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SG평가원은 1일 보고서에서 신임 KT대표에게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뉴시스  
한국ESG평가원은 1일 보고서에서 신임 KT대표에게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KT가 이사회 구성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ESG평가원이 대표이사 선임에 대한 의견을 밝혀 주목받고 있다. 최근 KT는 대표이사 자격에서 정보통신 전문성을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평가원은 KT대표에게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전문성 요건, 낙하산 인사 배제하는 효과”

한국ESG평가원(이하 평가원)은 1일 ‘KT 지배구조 개선 대책’ 보고서에서 신임 KT 대표는 △주주가치를 올릴 수 있는 전문성과 능력 △주요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인정 △공정하고 투명한 선임절차를 거쳐 선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이러한 3가지 조건을 갖춘 KT내부 인물이 대표로 선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평가원은 외풍에 의한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고 KT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선진 기업들은 자질과 능력 검증이 끝난 후계자를 사내외 소통을 통해 이사회와 주총의 동의를 받는다”며 이러한 절차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평가원은 “CEO 선임 문제는 정상적 후계자 승계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평가원은 분기마다 국내 100대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ESG등급평가 보고서를 작성한다. KT의 지배구조 평가 등급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평가원에 따르면 KT는 100개 기업 중 12번째로 점수가 높았다. KT는 올해 1분기 환경(E) B+, 사회(S) A+, 지배구조(G)로 ESG종합 등급은 A+다. 특히 지배구조는 가장 높은 등급인 S다.

따라서 평가원은 현행 KT 이사회 제도는 문제가 없다고 분석했다. 현행 제도에 따라 이사진을 선임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KT 지배구조 개선 방향은 평가원의 분석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KT 뉴거버넌스 TF는 정관에 대표이사 자격 요건으로 있는 ‘정보통신 분야 전문성’을 삭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이달 말에 있을 임시주주총회에 대표 선임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정관 변경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KT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후보 심사기준에는 ‘정보통신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포함돼 있다. 대표이사 후보자들은 이에 따라 심사 받고 부적격자에 해당되면 탈락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대표이사 후보 심사 평가 요소에서 전문성을 뺀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어느 정도 경영진으로 역할을 했던 사람이면 분야와 상관없이 올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계속 문제되는 것이 소위 ‘낙하산 인사’가 온다는 것”이라며 “‘전문성’ 요건이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는 효과가 있다. 평가 요소에서 전문성을 뺄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KT내부인사가 대표이사로 선임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특별히 누가 돼야 한다는 것은 없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서 부당한 외압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정도만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평가원은 KT 이사회 운영 개선방안도 제시했다. 평가원은 사외이사 독립성 제고를 위해 임기 3년 단임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사외이사 3년 단임제에 대해 노 변호사는 “독립성을 생각하면 단임제가 연임제보다는 낫다. 그러나 오래 연임하면 전문성이 생겨 문제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점도 있다. 장기간 연임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연임 자체가 안 된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이사 선임과 관련해 부당한 정권의 개입이 있어서는 안 된다. KT 대표가 내부인사냐 외부인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KT 기업 발전을 위해서 능력 있는 사람이 선임돼야 한다. 정권의 논공행상의 도구로서 KT가 활용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평가원의 내부인사 선임 주장은 사실 원론적인 내용이지만 국민연금이 개입하는 현 상황 때문에 강경해 보이는 부분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평가원 보고서에 대해 김우찬 고려대학교 교수는 “대담한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김우찬 교수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엄청난 위기가 있지 않으면 (대표이사는) 내부승진이 원칙이다. 위기 상황이 아닌데 외부 인사가 오면 그 회사를 아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일할 거냐고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를 구조조정해야 된다면 외부영입이 맞다. 그러나 평소에는 당연히 CEO승계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이를 결정하는 것은 독립적인 이사회가 해야 된다. 이건 원론적인 이야기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KT는 19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고 사외이사 선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6월 말에 임시주총에서 사외이사가 선임되면, 이들을 중심으로 향후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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