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시민단체 선진화 특위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3차 회의'에서 회의 결과 및 전장연 단체 관계자 증언을 공개하고 있다. / 뉴시스
하태경 시민단체 선진화 특위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3차 회의'에서 회의 결과 및 전장연 단체 관계자 증언을 공개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는 7일 국회에서 제3차 회의를 열고 ‘지하철 시위’를 진행했던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제보자’의 발언을 근거로, 해당 단체가 서울시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이를 지하철 시위 참여자에게 일당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전장연을 시작으로 여권은 시민단체에 대한 대대적 감사‧고발을 벼르는 상황이다. 불법을 들춰내 ‘혈세 누수’를 막겠다는 명분이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지지율 상승을 위한 정략적 행보라는 의구심이 새어 나온다.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태경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장연 관련해 저희가 어렵게 제보를 확보한 게 있다”며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지하철 방해시위에 참여한 게 돈 벌기 위해서 간 것이라는 취지의 증언이 있다”고 말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전장연 소속 전‧현직 회원 및 장애인 단체 관계자 등은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해 ‘급여’를 지급받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전장연 소속이었던 A씨가 지난 3월 ‘길거리 농성 점거, 과격한 형태의 일자리 시위는 장애인에게 버겁다’, ‘장애인 본인들도 싫어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장연 소속 B씨는 ‘(전장연 측이) 참여하지 않으면 잘라버리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전장연 소속은 아니지만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에 따르면, 전장연 소속 인사들이 ‘월급을 받기 위해 참여한다고 언급했다'고 하 의원은 전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당사자들이 꺼려해 추가 최종 확인은 못했다고도 부연했다. 하 의원은 “시위에 참여를 안 하면 월급‧일자리를 안 주겠다고 협박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며 “전장연의 윤리적 파산이라는 판단이 내려져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의 전장연 때리기는 정부의 ‘시민단체 투명성 제고’ 기조와 흐름을 같이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와 관련해 “보조금 비리에 대한 단죄와 환수 조치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3년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은 1만2,133개 민간 단체의 국고보조금 사업 6,158개에 대한 일제 감사 결과, 1,869건 부정‧비리가 적발됐고 314억원 가량 부정 사용 금액이 확인됐다. 

국민의힘은 이를 고리로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공기업‧공공기관에 대한 대대적 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시민단체의 외부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 기준을 강화하는 취지의 입법 추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제출 의무 대상 기준은 연간 보조금 10억원 이상이었지만, 이를 3억원으로 하향해 감사 대상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미다.

◇ 시민단체 때리기 속내

국민의힘이 내건 명분은 ‘비정상의 정상화’다. 그간 시민단체가 제대로 된 감사 없이 부정과 비리를 반복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이를 손봄으로써 세금 누수를 막아야 한다는 게 주된 명분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이 같은 강공 일변도에 정략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는 시선도 다분하다. 국민의힘이 이를 비판하며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따져 묻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기현 대표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시민단체라는 허울을 쓴 채 실제로는 정권 호위무사 역할을 하고 정권은 그 대가로 혈세를 퍼준 후 돈을 떼어먹어도 눈감아 주는 공생적 동지 관계를 구축했던 사례가 수두룩할 것”이라고 쏘아붙인 바 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가 퍼준 보조금, 이념 정권 유지비였나”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비위의 근본적 원인이 ‘문재인 정부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즉각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숨겨진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몇몇 단체, 몇몇 사람의 부정‧비리를 침소봉대해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들을 민주당과 엮어 쓸어버리려는 의도가 노골적”이라고 표현했다.

이로 인한 진통은 예견된 모양새다. 사실상 보조금을 볼모로 정부가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불만이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팽배해지면서다.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원장은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시민단체를 도덕적으로 저급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견제, 감시 기능을 약화시키려고 하는 의도가 아닐까 보여진다”고 말했다.

집중 공격 대상이 된 전장연 측도 발끈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하 위원장이 이야기하는 것은 전형적인 짜깁기, 왜곡, 조작 편집”이라며 “장애인의 기본적 차별을 반대하고 권리를 외쳐왔는데 폭력 조장단체로 몰아세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의 주장과는 달리 전장연은 보조금을 받는 단체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여당의 이런 공세가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단체와의 짬짜미라는 주장도 내세웠다. 박 대표는 “윤 대통령 후보 시절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함께 전장연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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