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6일 이스타항공 ZE205편이 김포국제공항에서 제주국제공항으로 재운항 첫 비행에 나섰다. / 제갈민 기자
2023년 3월 26일 이스타항공 ZE205편이 김포국제공항에서 제주국제공항으로 재운항 첫 비행에 나섰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김포·제주=제갈민 기자  “새로운 여행 새로운 이스타,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한 이스타항공과 즐거운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이스타항공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26일 오전 6시 30분쯤 김포국제공항 4번 탑승구에서 이스타항공의 탑승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이스타항공은 3년 만에 첫 비행에 나서는 만큼 그동안 이스타항공을 잊지 않고 함께 해준 승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조중석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들도 새벽부터 공항을 찾아 첫 비행을 함께하는 승객들에게 기념품을 나눠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스타항공의 안내 방송이 그간 탑승하던 항공편의 안내방송과 다르고, 경영진들의 환영식이 생소했던 한 승객은 기내에서 일행에게 “오늘이 무슨 날이야?”라고 물었다. 이에 그의 일행은 “오늘은 이스타항공이 3년 만에 재운항을 하는 날”이라며 “정말 중요한 날”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 경영진들은 26일 오전 6시 30분 첫 운항편 ZE205편(왼쪽)과 26일 오전 9시 50분 ZE209편(오른쪽) 탑승객들에게 재운항 기념품을 전달하며 이스타항공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부탁했다. / 제갈민 기자,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 경영진들은 26일 오전 6시 30분 첫 운항편 ZE205편(왼쪽)과 26일 오전 9시 50분 ZE209편(오른쪽) 탑승객들에게 재운항 기념품을 전달하며 이스타항공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부탁했다. / 제갈민 기자,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은 3년 전인 2020년 3월 20일 경영난으로 인해 항공기 운항을 전면 중단하는 셧다운을 선포했다. 당시에는 금방 다시 운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이스타항공은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됐으며 재운항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3년 만에 다시 뜨는 이스타항공의 첫 재운항 편은 189석을 꽉 채웠으며, 이 외에도 26일 운항한 전편이 만석을 기록했다. 첫 운항편인 ZE205편에는 전·현직 이스타항공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도 일부 탑승했다.

자신을 전 이스타항공 수석부기장이라고 소개한 승객 A씨는 “3년 전에 가장 먼저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대상 명단에 올라 퇴사를 하게 됐다”며 “지금은 다른 항공사로 이직을 했지만, 이번에 이스타항공이 다시 비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으로 탑승하게 됐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7시 20분. 이스타항공 첫 운항편이 게이트에서 멀어지고 활주로에서 힘찬 가속을 하며 이륙했다. 이스타항공이 3년 만에 승객들을 태우고 날아오르자 창밖을 내다보던 전 이스타항공 수석부기장 A씨는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고 연신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쳤다.

26일 오전 6시 50분 김포에서 제주로 향한 이스타항공 ZE205편은 전 좌석 매진을 기록했다. / 제갈민 기자
26일 오전 6시 50분 김포에서 제주로 향한 이스타항공 ZE205편은 전 좌석 매진을 기록했다. / 제갈민 기자

이스타항공 조종간을 다시 잡기 위해 3년의 기다림 끝에 재운항 첫 비행에 함께한 송형기 이스타항공 부기장도 개별적으로 항공권을 구매해 가족과 함께 탑승했다.

송 부기장은 “이스타항공이 3년 전 셧다운을 한 후에는 비행 시뮬레이터를 통해 운항자격을 유지했을 뿐 그 동안 비행기를 한 번도 타지 않았다”며 “이번에 이스타항공이 재운항하면서 3년 만에 비행기를 처음 탑승했는데 감회가 새롭다. 다음달부터는 다시 직접 운항을 하게 되는데, 이제 회사가 정상화됐다는 게 실감난다”고 말했다.

3년 만에 재운항하는 첫 운항편을 책임진 이스타항공 운항·객실승무원들의 표정과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도 기쁨과 긴장감이 함께 묻어났다. 객실승무원들은 첫 운항편에 탑승하는 승객을 웃으며 안내했지만 이륙 전 승객들에게 비상상황 시 대처방법을 설명할 때는 표정이 조금 굳기도 했다.

재운항 첫 번째 운항편의 조종간을 잡은 조준범 이스타항공 운항승무원(기장) 역시 기쁜 마음과 떨림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항공기 이륙 후 적정고도까지 상승한 후 기내 방송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안녕하십니까, 제주까지 여러분을 모시게 된 ZE205편 기장입니다”라는 첫마디를 내뱉고 약 3∼4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3년 만에 재도약하는 이스타항공을 이용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렛츠 플라이 어게인(Let's Fly Again)’ 이스타항공을 잊지 않고 이용해주시는 만큼 최고의 안전과 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손님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3년 만에 처음 진행한 기내 방송을 마쳤다.

23일 이스타항공 첫 번째 재운항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들이 제주공항에 도착한 후 하기하고 있다. / 제갈민 기자
23일 이스타항공 첫 번째 재운항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들이 제주공항에 도착한 후 하기하고 있다. / 제갈민 기자

이스타항공의 재운항 첫 항공편 ZE205편은 오전 8시 15분쯤 제주국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항공기에서 하기하고 제주공항으로 향하던 셔틀버스 내에서 만난 이찬희·강경민 승객은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이스타항공에서 특가 이벤트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돼 제주도 여행을 갑작스럽게 계획했다”며 “이스타항공 왕복 항공권을 구매했는데 9,900원 특가 항공권을 포함해 1인당 약 7만원 정도로 예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타항공이 오늘(3월 26일) 3년 만에 첫 비행인 것은 몰랐다”며 “신기하면서도 타 항공사 대비 저렴하게 항공권을 구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3월 26일 오후 9시 15분쯤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이스타항공 ZE232 항공편에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다. / 제갈민 기자
3월 26일 오후 9시 15분쯤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이스타항공 ZE232 항공편에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다. / 제갈민 기자

26일 오후 9시 15분, 이스타항공 재운항 첫날 대미를 장식한 ZE232편에 탑승한 승객 B씨도 “저렴한 항공권을 찾다가 이스타항공에서 특가 행사를 하는 것을 보고 가장 저렴한 밤 비행기를 예매를 하게 됐다”고 말했으며, B씨의 일행인 C씨는 “이스타항공이 한동안 비행을 못했다는 소식은 인터넷을 통해 접했는데 오늘일 줄은 몰랐다”고 탑승 소감을 전했다.

이스타항공 ZE232편은 김포공항에 오후 10시 30분쯤 도착했다. 이날 마지막 운항편 ZE232편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진 객실승무원들은 “떨리기보다 예전처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쉬었던 시간이 있지만 실수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기내 방송에서 말했던 것처럼 새로운 이스타, 도약하는 이스타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재운항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날 이스타항공 항공편을 탑승하지는 못했지만 김포공항 제주공항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첫 이착륙을 기념하기 위해 출사를 다녀온 이들도 존재했으며, 온라인상에서는 이스타항공 첫 비행을 응원하는 글이 이어졌다.

26일 이스타항공은 김포와 제주 노선을 총 10회 왕복 운항했으며 전 운항편 매진을 기록했다. / 제갈민 기자
26일 이스타항공은 김포와 제주 노선을 총 10회 왕복 운항했으며 전 운항편 매진을 기록했다. /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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