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유코 여사가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유코 여사가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3월에 이어 다시 정상회담을 하면서 한일은 12년 만에 ‘셔틀외교’를 복원했다. 또 군사안보, 경제안보, 첨단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가 본격화됐음을 확인했다는 의미도 있다.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과거사와 관련해서 일본 측이 미진한 반응을 보였다는 비판은 여전히 존재한다. 

윤 대통령은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안보, 산업, 과학기술, 문화, 미래세대 교류 등과 관련해 철저한 후속 조치에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전날(7일)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과 협력 방안을 밝혔다. 

또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 시찰단 파견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공동참배하기로 했다. 기시다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저도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지난해 11월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관련한 실현 방안에 대해 당국 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환영했다. 또 향후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워싱턴 선언’으로 창설된 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이 참여할 가능성도 열린 것이다. 

특히 경제협력 분야에선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함께 견고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공조를 강화하고, 우주·양자·인공지능(AI)·디지털 바이오·미래소재 등 첨단과학기술 분야의 공동연구와 연구개발(R&D) 추진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 대통령실 “한일관계 정상화 단계”

대통령실은 이날 세 가지 측면의 성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시다 총리의 방한으로 한일관계가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12년 만의 셔틀외교 복원이 있었고, 다양한 교류가 시작됐다는 점이 성과라는 것이다. 

이 대변인은 또 “윤석열 정부 들어서 추진하는 가치 중심 외교가 이제 성과를 얻어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변제를 결심하면서 한일관계가 바뀌었다"면서 “한일관계의 주도권을 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결단은 미국의 호응도 불러왔다는 게 대통령실의 인식이다. 이 대변인은 “이는 미국을 움직였고, 미 국빈방문에서 워싱턴 선언이라는 한미간 핵 방위 공동선언의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에 기시다 총리가 미래 협력관계를 위한 노력에 호응함으로써 한일, 한미일 관계는 앞으로 더 견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 정부가 기대하고 있던 ‘호응조치’는 다소 미진하다는 평가가 많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저도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강제징용 피해자인지에 대해 묻는 질문이 있었지만, 기시다 총리는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제 자신의 개인적 심정을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이라고만 답했다. 즉 ‘사견’을 전제로 한 발언인데다, 강제징용 피해자를 정확하게 지칭하지도 않은 셈이다. 

이는 유감 표명은 하되 사견임을 전제로 의미를 축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일본 측에서 배상에 참여할 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도 빈 잔을 채운 건 역시 윤석열 정부”라며 “오히려 한술 더 떠 일본의 식민침략에 대한 면죄부 발언을 또다시 추가했다”고 비난했다. 

대통령실 역시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의식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어제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미래지향적 관계를 열었다는 다수의 평가가 있었던 반면, 과거사 사죄에는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면서도 “한일관계가 가야할 길은 멀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한일관계가 정상화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우리 정부 측이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입장 표명 등을 사전에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지난 3월 대통령의 일본 방문 전에 제3자 변제 방식을 결단한 것은 일본 정부의 요청에 의해 한 것이 아니다”라며 "(과거사 입장 표명을)우리 정부가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 정부의 요구 없이도 기시다 총리가 한발 나아간 입장을 표한 것에 의의를 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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