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회장이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 3일 ESG보고서를 발간했다.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뉴시스
조현범 회장이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 3일 ESG보고서를 발간했다.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14번째 ESG보고서를 발간했다. 최대 화두이자 당면과제로 떠오른 ESG경영과 관련한 다채로운 활동과 성과, 그리고 중장기 미래 전략을 담은 보고서다. 하지만 ESG경영을 강조하는 한국타이어의 이러한 행보는 불미스런 혐의로 구속된 조현범 회장의 그늘에 가려 빛이 바래게 됐다.

◇ 14번째 ESG보고서… 조현범 구속기소는 빠져

한국타이어는 지난 3일 ‘2022/23 ESG보고서’를 발간하고, 이를 공시로 알리는 한편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82페이지 분량의 이번 ESG보고서는 한국타이어의 ESG관련 현황 및 활동, 그리고 성과 등을 자세하게 담고 있다. 이사회 내 최고 ESG 의사결정기구인 ESG위원회를 비롯한 ESG 관리체계부터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각 부문별 ESG 관련 사안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가 이러한 성격의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당시 CRS보고서를 시작으로 매년 발간해왔으며, 이번이 어느덧 14번째다. ESG경영 강화를 위한 한국타이어의 노력은 비단 ESG보고서 발간에만 그치지 않는다. 2009년엔 CSR 전담조직을 신설했고, 이듬해인 2010년엔 ESG 전략위원회 및 운영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또한 2021년에는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설치했고, 지난해 5월에는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발표하는 등 관련 행보를 꾸준히, 또 적극적으로 이어왔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의 ESG경영 노력을 고스란히 담은 ESG보고서는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의 그늘에 가려 빛이 바랜 모습이다.

한국타이어그룹을 이끌어온 조현범 회장은 지난 3월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전격 구속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과 형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 중인 계열사의 타이어몰드를 한국타이어가 비싼 값에 구입하도록 한 혐의와 회삿돈으로 구입 또는 리스한 슈퍼카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을 받는다.

특히 조현범 회장은 불과 3~4년여 전에도 구속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2019년 11월 역시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3년·집행유예 4년의 판결을 받았다. 집행유예 기간에 또 다시 유사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수장인 조현범 회장의 이러한 모습은 ESG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조현범 회장 구속기소 관련 내용은 한국타이어의 ESG보고서에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번 ESG보고서는 해당 기간이 2022년이지만, 일부는 올해 상반기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조현범 회장 구속 이후 발생한 대전공장 화재 관련 내용도 상세히 담겼다.

ESG보고서에 담긴 세부 내용과 조현범 회장의 불미스런 행보 사이의 괴리도 여러 군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이수일 한국타이어 대표는 ESG보고서를 통해 “윤리경영에 있어서도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자 노력한 한 해였다”며 “내부적으로 자발적인 윤리경영 실천이 가능하도록 임직원의 의지를 강화했고, 임직원 윤리경영 교육을 강화해 모든 임직원이 컴플라이언스 문화를 이해하고 실천하도록 독려했다. 한국타이어가 지향하는 윤리경영은 ‘올바른 일을 올바르게 한다’는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타이어의 ESG보고서는 정도경영 및 윤리경영 항목을 통해 △정도경영위원회 운영 △윤리경영 실천 서약 확대 △제보제도 활성화 및 내부 진단 운영 △윤리교육 강화 △임직원 윤리의식 함양 등 다양한 노력 및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조현범 회장의 모습은 이러한 메시지 및 내용을 무색하게 만든다. 더욱이 ESG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조현범 회장은 구속기소된 이후에도 등기임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영상 비위 혐의로 거듭 구속기소된 인물의 등기임원 유지는 그 자체로 ESG경영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한국타이어는 전문기관의 ESG 평가결과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한국ESG기준원은 지난 4월 2023년 1분기 ESG등급조정을 통해 한국타이어의 ESG통합등급을 기존의 B+에서 B로 하향조정했다. 부문별로는 환경부문이 B+에서 B로, 지배구조부문은 B에서 C로 낮아졌다. 이러한 조정의 배경으로 지목된 것은 대전공장 화재 및 조현범 회장의 구속기소다. 또한 한국타이어는 최근 발표된 서스틴베스트의 2023년 상반기 ESG평가결과에서도 B등급 이상에 들지 못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국타이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 관련사항’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703800123
2023. 7. 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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