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기구 위원장에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선임하는 발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기구 위원장에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선임하는 발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5일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코인 보유 논란’으로 불거진 신뢰도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출범할 혁신위원장 선임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현신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의 과거 이력 등을 두고 친명계(친이재명계)라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이 이사장의 과거 발언 등이 재조명되면서 적절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결국 이 이사장은 선임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퇴 의사를 밝혔다. 

◇ ‘이래경 혁신위’, 과거 페이스북 글 재조명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혁신기구를 맡을 책임자로 이 이사장을 모시기로 했다”며 “새로운 혁신기구의 명칭,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 지도부는 혁신기구가 마련한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민주당, 더 새롭고 더 큰 민주당을 만드는 일에 많은 국민과 당원 여러분이 함께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서울대 재학 시절 유신 독재 반대 시위를 주도했고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발기인으로 참여해 초대 상임위원을 맡았다. 1984년 신원엔지니어링을 창업했고, 독일 호이트와 합작해 만든 ‘호이트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김근태계 인사로 분류되는 이 이사장은 2019년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를 위해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 이사장의 선임배경으로 ‘성공한 CEO’와 ‘사회적 책임’을 위해 수십년간 공동체를 위해 활동을 했다는 점을 들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 이사장 추천에 대해 “당의 여러 사람이 추천했다”며 “이 대표는 추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추천한 혁신위원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래경 혁신위’는 첫발부터 삐걱거렸다. 이 이사장의 과거 발언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 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들”이라고 글을 남겼다. 또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미국이라고 주장했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하는 등 논란을 빚을 발언을 다수 했다.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은 이 대표를 향해 “현충일 선물 잘 받았다. 오늘까지 입장 밝혀주시고 연락 바란다”며 “해촉 등 조치 연락이 없으시면 내일 현충일 행사 마치고 천안함 유족, 생존장병들이 찾아뵙겠다”고 날을 세웠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스스로 망하길 작정한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 당내서 거센 반대 목소리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친명계에 가까운데다 과거 발언이 논란을 빚자 비명계에서 이 이사장 인선의 적절성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친명 논란’ 없는 혁신위를 출범시키기 위해 정치권에서 인지도가 낮고 김근태계 출신인 이 이사장을 선임했지만, 첫 단계부터 파열음이 난 셈이다. 

비명계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에 혁신위를 두겠다는 건 이 대표 체제의 결함과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것인데, 냉철하게 객관적이고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해 나갈 수 있는 강인한 인물이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그런데 혁신위원장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래경이란 분은 당내 논의도 전혀 안 됐고, 전혀 검증도 안 됐으며, 오히려 이 대표 쪽에 기울어 있는 분이라니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겠다. 황당무계하고 참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홍영표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혁신안을 만드는 전권을 혁신위원장에게 위임하는 것은 원외 인사가 중립적이고 냉철한 시각에서 당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도록 하는 취지”라며 “절대 한쪽으로 편중된 인사가 아닌 전문성, 중립성, 민주성, 통합조정능력을 가진 인사가 임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 이사장은 지나치게 편중되고 과격한 언행으로 음모론 주장 등으로 논란이 되었던 인물로 혁신위원장에 부적절하다”며 “과거 박재승,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기대와 역할을 되돌아보고 적합한 인물을 찾아야 할 것이다. 더 큰 논란이 발생하기 전에 이 이사장 내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이 대표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 이사장의 과거 SNS 글을 검토했느냐’는 질문에 “그 점까지는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검증이 미흡했다는 점을 에둘러 인정한 셈이다. 권 수석대변인도 이날 고위전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공직 후보자 검증이 아니고 상설 조직에 있거나 하지않기 때문에 공직 후보자처럼 철저하게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이사장은 이날 고위전략회의 이후 혁신위원장직을 고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이사장은 사의 표명문을 통해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에 매우 유감”이라며 “이는 한국사회의 현재 상황을 압축하는 사건이라는 것이 저의 개인적 소견”이라면서도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표가 야심차게 발표한 ‘이래경 혁신위’는 출항도 못해보고 좌초됐다. 이 이사장이 즉각 사퇴했지만 혁신위원장 인선으로 인한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이사장 사의 표명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본인이 사임을 하시겠다고 해서 본인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로 인선할 혁신위원장에 대해선 “역량이 있고 신망이 있고 그런 분들을 주변 의견을 참조해서 잘 찾아봐야 되겠다”고 말했다. 새 혁신위원장도 외부인사를 선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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