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시멘트 가격 인상 소비자가 최종 부담… 정부, 양측 ‘만남의 장‘ 만들어야“
대한건설직자재협의회, 시멘트 제조사에 단가 인하 요구 및 가격 인상 근거자료 요청

시멘트 점유율 1, 3위 업체인 쌍용C&E와 성신양회가 내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 뉴시스
시멘트 점유율 1, 3위 업체인 쌍용C&E와 성신양회가 내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오는 7월부터 주요 건축 자재 중 하나인 시멘트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건설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현장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 분쟁이 발생 중인 가운데 시멘트 가격 인상까지 더해질 경우 공사비 관련 분쟁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건설업계는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도 높아진 공사비로 인해 분양가를 낮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멘트 가격까지 오르면 결국 최종 소비자인 실수요층의 부담이 늘어나고 이는 곧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건설업계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이 비정상적인 만큼 이번 시멘트 가격 인상과 관련해 정부가 나서 주기를 바라고 있다.

◇ 시멘트 제조사 ‘BIG 5’ 중 두 곳 내달 가격 인상 단행

최근 시멘트 시장 점유율 1위인 쌍용C&E는 오는 7월 1일부터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톤(t)당 10만4,800원에서 11만9,600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3위인 성신양회 역시 톤당 10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시멘트 업체들은 앞서 지난 2021년 6월 이후 현재까지 2년 동안 4회에 걸쳐 가격을 올린 바 있다. 2021년 6월 당시 톤당 7만5,000원이었던 시멘트 가격은 현재 10만5,000원대로 2년 만에 40% 가량 인상됐다.

쌍용C&E 등 시멘트 제조사는 제조원가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기요금의 급격한 오름세 등을 가격 인상 이유로 들었다. 제조원가에서 20%대 수준을 차지하는 전기요금이 올해들어 크게 오름에 따라 수익성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시멘트 업계 ‘빅(Big) 5’ 중 두 곳이 가격 인상을 결정함에 따라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삼표시멘트 등 남은 세 곳마저 가격 인상에 나설지를 두고 건설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들마저 가격을 올리다면 사실상 시멘트 업체 대부분이 가격 인상에 동참하는 것이다. 국내 시멘트 시장은 이들 ‘빅 5’ 업체가 전체 시장 점유율 약 95%를 차지할 만큼 과점 체계를 유지 중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와중에도 급등한 원자재가격으로 분양가를 낮추지 못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은 시멘트 가격 인상 소식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중재에 나서서 가격 조절 등의 조치를 취해주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사들은 시멘트 가격 인상을 소비자가 최종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에 중재 역할을 요구했다. / 뉴시스
건설사들은 시멘트 가격 인상을 소비자가 최종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에 중재 역할을 요구했다. / 뉴시스

◇ 건설업계 “정부, 건설사와 시멘트 제조사간 가격 협상 테이블 마련해야”

건설사들은 시멘트 인상과 관련해 아직까지 개별 및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건설사 다수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다른 원가가 오르기도 했지만 시멘트가 가장 많이 오른 품목 중 하나”라며 “한 번 오른 원자재가격이 아직까지 내려가지 않은 상황에서 시멘트 가격 인상까지 더 해진다면 큰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설사가 홀로 대응하기에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현재 건설사가 연합하거나 협회 차원 등에서의 준비된 공동 대응 방안이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멘트 업계가 가격 인상 단행 후 해당 가격 아래로는 공급하지 않겠다고 하면 건설사 입장에선 속수무책”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정부가 나서서 건설사와 시멘트 제조사간 중재의 자리를 마련해줬으면 한다. 더불어 가격 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도 제시했으면 한다”면서 “과거 물류 파업에 따른 시멘트 출하 공급 차질 사태 때도 정부는 뒤늦게 문제를 수습했다”고 꼬집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가격 인상 때와 마찬가지로 시멘트 가격이 오르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분양가나 공사비를 올릴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은 비용 부담은 결국 최종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시장 상황이 비상식적인 만큼 시멘트 등 원자재 관련해 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 마련이 어렵다면 정부가 협상의 테이블 마련해 양측이 적절히 가격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건설사 관계자는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 인상과 관련해 건설사가 나설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원자재 가격이 동결되도 힘든 상황인데 시멘트 가격까지 오른다고 하니 건설사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정부는 부동산 경기 침체를 이유로 각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더 낮춰야 한다고 하는데 최근 급등한 원자재가격이 이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건설사 및 시멘트 제조사 양측이 함께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시멘트 등 주요 자재와 관련된 채널을 확보해 섣불리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하도록 조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이하 ‘협의회’)는 가격 인상을 통보한 쌍용C&E 측에 공문을 보내 시멘트 단가 인하를 촉구했다.

협의회는 작년 하반기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 점을 근거로 시멘트 단가를 낮춰달라 요청했다. 특히 시멘트 제조 원가 비중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유연탄 가격이 전년 고점 대비 약 39% 수준으로 하락한 점을 시멘트 단가 이유로 내세웠다.

이와 함께 협의회는 각 시멘트 제조사에 ‘유연탄 및 전기요금과 관련된 공식적인 원가분석 근거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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