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어공주’가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인어공주’가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내 안의 목소리를 따라 자유롭게 꿈꾸고 사랑할 거야.”

아틀란티카 바다의 왕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 분)의 사랑스러운 막내딸인 인어 에리얼(할리 베일리 분)은 늘 인간들이 사는 바다 너머 세상으로의 모험을 꿈꾼다. 어느 날, 우연히 바다 위로 올라갔다가 폭풍우 속 가라앉는 배에 탄 인간 에릭 왕자(조나 하우어 킹 분)의 목숨을 구해준다.

갈망하던 꿈과 운명적인 사랑을 이루기 위해 용기를 낸 에리얼은 사악한 바다 마녀 울슐라(멜리사 맥카시 분)와의 위험한 거래를 통해 다리를 얻게 된다. 드디어 바다를 벗어나 그토록 원하던 인간 세상으로 가게 되지만, 그 선택으로 에리얼과 아틀란티카 왕국 모두 위험에 처하게 된다. 

영화 ‘인어공주’(감독 롭 마샬)는 늘 바다 너머의 세상을 꿈꾸던 모험심 가득한 인어공주 에리얼이 조난당한 에릭 왕자를 구해주며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따라 금지된 인간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험을 그린 디즈니 라이브 액션이다. 1991년 개봉해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은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실사로 재탄생한 ‘인어공주’는 원작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화려한 볼거리, 신나는 음악 등 원작의 매력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는 캐릭터 설정과 리메이크로 주체적인 메시지까지 담아내며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그리고 그 중심엔 주인공 ‘에리얼’이 있다.

원작보다 주체적인 캐릭터로 변화한 에리얼과 에릭 왕자.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원작보다 주체적인 캐릭터로 변화한 에리얼과 에릭 왕자.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속 에리얼은 한층 더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으로 진화했다. 바다 밖 세상을 동경하며 진정한 자유를 꿈꾸던 에리얼은 첫눈에 반한 왕자 에릭과 함께 하기 위해 목소리를 포기하고 자신과 아틀란티카 왕국까지 위험에 처하게 한다. 

여기까진 원작과 같다. 하지만 영화 속 에리얼은 자신을 규정하는 한계에 맞서 더 넓은 세상을 꿈꾸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는 용감함을 보여준다. 또 왕자에 의해 위기에서 벗어나는 원작과 달리, 직접 울슐라와 대적하고 자신과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지켜낸다. 

에릭 왕자 역시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됐다. 에릭은 늘 완벽해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넘치는 모험심으로 자유와 모험을 꿈꾸지만 이를 가로막는 현실로 고민하는 인물이다. 태어날 때부터 왕족이 아닌, 흑인 왕비에게 입양됐다는 설정도 인물의 서사를 더욱 풍성하게 완성한다.

그리고 이는 자신들이 사는 세계에서 이해받지 못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알아보고 함께 꿈과 진정한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단순히 겉모습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닌, 서로에게 나 자신을 발견하고 점점 깊어지는 ‘사랑’이기에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안주가 아닌 새로운 모험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선택도 좋다.

자신만의 에리얼을 완성한 할리 베일리.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자신만의 에리얼을 완성한 할리 베일리.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원작 훼손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디즈니가 추구한 다양성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최초의 흑인 인어공주를 내세운 작품인 만큼, 영화 속에서도 다인종의 인어들이 등장한다. 에리얼뿐 아니라 그의 언니들도 모두 다른 인종이고, 백인인 에릭 왕자를 입양한 왕비도 흑인이다. 서로를 ‘틀리다’고 인식하던 이들이 비로소 ‘다름’을 인정하고 융화하는 결말은 영화의 주제의식을 명확히 하며 디즈니의 고집이 ‘아집’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에리얼을 연기한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 역시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자신을 향한 우려를 불식시킨다. 물론 원작 애니메이션 속 에리얼과 ‘겉모습’은 확실히 다르다. 하지만 아름다운 목소리와 완벽에 가까운 가창력,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자신만의 ‘에리얼’을 완성하며 관객을 설득시키고 만다.

‘언더 더 씨(Under the Sea)’ ‘파트 오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 ‘푸어 언포츄네이트 소울즈(Poor Unfortunate Souls)’ 등 원작의 대표 넘버는 물론, ‘와일드 언차티드 워터스(Wild Uncharted Waters)’ ‘포 더 퍼스트 타임(For the First Time)’ ‘더 스커틀벗(The Scuttlebutt)’ 등 새로운 곡들도 적절히 배합해 뮤지컬 영화로서의 미덕도 잃지 않는다. 

다만 기술적인 완성도는 다소 아쉽다. 화려한 수중 세계를 담아내고자 했지만, 전체적으로 어둡게 묘사돼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일부 장면에서는 어색한 CG가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고, 에리얼 못지않게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비주얼로 인기를 끌었던 물고기 플라운더와 게 세바스찬 등 몇몇 캐릭터들의 모습이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묘사돼 매력이 반감된다. 러닝타임 135분, 오늘(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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