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제일바이오가 지난 17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공시했습니다. / 제일바이오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제일바이오가 지난 17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공시했습니다. / 제일바이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동물용 의약품 제조업체이자 코스닥상장사인 제일바이오는 지난 17일 ‘임시주주총회 결과’와 ‘대표이사 변경’을 공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기존 대표이사였던 심윤정 전 대표와 기존 사외이사는 이사에서 해임됐고, 심의정 전 사장을 비롯한 4명의 사내·사외이사가 새롭게 선임됐습니다. 아울러 지난 4월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던 창업주 심광경 회장은 다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습니다. 앞서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진흙탕 양상에 빠졌던 제일바이오가 또 한 번 중대 변곡점을 마주한 모습인데요.

제일바이오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제일바이오는 지난 4월 난데없이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습니다. 심광경 회장이 부인과 세 자녀에게 보유 지분을 증여한 것이 불과 지난 3월이었는데 말이죠.

되짚어보면, 분쟁의 시발점은 지난 4월 중순 결정된 임시주주총회 개최로 보입니다. 핵심 안건은 심광경 회장의 차녀인 심의정 전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이었습니다. 

제일바이오는 심광경 회장의 막내이자 장남인 심승규 전 대표가 오랜 기간 부친과 함께 경영을 이끌어오다 2016년 3월 물러났고, 같은 시기 차녀인 심의정 전 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돼 경영진에 합류했습니다. 그러다 2022년 3월 심의정 전 사장은 임기가 만료돼 사내이사에서 물러났고, 다시 장녀인 심윤정 전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아 사내이사에 선임됐죠. 그런데 그로부터 약 1년여 만에 심의정 전 사장을 다시 사내이사로 선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겁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경영권 분쟁은 4월 27일 공시된 대표이사 변경을 통해 수면 위로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심광경 회장이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에서 해임되고, 그 자리를 심윤정 전 대표가 차지한 건데요.

이때부터 제일바이오는 진흙탕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장녀에게 일격을 당한 심광경 회장은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등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법적대응에 나섰습니다. 또한 심광경 회장의 부인은 임시주주총회 관련 움직임을 꾸준히 밟아나갔습니다. 심윤정 전 대표의 해임 안건을 핵심으로 하는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과 주주총회 소집허가 요청을 제기했죠.

그러자 심윤정 전 대표 체제의 제일바이오는 심광경 회장과 심의정 전 사장 등의 업무상 배임 혐의가 확인됐다며 잇따라 고소했습니다. 그리고 배임 혐의자는 사내이사 후보가 될 수 없다며 예정돼있던 임시주주총회를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심광경 회장의 부인이 요청한 주주총회 소집허가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졌고, 우여곡절 끝에 이날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게 된 겁니다. 법원의 허가 결정으로부터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사이에도 배임 혐의에 따른 고소와 이사회 결의를 둘러싼 법적 공방 등 갈등이 끊이지 않았죠. 또한 배임 혐의에 따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으로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관련 절차가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제일바이오의 경영권 분쟁은 향후 어떻게 전개될까요?

우선, 이번 임시주주총회로 심윤정 전 대표는 역습을 당하게 된 모양새입니다. 부친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고 동생의 사내이사 선임도 가로막았지만, 이제는 자신이 해임되는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반면, 심광경 회장은 대표이사 자리를 되찾았고, 동생인 심의정 전 사장도 사내이사에 선임됐죠.

지분현황만 놓고 보면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이기도 합니다. 심광경 회장과 부인, 심의정 전 사장의 지분 합계는 23.86%에 달하는 반면, 심윤정 전 대표의 지분은 5.23%에 불과했기 때문이죠.

다만, 제일바이오의 경영권 분쟁이 이대로 막을 내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현재까지 양상으로 볼 때 심윤정 전 대표가 추가 대응 및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고, 심광경 회장 및 심의정 전 사장의 배임 혐의와 이에 따른 상장폐지 위기는 현재진행형인 사안입니다.

특히 심윤정 전 대표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님들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과거 경영진의 비위를 구체적으로 폭로하며 주주들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아무도 오지 않는 등 경영진을 너무 신뢰하다보니 과거 경영진들이 주주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큰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새로운 경영진들이 어떻게 회사를 꾸려나가는지, 관련 범죄혐의자들에게서 회사의 손해를 어떻게 보상받을 계획인지 등 주주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 겁니다.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제일바이오가 또 어떤 행보를 이어가게 될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제일바이오 ‘임시주주총회 결과’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817900462
2023. 8. 17.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제일바이오 ‘대표이사 변경’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817900464
2023. 8. 17.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