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을 방문해 LH관계자로부터 현장 상황보고를 듣고 있다. 지난 4월29일 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하주차장 1~2층 상부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GS건설 측은 공식 사과하고, 단지 내 아파트를 모두 철거한 뒤 전면 재시공하는 수습안을 내놨다. / 뉴시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을 방문해 LH관계자로부터 현장 상황보고를 듣고 있다. 지난 4월29일 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하주차장 1~2층 상부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GS건설 측은 공식 사과하고, 단지 내 아파트를 모두 철거한 뒤 전면 재시공하는 수습안을 내놨다. / 뉴시스

시사위크=정현환 기자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온다는 소식에 부실공사 논란을 빚고 있는 인천 검단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 입주예정자 19명이 삽시간에 길거리를 메웠다. 한 아버지는 한 손에 '붕괴 사고 대책 없는 LH 카르텔 두목' 푯말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딸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이끌고 왔다. 한 여성은 “LH 대답 좀 해”라며 눈물을 흘렸다. 폭염경보 발령된 무더위에 사람들은 왜 길거리로 나왔을까.

◇ '아파트 무너지고 내 삶도 무너졌다'

2023년 4월 29일 밤 11시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무너졌다. 이 건설 현장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하고 GS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았다. GS건설은 5월 9일 “초음파 촬영을 통해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부분을 발견했다”며 “지하 주차장 지붕 층 전체 700여 곳 중 30여 곳에서 상부와 하부 철근을 연결해 주는 전단보강근이 설계와 달리 시공 당시 누락됐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7월 5일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발표했다. △설계와 시공, 감리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의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이 문제였다고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월 2일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 중지 명령을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 1일 국무회의를 열고 부실공사의 근본 원인으로 ‘건설 업계의 이권 카르텔’을 꼽으며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도 움직였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4일 '아파트 무량판 부실공사 진상규명 및 국민안전 TF’를 발족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김 의원장은 이날 “건설 업계에 만연한 부조리가 있다면 무엇이든 밝혀내고 바로 잡겠다”며 “향후 (법을) 위반하거나 부실 공사하면 회사 문 닫아야 할 정도의 확실한 법 제도를 만드는 게 목표다”고 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움직였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후 3시 인천 검단 LH 아파트 부실공사 현장을 찾아 “(완전 철거 후 재시공 되면) 주민 입장에서 입주가 5년이나 늦어지는 상황이니 날벼락 같은 일이다”며 “이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노력하고 도움이 되는 방안을 최대한 찾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오늘 오전 국민의힘에서 이런(부실공사) 잘못된 관행들을 반드시 뿌리 뽑는데 여야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는데 언제 여당을 만나서 처리할 것인지’를 묻는 <시사위크>의 질문에 “국민 안전 문제이기에 여야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며 “여야가 힘을 합쳐서 국민 안전을 지키고 입주민의 애로를 해소하는 데 힘을 모아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김순영 입주예정자협의회 부회장(왼쪽)이 울먹이자 먼저 허리를 숙이고 손을 내밀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 사진=정현환 기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김순영 입주예정자협의회 부회장(왼쪽)이 울먹이자 먼저 허리를 숙이고 손을 내밀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 사진=정현환 기자

◇ 중도금 대출자의 이자문제도 난제

“대표님 제발 저희 말을 들어주세요.” 김순영 입주예정자협의회 부회장(44·인천)이 박 원내대표를 보고 울먹였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먼저 허리를 숙이며 손을 내밀었다. 

김순영 부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입주민은 총 1,666세대다. 다양한 고충과 어려움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주거 문제다”며 “12월 29일 입주 예정으로 이사 준비 중이었는데 1,666세대 모두가 어긋났다. 모두 철거되고 재시공되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데 그동안 어디로 가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탄했다.

이어 “지난주 금요일(7월 28일)에 LH를 만났다. 빈손으로 나왔다. LH는 GS건설에서 아무런 제안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해줄 말이 전혀 없다고 했다. 오늘 박 원내대표가 다녀간 뒤에 다시 LH를 만났지만, 지난주와 똑같은 말만 했다”고 전했다. 

또 “우리 단지는 1가구 1주택밖에 없는 무주택자들이 청약을 넣었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많은데 ‘5년 뒤 살아서 입주할 수 있을까’라며 걱정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며 “아이들은 학교가 걱정인데, 초등학교 때 이사 와서 학교 다녀야 할 아이가 중학교 때 입학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와 직장, 출퇴근뿐만 아니라 대출받으신 분들도 문제다”며 “중도금 대출을 1, 2차 다 받으신 분들이 상당히 많다. 이들은 아파트 공사가 중지됐음에도 6.42%의 고금리 이자를 매달 내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4월 29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이후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가정이 다 무너졌다”며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많이 늘어났다.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분이 있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을이 지역구인 신동근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현장을 찾았다. ‘지역구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냐’는 <시사위크> 질문에 “인천 검단 LH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로 비슷한 시기에 공사가 진행된 주변 아파트 단지 입주예정자들은 많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철근 누락이나 설계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지만, 콘크리트 강도 문제나 철근과 콘크리트가 잘 조화가 안 된 것 등의 부실시공이 상당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입주 지연에 따른 피해 보상 문제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며 “사업 시행자인 LH와 시공사인 GS건설 그리고 입주자 등 이해당사자들 간의 조속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추후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근본적인 원인 진단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인천 검단 LH 부실공사 아파트 단지에 온다는 소식에 입주예정자들이 모여 들었다. / 사진=정현환 기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인천 검단 LH 부실공사 아파트 단지에 온다는 소식에 입주예정자들이 모여 들었다. / 사진=정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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