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열린 ‘133주년 세계 노동절 인천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조합원들이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 소식을 접하고 묵념하고 있다. / 뉴시스
지난 1일 열린 ‘133주년 세계 노동절 인천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조합원들이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 소식을 접하고 묵념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근로자의 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노동계 집회가 이어진 지난 1일, 강릉에서 건설노조 간부가 분신하는 일이 벌어졌다. 가뜩이나 노정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노조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강도 높은 압박이 분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분신

건설노조 간부 A씨가 분신을 시도한 것은 지난 1일 오전 9시 35분쯤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다. 분신 시도 직후 소화기로 진화가 이뤄졌지만 A씨는 온몸에 화상을 입고 의식을 잃었다. 이후 헬기를 통해 서울에 위치한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강릉지원에서 열릴 예정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었다. 건설사에게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현장 간부의 급여를 요구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다. 다만 A씨를 비롯한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3명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이날 기각됐다.

A씨는 분신 전 동료들에게 남긴 글을 통해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란다”라며 “자존심이 허락 되지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등 노조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강한 압박이 분신이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것이다.

출범 첫해인 지난해부터 노동계와 날선 대립각을 형성해온 정부는 특히 건설노조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각종 조치를 이어온 바 있다. 특히 경찰과 검찰 등 수사당국은 건설노조에 대해 압수수색, 소환조사, 구속 등에 박차를 가해오고 있다.

지난 2월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건설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워야 한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건폭’은 건설노조를 ‘조폭’에 빗댄 표현이다.

이처럼 분신사태가 벌어지면서 노정갈등, 특히 건설노조의 대정부 투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분신 소식은 ‘근로자의 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열린 집회 참가자들을 격앙시켰으며, 특히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분신이 발생한 강릉지원과 A씨가 옮겨진 병원 등으로 운집하기도 했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역시 대규모 집회를 연 건설노조는 “지난 35년간 건설산업 현장에서 철저히 소외돼왔던 건설노동자의 삶과 건설현장을 바꿔왔다”며 “하지만 최근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노조가 바꿔왔던 건설노동자의 삶을 역행시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는 노가다의 삶으로 되돌리려 한다. 건설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가다가 아닌 당당한 건설노동자로 살기 위해 투쟁해왔던 노조의 노력을 한 순간에 짓밟고 탄압에 나서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도 노조문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내는 발언을 이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근로자의 날’을 맞아 SNS에 남긴 글을 통해 “진정한 노동 약자 보호를 위해 소수의 기득권인 고용세습을 뿌리 뽑고 노사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며 “소수만이 기득권을 누린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특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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