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이 지난 12일 부산 R&D 센터(가칭) 설립에 관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 삼성중공업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이 지난 12일 부산 R&D 센터(가칭) 설립에 관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 삼성중공업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삼성중공업이 부산시와 손잡고 부산지역에 새로운 R&D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가운데, 본사이자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지역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지역인재 유출로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 박종우 거제시장 “‘향토 기업’ 삼성중공업, 지역사회 우려 적극 고려해야”

지난 12일, 삼성중공업은 부산시와 ‘부산 R&D 센터(가칭) 설립에 관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체결식엔 박형준 부산시장과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이 참석해 손을 맞잡았다.

이날 부산시와 삼성중공업은 부산지역에 삼성중공업의 새로운 R&D 거점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양측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조선해양 분야 전문기술 인재 확보가 용이한 부산 시내에 11월까지 부산 R&D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며, 부산시는 이에 필요한 행정업무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약 500평 규모로 마련될 삼성중공업의 부산 R&D 센터는 해양플랜트 사업 설계·엔지니어링 기능을 중점적으로 수행하게 되며, 2024~2025년까지 200여명 이상이 신규 고용돼 상주 근무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체결식 직후인 13일부터 ‘부산 R&D 센터’에서 근무할 설계분야 전문인력 채용에 돌입했다.

기존에도 판교 R&D 센터와 대덕연구센터를 두고 있던 삼성중공업 측은 부산 R&D 센터를 설계·연구 거점으로 육성해 유기적 협업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부산·경남권 인재 채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시 측은 “국내 대기업들의 R&D 센터가 젊은 고급인력 유치를 위해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요즘, 삼성중공업 부산 R&D 센터 유치는 매우 이례적인 성과”라 높게 평가하며 “이를 토대로 수도권에 집중된 고부가 지식서비스기업의 유치를 확대해 지역의 청년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는 ”삼성중공업이 세계 초일류 조선해양기업 도약을 위한 도전을 부산시와 함께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지역인재 채용 및 정착에 기여하는 등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삼성중공업이 부산시와 함께 당찬 포부를 밝힌 다음날, 삼성중공업 본사이자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지역에서는 불편한 반응이 나왔다. 박종우 거제시장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삼성중공업의 부산 R&D 센터 설립에 대한 우려의 뜻을 밝힌 것이다.

박종우 시장은 “삼성중공업의 부산 R&D센터 설립은 거제지역의 귀한 인재들이 떠나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지역 인재 유출이 지속되면 거제의 경제 발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이 자칫 회복돼가는 지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거제의 역사와 함께 걸어온 향토 기업인 삼성중공업은 경제 논리에 앞서 지역 사회의 우려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대응해야 할 소명이 있다”고 지적했다.

‘제2의 수도’ 부산시와 우호적인 관계를 다지며 새로운 R&D 거점을 구축하고, 지역인재 확보 및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 삼성중공업이 한편으론 ‘고향’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하며 지역 민심 달래기라는 숙제를 떠안게 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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