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국회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진단과 대안 모색 토론회’ 열려
“수탁자책임활동 미흡, 국민연금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해야” 한목소리

31일 국회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진단과 대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에는 (왼쪽부터) 원종현 국민연금기금운용 상근전문위원, 김종보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이찬진 참여연대 실행위원,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토론 좌장),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부장, 김태훈 민주노총 정책국장 등이 참여했다. / 조윤찬 기자
31일 국회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진단과 대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에는 (왼쪽부터) 원종현 국민연금기금운용 상근전문위원, 김종보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이찬진 참여연대 실행위원,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토론 좌장),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부장, 김태훈 민주노총 정책국장 등이 참여했다. / 조윤찬 기자

시사위크|국회=조윤찬 기자  국민연금이 기업에 대한 관여활동을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배구조 리스크가 지속되는 기업에 대해 공개 주주활동을 하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다. 그러나 관련 활동이 저조하고 KT와 같이 특정 기업에만 문제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수책위가 정권에 휘둘리지 않도록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김성주 의원 “스튜어드십 코드, 정치적 해석 반대”

지난달 31일 국회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진단과 대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김성주·강훈식·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경제개혁연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 등이 공동주최한 토론회다.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는 기관투자자가 투자대상회사를 점검하고 우려사항이 발견되면 주주이익을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은 2018년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 역할이 강조됐다. 수책위는 국민연금이 기업 이슈에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할지 방향을 결정해준다. 그러나 토론위원들은 국민연금이 의사결정에서 수책위를 배제하도록 하는 위원회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수책위의 결정에 따르게 되는 구조인데, 이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주 의원은 인사말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국민연금의 거버넌스를 허물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전문성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수책위에 검사출신 법률가를 임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인 김우찬 고려대학교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자기 입맛에 맞게 남용하고 있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것을 기금운용위원회 내부에서 통제하고 억제하는 기능이 실종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토론 발제를 맡은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이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노 변호사는 중점관리사안 기업이 2021년 80개, 2022년 79개였음에도 2022년 기준 공개중점관리 대상 기업이 없는 점을 꼽았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배당정책 수립 △임원 보수한도 적정성 △기업가치 훼손 사안 △지속적으로 개선이 없는 사안 등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선정하고 주주활동을 수행한다. 문제 기업이 개선이 없으면 수책위 의결을 거쳐 ‘공개중점관리 기업’으로 선정한다. 이후 국민연금은 해당 기업에 대해 기업명 공개, 의결권행사 연계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2018년에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가 공개중점관리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에는 해당 사례가 없다. 노 변호사는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활동 보고서 등을 통해 공개중점관리 대상이 없는 이유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수책위 패싱, 정권 바뀌고 회의 줄어”

토론회에선 수책위 구성과 역할 문제가 반복해서 언급됐다. 지난 3월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운영규정’을 개정해 수책위 구성을 변경했다.

개정 전에는 지역가입자단체, 사용자단체, 근로자단체에서 각각 3명씩 추천 받아 9명을 수책위 위원으로 선임했다. 현재는 전문가단체로부터 3명을 추천 받고 기존 단체들에서 2명씩 추천 받는 것으로 개정했다. 수책위는 상근 3명, 비상근 6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이에 대해 노 변호사는 수책위를 설치한 목적은 전문성뿐만 아니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가단체 위원을 추천하게 된 국민연금연구원의 경우 수책위의 독립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수책위의 업무를 무력화하는 행위를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제5조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해 수책위에 결정을 요청한 사안’ △‘수책위 위원 3분의 1 이상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수책위에 회부할 것을 요구한 사안’ 등에 대해 수책위가 판단하고 기금운용본부가 이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다.

이찬진 참여연대 실행위원(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금운용위원회는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를 신설했다. 해당 위원회는 △소유분산 기업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방향의 제시 △의결권 행사 기준의 적정성 검토 및 합리적 개선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상황 점검·자문 및 개선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이에 대해 이찬진 위원은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위반이고 수책위 업무와 중복되는 위원회를 만들어 수책위를 패싱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진 위원은 최근 국민연금이 낙하산 인사를 위해 KT 대표이사 선임에 개입한 것이 사회문제라며 수책위 활동이 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정권 바뀌고 수책위 회의가 줄었다”며 “주주총회 전에 매주 2회, 평소에는 월 2회 이상 회의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부장은 “비재무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주요투자자산에 대한 위험관리를 상시화하고 기금의 수익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목적이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연금은 안이한 태도를 보인다”고 했다. 이어 “기금운용위 회의가 열리면 매번 ‘몇 백개 기업에 대해 검토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바쁘다’, ‘비공개 대화 정도는 했으니까 아무일도 안한 것은 아니다’,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려고 해도 매뉴얼도 구체적이지 않고 해본 경험이 없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등의 내용 정도만 얘기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포스코가 국가 탄소배출량의 10%를 배출하고, SPC는 산재사망건으로 불매운동까지 벌어졌음에도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제시했다. 김정목 부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실무적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 “KT처럼 다른 기업에도 주주권 행사해야”

이날 토론회에는 ‘KT 새노조’가 KT 사외이사로 추천한 김종보 변호사도 참여했다. 김 변호사는 국민연금이 KT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문제 삼은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다른 기업에게도 적용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는 “주주로서 CEO 선임과정이 불투명했다고 문제제기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다. 나아가서 다른 기업에게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 이런 의견을 밝히지 않는다면 관치라고 의심을 받을 것이다. 국회의원분들이 9월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에게 따져 달라. 대통령이 특별히 관심 가졌기 때문인지, KT와 달리 다른 기업에게는 어떻게 했는지 감사가 필요하다. 대통령 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수책위가 독립적인 지위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원종현 수책위 상근전문위원(근로자단체 추천)은 “국민연금이 KT에 개입한 것은 기금운용본부 안에 있는 수책위와 논의한 것이 아니다. 서원주 본부장이 독립된 일탈로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그 후폭풍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감한 현안은 수책위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절차인데 이러한 것을 무시했다는 의미다.

이어 “수책위 결정 사항이 공개되는 순간 생기는 영향을 저희는 조심하고 있다”며 “수책위 결정에 대해 외부에서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절대 특정 의도에 따라 의결권 행사가 결정되지 않는다. 여러 관계기관에서 추천 받은 위원들이 치열하게 논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 전략기획실 관계자도 토론회에 방문해 잠시 지켜보다가 자리를 떠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들이 예의주시해서 보고 있다 보니까 어떤 것이 논의되는지 단순하게 확인하러 왔다. 토론회 자료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현대차·현대모비스는 KT 지분 7.79%를 보유하고 있어 국민연금(8.27%) 다음으로 KT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강은미 의원은 “국민연금 기금 지배구조가 정권에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부족한 제도가 없는지 살펴봐야 된다. 토론회에서 논의된 것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반영되게 다른 의원들과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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