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구속기소된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인 공방에 돌입할 전망이다. / 뉴시스
지난 3월 구속기소된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인 공방에 돌입할 전망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3월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조현범 회장 측이 취하고 있는 재판 전략이 눈길을 끈다. 앞서 또 다른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을 당시 취했던 ‘반성 전략’과 달리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조현범 회장이 어떤 재판 결과를 마주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조현범, 혐의 부인하고 증거 효력 문제제기

지난 3월 200억원대 배임‧횡령 및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에 대한 재판은 지난 4월 21일 첫 재판을 시작으로 지난 7일까지 세 차례 재판이 열렸다.

세 차례 재판은 모두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쟁점사항 등을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이었다. 따라서 피고인인 조현범 회장은 재판장에 출석할 의무가 없었지만 모두 직접 출석했다. 또한 세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통해 조현범 회장 측이 이번 재판에 임하는 전략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먼저, 조현범 회장 측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계열사 부당 지원과 상황이 좋지 않은 지인 회사에 회삿돈을 빌려준 혐의에 대해선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부인했고, 슈퍼카를 회삿돈으로 구입한 혐의 등에 대해선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역시 부인했다.

조현범 회장 측은 또한 검찰 측이 제시하는 증거에 대해 이를 확보한 압수수색 과정에 위법성이 존재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해서 확보한 것이 아닌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 당시 임의제출된 자료이며, 당사자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증거능력도 없다는 주장이다.

검찰 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조현범 회장 측의 혐의 부인과 증거에 대한 문제제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증거에 대한 문제제기와 관련해서는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재까지 나타난 조현범 회장 측의 재판 전략과 치열한 공방 예고는 3년여 전 진행된 재판과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조현범 회장은 2019년 11월에도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당시 재판 과정에선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특히 1심 결심공판에서는 “매우 참담하고 참회하는 마음이다.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죄를 인정하고 사죄드린다. 어리석은 욕심과 생각으로 많은 분들이 고통 받은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앞으로 제가 어떤 경영인으로 기억될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과거를 거울삼아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이 같은 반성의 표현이 형량을 낮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지적에 대해선 “앞으로 제 행동을 보면 진정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조현범 회장은 당시 1심과 2심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며,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 ‘반성 전략’ 소기의 성과를 거뒀던 것이다.

이와 달리 이번 재판에서 조현범 회장 측이 180도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반성 전략’을 통해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조현범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 중에 다시 구속기소된 것일 뿐 아니라, 혐의의 내용이나 성격은 앞서와 유사하고 범죄 금액 규모는 더 크다. 앞서와 같이 구구절절 반성의 뜻을 밝혀도 선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죄가 인정될 경우 가중처벌이 불가피하다.

또한 이번 혐의도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조현범 회장은 여러모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수감생활과 이어질 취업제한으로 인해 장기간 경영공백이 불가피하고, 경영인으로서 저지른 잇단 범죄인만큼 대내외 신뢰 및 리더십을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조현범 회장은 이번 재판에서 오로지 무죄 판결만을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다. 형량을 떠나 유죄판결 자체만으로도 실형 및 가중처벌, 경영공백 등을 피할 수 없다.

다만, 조현범 회장의 전략이 이번에도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검찰은 6월 중에 조현범 회장을 추가 기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검찰은 조현범 회장을 구속기소한 이후에도 일감 몰아주기 및 뒷돈 수수 혐의를 추가 수사해온 바 있다.

한편, 조현범 회장 재판은 공판준비기일을 마치고 오는 14일부터 정식 공판에 돌입한다. 우선 검찰 측과 조현범 회장 측이 각자의 입장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다음 달부터 신문 절차 등 공방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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