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무슨 성과, 이래 가지고 자료를 쫙 주고서 잘난 척하는 그런 행사는 국민들 앞에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 앞마당인 파인그라스에 윤석열 대통령이 ‘깜짝’ 등장했다.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이 중단된 이후 윤 대통령이 전체 기자단 앞에 선 것이 얼마만일까. 순방 중 기자간담회 외에 지난해 11월 MBC 출입기자와의 마찰로 도어스테핑이 중단된 이후 처음이니, 여섯 달 만에 보는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그러다보니 취재진의 관심사는 윤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 열리는지 여부였다. 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로 대체했다. 그렇기에 취임 1주년 기자회견 개최 여부가 중요한 화두였다. 도어스테핑이 중단되고 나서 취재진들 사이에서 ‘우리도 대통령 얼굴을 TV로 본다’는 자조가 나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을 것 같다. 윤 대통령은 2일 파인그라스에서 기자회견에 대해 “저도 우리 용산 스태프한테 취임 1주년을 맞아서 뭐를 했고 뭐를 했고 하는 그런 자화자찬의 취임 1주년은 절대 안 된다고 해 놔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과 그냥 이렇게 맥주나 한잔하면서 얘기하는 그런 기자 간담회면 모르겠는데”라고 농담을 던져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무슨 성과, 이래 가지고(성과를 이렇게 나열해가지고) 자료를 쫙 주고서 잘난 척하는 그런 행사는 국민들 앞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성과를 줄줄이 나열하는 자화자찬식 행사’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기자회견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회의를 생중계하는 것은 단방향 소통이지만, 기자회견은 기자들과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쌍방향 소통의 자리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홍보수석이 시키는 대로 해야지요”라고 했으나, 현재 분위기로는 정식 기자회견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도어스테핑 폐지 공식화?

“처음에는 취임하고 매일 봤잖아요, 그렇죠? 근데 안 보니까 좀 섭섭하죠?”

또 윤 대통령은 취임 초 이어오다 중단된 ‘도어스테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의 ‘파격 소통’을 상징하는 것이었지만, 여러 논란을 겪다 결국 잠정 중단 상태다. 도어스테핑을 하던 현관은 현재 막혀 있다. 또 1층 로비 벽면을 LED 전광판으로 두를 예정이어서 도어스테핑을 기대하긴 어려워졌다. 

이에 취재진은 사실상 도어스테핑이 ‘없어졌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처음에는 취임하고 매일 봤는데, 안 보니까 좀 섭섭하지 않느냐”면서 “아침에 도어스테핑 할 때 습관이 돼서 지금도 꼭두새벽에 눈을 뜬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당시(도어스테핑 할 때)에 기사 스크린을 하고 기자들이 아침에 질문할 만한 것들을 다 뽑아서 새벽 6시면 수석이나 비서관들과 막 전화를 한다. ‘이거 어떻게 된 거냐, 내가 뭐라고 답변하는 게 좋겠느냐’ 그랬다”며 “그것은(도어스테핑) 없어졌지만 그걸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여전히 용산의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들은 꼭두새벽부터 저의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고 말하며 웃었다. 

도어스테핑을 준비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예상 질문 등을 참모들에게 물었는데, 이제 도어스테핑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신문기사를 보고 현안을 파악하기 위해 참모진에게 전화하는 습관은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없어졌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아 1층 로비에서 윤 대통령을 다시 마주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번 파인그라스 오찬을 계기로 언론과의 접촉면을 넓힐 것이라는 기대 섞인 의견도 나온다. 이날 윤 대통령은 기자들과 식사를 하며 70여분간 머물렀는데,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날이 선선할 때 이런 형식의 간담회를 또 다시 하면 좋겠다는 건의도 있었고, 참모진들 역시 “더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이런 자리 자주 만들게요”라고도 말했다. “너무 많으면 대화하기도 어려우니까 조금씩 나눠서, 인원이 적어야 김치찌개도 끓이고 하지 않겠어요? 몇백 그릇을 끓이면 맛이 없잖아요”라는 발언도 있었다. 

지난해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면 김치찌개도 대접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아직 회자되고 있음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끓여주는 김치찌개를 먹는 것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취재진은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을가. 윤 대통령이 약속한 ‘소규모 간담회’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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