로, 지난 2월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Berlinale Special) 부문에 공식 초청돼 호평을 얻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 ‘길복순’. / 넷플릭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 ‘길복순’. / 넷플릭스

흥미로운 소재부터 영리하게 잘 짜인 스토리, 스타일리시한 미장센은 물론, 독창적인 액션까지, 관객을 끌어당길 만한 매력적인 요소들이 가득하다. 특히 지금껏 보지 못한 ‘길복순’만의 새로운 세계가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데, 오프닝부터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신선하고 짜릿하고 ‘힙’하고 강렬하다. 

청부살인 업계의 이야기, 독특한 킬러 세계관도 흥미롭다. ‘킬러’라는 직업을 정당한 대우를 받는 글로벌 사업으로 성장시켜 업계의 ‘룰’을 만든다는 설정부터 킬러 회사들 사이 양극화, 등급제로 수익을 차등 분배하는 회사 구조 등 현실과 묘하게 닮아 있는 상황들이 흥미를 자극한다. 의뢰받은 살인을 ‘작품’으로, 살인 설계는 ‘시나리오’, 연습생 시절을 거쳐 처음 임무를 받게 되는 것을 ‘데뷔’로 표현한 점도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캐릭터들도 개성과 매력이 넘친다. 사람을 죽이는 킬러이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복순을 필두로, 그와 얽히고설킨 다양한 인물들이 극을 풍성하게 완성한다. 누구보다 규칙을 중요시하고 냉혈한이지만 복순에게만은 관대한 민규, 복순을 끊임없이 견제하는 민희,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A급 킬러가 되지 못한 희성, 복순의 사춘기 딸 재영 등 다채로운 캐릭터의 향연이 펼쳐진다.  

또 한 번 이름값을 증명한 전도연. / 넷플릭스
또 한 번 이름값을 증명한 전도연. / 넷플릭스

액션도 볼만하다. 아니, 보고 또 보고 싶을 정도다. 특히 싸움에 앞서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상대의 수를 예측하는 복순의 상상이 마치 만화처럼 펼쳐지는데, 특수 장비 ‘로봇암’을 동원, 고속촬영과 일반 촬영을 한 화면에 담아내 ‘길복순’만의 유니크한 매력을 배가한다. 다양한 무기 활용도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는 전도연이다. 강도 높은 액션부터 킬러와 사춘기 딸의 엄마, 이중생활 사이에서 고민하는 캐릭터의 복합적인 면모까지 완벽하게 그려낸다. 수많은 캐릭터를 소화하고도 기어코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게 하며 자신의 이름값을 또 한 번 증명한다. 전도연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을까. 설경구와 이솜‧구교환‧김시아도 제 몫을 해낸다. 

연출을 맡은 변성현 감독은 “킬러가 소재지만 가족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다”며 “‘길복순’의 메인 테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들의 감정들을 따라가며 작품을 봤으면 좋겠다”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러닝타임 137분, 오는 31일 넷플릭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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