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주민 동의 과정 등 고려 없이 조사 기간 짧아… 건설사 독박 비용 부담도 문제 ”
원희룡 국토부 장관 “지금은 국민 우려 해소 위해 책임 소재 및 비용 문제 따질 상황 아냐”

정부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아파트 293개를 상대로 두 달간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 뉴시스
정부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아파트 293개를 상대로 두 달간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최근 철근이 누락된 LH 아파트 및 시공사를 공개한 정부가 조사 범위를 넓혀 민간아파트 290여개를 상대로 전수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번주부터 LH 아파트 때와 마찬가지로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아파트를 중점적으로 조사해 오는 9월말 조사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다.

정부가 LH 아파트에 이어 민간아파트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하자 건설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부실 시공사’ 낙인까지 찍히게 된다면 향후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건설사들은 정부 조사와 별개로 자체 조사 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각에서는 2개월 만에 정부가 수백여 아파트의 부실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정부, 무량판 구조 민간아파트 293곳 대상 조사 착수

지난 3일 국토교통부는 부실 공사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아파트 상대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조사대상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가운데 시공 중인 현장 105개소와 2017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 188개소 등 총 293개소다. 국토부는 7일부터 전수조사를 실시해 오는 9월말까지 조사를 완료해 10월 중 조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 기간 동안 국토부는 전문인력과 장비를 갖춘 민간 안전진단전문기관을 선정해 점검을 실시하고 점검 결과는 국토안전관리원이 확인토록 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시공 중인 단지는 현장별로 이미 지정돼 있는 안전진단전문기관을 통해 긴급 안전점검을 펼치고 준공단지는 민간안전전문기관을 선정해 점검한다.

점검 범위는 지하주차장 등 공용부분을 비롯해 주거동까지 모두 포함됐다. 또한 정부는 조사 결과 발표 이후 필요할 경우 2017년 이전 준공 단지까지 조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조사 결과 철근 누락 등이 발견된 단지는 올해 연말까지 시공사가 보수·보강 작업을 실시토록 하고 시공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발견된 설계·시공·감리 업체는 관계 법령에 따라 영업정지·벌금부과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지난 4월 말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뉴시스
지난 4월 말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뉴시스

◇ 건설사 “정부, 부실 공사 의혹 관련 책임·비용 모두 떠넘겨”

이번 정부 조치에 대해 주요 건설사들은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부실 시공사’라는 딱지로 인해 불어 닥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주요 건설 현장에서 도면검토 및 현장점검에 나선 상황”이라며 “부실 공사와 관련해 국민적 공분이 큰 상황에서 조사 관련 비용을 시공사가 부담하는 것은 적정하다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안전진단전문기관을 선정해 국토안전관리원이 점검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을 도입한 만큼 두 달여간의 조사기간 동안 여러 부실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B건설사 관계자 역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면 조사 비용 부담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건설업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며 정부 조사에 동참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시공 과정이 아닌 설계 누락·오류 등의 실수도 모두 건설사 책임으로 떠넘긴다며 다소 억울하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또한 이번 조사비용을 두고 조사 과정 중 잘못이 드러나지 않았을 경우 해당 비용까지 건설사에게 부담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C건설사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현재 골조를 타설 중인 30여개 현장을 대상으로 자체 점검 중이며 이미 점검이 완료된 곳도 있다”며 “현재까지 조사가 완료된 곳에선 큰 문제가 없었고 이달 중으로 점검을 끝낼 계획”이라고 알렸다.

다만 그는 “정부 조사대상에 현재 시공 중인 현장 뿐만아니라 준공단지까지 포함돼있어 조사 비용이 어느 정도 될지 추산할 수 없다”며 “LH에서 시공 중인 한 현장의 주차장 점검 비용만 수백여만원이라고 들은 바 있다. 조사 비용이 회사에 큰 부담이 될 수준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조사와 관련해 입주민들의 협조 여부도 걱정거리 중 하나”라고 우려했다.

2개월간 조사 기간에 대해선 “시공 중인 현장은 비교적 빠른 조사가 가능할지 모르나 준공이 끝나 입주가 완료된 단지의 경우 주민 동의 과정 등이 필요한 만큼 이라고 다소 촉박하다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D건설사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조사 대상에 속한 아파트 단지 리스트를 전달 받은 뒤 자체 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문제가 확인된 곳은 없었다”며 “이번 조사에는 주거동도 포함됐는데 주거동의 경우 기둥 자체도 두껍고 기둥 간 간격도 좁다. 또 지하주차장과 달리 하중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편이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그간 사용돼 왔던 무량판 구조를 마치 사고 주원인으로 싸잡아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같다”면서 “아울러 설계 누락·오류 등과 같이 시공사가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도 모두 시공사에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듯 하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건설사에게 조사 관련 비용 모두를 부담토록 한 것은 다소 부당한 측면이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조사 기간과 비용에 대한 지적은 계속 제기됐다. E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조사 대상 통지 이후 해당 단지를 상대로 자체 점검에 나선 상황”이라며 “정부가 조사 비용을 건설사가 부담토록 했는데 부실이 드러나면 당연히 이를 부담해야한다. 허나 조사 후 아무 부실도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조사 비용을 건설사가 부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조사 기간의 적정 여부에 대해선 “개인 의견으로 두 달은 너무 짧다고 판단된다”면서 “지하주차장 조사를 위해 차량을 빼려면 주민 협조가 필요하고 특히 주거동은 주민들이 입주해 생활 중인 만큼 동의 이후 이주 등의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처럼 비용·시간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조사 대상도 전체가 아닌 임의로 선정한 만큼 심도 있는 조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무량판 구조 민간아파트 조사와 관련된 우려에 대해 “지금은 책임 소재 및 비용 문제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 뉴시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무량판 구조 민간아파트 조사와 관련된 우려에 대해 “지금은 책임 소재 및 비용 문제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 뉴시스

◇ 원희룡 장관 “지금은 책임 소재 및 비용 문제 따질 상황 아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아파트의 조사 비용 부담 문제 등을 둘러싸고 건설업계로부터 많은 우려가 제기되자 8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지금은 책임 소재와 비용 문제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이를 일축했다. 

원희룡 장관은 “무량판 구조 적용 민간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가 건설사에 부담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안전문제를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무량판 구조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준에 맞게 설계했는지, 철근을 제대로 넣고 시공했는지, 시공 과정에서 감리가 제대로 관리감독 역할 했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는 것이 이번 전수조사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민간아파트 293개소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결과를 오는 10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무량판 구조 안전대책, 건설 이권 카르텔 혁파방안 등도 조만간 별도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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