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대규모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기준을 완화하기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개정안이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이 몹시 어려운 현 상황에서 국민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후 법안을 더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야는 지난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제정소위원회를 열고 예비타당성조사와 면제 대상을 늘리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예타 면제 기준을 총사업비의 경우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국비 지원의 경우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말 여야가 이미 합의한 내용으로 이날 기재위 전체 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전날(16일) 이에 대한 신중한 검토로 입장을 선회하며 기류가 달라졌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오늘 기재위 전체 회의에 의결될 예정이었지만 어제 제가 류성걸 (기재위) 간사에게 보류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사를 전달했고, (윤재옥) 원내대표께서도 보류해달라는 주문을 하셔서 연기가 될 예정”이라며 “민주당 측도 단독으로 강행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입장을 선회한 데는 예타 면제 완화가 총선을 앞두고 무분별한 선심성 공약을 이행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궁극적으로 국가의 재정 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윤 원내대표는 “예타 면제는 물가 상승과 사업원가 상승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높아졌다”며 “이러한 국민의 우려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 의장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이 더 심해지고 국가 재정 건전성이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선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준칙 도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나 재정적자 등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국민의힘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자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비기축통화국으로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 건전성 유지는 나라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민주당이 책임있는 공당이라면 우리와 함께 재정준칙 법제화에 즉시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의장도 “앞뒤가 바뀌었다. 재정준칙 도입 법안이 먼저”라며 “홍수가 난 뒤 제방을 쌓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계속 거부한다면 총선을 앞두고 퍼주기 공약을 남발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계류 중인 재정준칙 도입 법안부터 조속히 매듭짓도록 민주당은 적극 협조해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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