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상장사 제일바이오가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 제일바이오 홈페이지
코스닥상장사 제일바이오가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 제일바이오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스닥상장 중소 동물의약품 전문업체인 제일바이오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그것도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인데, 소송이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 양상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혼란에 빠진 제일바이오의 경영권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게 될지 주목된다.

◇ 지분 증여해준 부친 해임하고 대표 올라… 가족 간 갈등 일파만파

최근 경영권 분쟁 양상을 드러내고 있는 제일바이오는 1977년 설립돼 4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동물의약품 전문업체다. 코스닥시장엔 2002년 상장했다.

제일바이오 경영권 분쟁에 얽힌 인물들은 창업주인 심광경 회장과 그의 장녀인 심윤정 제일바이오 대표, 차녀인 심의정 전 제일바이오 사장, 그리고 배우자인 김문자 씨 등이다.

경영권 분쟁의 복선이 된 것은 지난 4월 17일 공시된 임시주주총회 소집 결의다. 정기주주총회를 마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결정된 임시주주총회의 안건엔 심의정 전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포함됐다.

이어 같은 달 27일 대표이사 변경이 공시되면서 제일바이오의 경영권 분쟁은 수면 위로 본격 드러나기 시작했다. 40년 넘게 대표 자리를 지켜온 창업주 심광경 회장이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해임되고, 심윤정 대표가 그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로써 2022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처음 사내이사로 선임된 바 있는 심윤정 대표는 1년 만에 부친을 해임하고 자신이 대표를 맡게 됐다.

그러자 심광경 회장은 곧장 자신을 해임한 이사회 결정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해당 결의의 효력과 심윤정 대표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켜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로, 오는 15일 심문기일이 잡혀있다.

이후 심광경 회장의 배우자인 김문자 씨는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를 요구하는 소송과 앞서 제일바이오가 소집을 결의했던 임시주주총회에 대한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핵심 안건은 심윤정 대표 및 김재윤 사외이사의 해임이었다. 김재윤 사외이사는 앞서 심광경 회장에 대한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결과적으로 제일바이오는 지난달 16일과 30일 잇따라 이사회를 열고 임시주주총회 안건을 변경 및 추가 확정했다. 당초 상정했던 심의정 전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을 비롯해 김문자 씨가 요구한 심윤정 대표 및 김재윤 사외이사에 대한 해임을 안건에 포함시킨 것이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우선 심광경 회장은 장녀인 심윤정 대표에 의해 해임돼 대표 자리를 빼앗겼다. 그리고 그의 배우자는 심윤정 대표의 해임과 차녀인 심의정 전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시킬 것을 요구해 성사시켰다. 즉, 심광경 회장과 배우자 및 차녀가 장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구체적인 갈등 배경이 베일에 가려져있을 뿐 아니라 의문을 키우는 대목도 존재한다.  먼저, 지난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심윤정 대표가 사내이사로 선임될 당시 심광경 회장은 25.39%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대표로서 영향력이 막강했다. 심윤정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데 그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보기 충분하다.

뿐만 아니다. 심광경 회장은 얼마 전 배우자와 세 자녀에게 자신이 보유 중이던 지분을 증여했다. 배우자 및 두 딸에게는 똑같이 5.02%에 해당하는 146만2,147주를, 장남인 심승규 전 제일바이오 대표에게는 그 절반을 각각 넘겨줬다. 불과 지난 3월 말에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장녀인 심윤정 대표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지 약 1년여 만이자 심광경 회장이 배우자 및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한지 불과 한 달여 만에 거센 갈등에 휩싸인 것이다.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전망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갈등에 휩싸인 심광경 회장 일가의 지분이 서로 비등하기 때문이다. 1분기 말 기준, 최대주주인 심광경 회장은 7.82%의 지분을 보유 중이고 배우자인 김문자 씨는 5.68%, 심윤정 대표와 심의정 전 사장은 나란히 5.2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심승규 전 대표의 지분은 2.51%다.

제일바이오 경영권 분쟁은 이달 중순을 지나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심윤정 대표의 사내이사 해임 및 심의정 전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다뤄질 임시주주총회가 오는 15일로 예정돼있는데다, 같은 날 심광경 회장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도 잡혀있기 때문이다. 

한편, 제일바이오는 2014년 400억원에 육박하기도 했던 연간 매출액 규모가 △2017년 279억원 △2018년 278억원 △2019년 229억원 △2020년 189억원 △2021년 169억원 △2022년153억원으로 뚜렷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가뜩이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큰 혼란까지 마주하게 된 제일바이오의 경영권을 누가 거머쥐게 될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제일바이오 ‘주주총회소집공고’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531002437
2023. 5. 31.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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