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 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남양주 아파트 주차장 철근 부족 등 이슈 터져
2018년 이후 수년간 끌어온 시흥 은계지구 ‘검은 수돗물‘ 이슈도 쟁점화

검단 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연이어 관리 감독 부실 의혹이 제기되면서 LH의 책임론이 부상됐다. / 뉴시스
검단 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연이어 관리 감독 부실 의혹이 제기되면서 LH의 책임론이 부상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인천 검단 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LH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LH가 공급한 아파트 곳곳에서 철근 누락, 검은 수돗물, 기둥 균열 발생 등 관리 부실에 따른 문제점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LH의 각종 관리‧감독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0일 LH서울지역본부에서 이한준 LH사장, 경기 시흥시 관계자 등과 회의를 갖고 LH에 대한 쇄신을 약속했다.

당시 원희룡 장관은 “공공기관인 LH부터 심판대에 올라 스스로 회초리를 들고 변화해야만 국민안전을 도외시하던 건설 분야 이권 카르텔과 비정상적인 관행을 근본적으로 혁파할 수 있다”며 “조금이라도 의혹이 있거나 책임이 있으면 철저히 조사해 인사조치, 수사의뢰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고 다시는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LH에 대한 전수조사를 명했다.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해 “(LH가 발주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를 전수 조사하고 즉시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원희룡 장관에게 지시했다.

◇ ‘무량판 구조’ 적용 단지 15곳에서 철근 미흡 적발

지난 28일 LH는 과거 발주했던 경기 남양주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상대로 자체 점검을 진행한 결과, 기둥 16곳 중 15곳에서 보강철근이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LH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무량판 구조’로 설계됐다. 

‘무량판 구조’는 건축구조 방식 중 하나로 수직재의 기둥에 연결돼 하중을 지탱하고 있는 수평 구조 부재 ‘보(대들보, beam)’가 없고 수직재 기둥에 슬래브(slab)가 바로 연결된 방식이다. ‘보’가 존재하지 않아 수평하중에 비교적 취약하고 지진 등이 발생할 경우 연쇄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김상모 기술인증사협의회 이사가 지난 2014년 게재한 ‘무량판 구조 형식의 건물 시공시 유의사항’ 논문에 의하면 ‘무량판 구조’ 적용시에는 △충분한 양생기간 △상부 콘크리트 타설하중과 거푸집 등 작업하중이 적재하중보다 크지 않는지 여부 △하중을 고려치 않은 동바리(임시지지대) 조기해체 금지 등 여러 요건을 고려해야 한다.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LH 발주 아파트 단지는 현재 91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LH는 91개 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LH 발표에 따르면 이들 15개 단지를 시공한 건설사들은 현재 보강 공사에 착수한 상태다. 보강 공사가 진행되는 각 단지별 지하주차장 상부에는 입주민 주거 중인 건물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한 달이 채지나지 않은 올해 5월에는 LH가 발주한 행복주택 동탄2 LH40 단지 내 지하주차장에는 기둥 및 벽면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균열이 발생한 지하주차장은 현재 시공사가 임시 보강 조치에 나선 상태다.

지난 30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좌)과 이한민 LH 사장이 검단 주차장 붕괴사고 및 시흥 은계지구 ‘검은 수돗물‘ 사태 등에 대해 사과했다. / 뉴시스
지난 30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좌)과 이한민 LH 사장이 검단 주차장 붕괴사고 및 시흥 은계지구 ‘검은 수돗물‘ 사태 등에 대해 사과했다. / 뉴시스

◇ ‘검은 수돗물’ 은계지구 입주민, 감사원에 LH 상대 공익감사 청구

아파트 부실 공사 논란에 이어 수년간 해결되지 않고 있는 한 아파트 단지의 ‘검은 수돗물’ 논란도 최근 다시 쟁점화되고 있다.

LH가 지난 2012년 발주해 2017년 준공한 경기 시흥시 은계지구는 1만3,000여가구가 입주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문제는 해당 단지 입주민들이 입주 이후 민원 제기한 2018년 이후 현재까지 ‘검은 수돗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검은 수돗물’의 정체는 수도관이 녹슬지 않도록 내부에 입힌 플라스틱 계열 에폭시가 떨어지면 물과 섞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LH는 상수도 교체를 위한 연구에 착수했고 이후 수도관 납품업체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으나 실질적인 조치는 차일피일 미뤄져 현재까지 해결된 점은 없었다.  

결국 은계지구 입주민 대표 등은 지난 26일 시흥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에 LH를 상대로 한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 LH “후속조치에 만전 기할 것”

LH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남양주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에 대해 “설계도상 철근 보강 등의 내역이 모두 표기돼 있다”며 “따라서 철근 누락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시공사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입주자와의 협의 아래 지지대 추가 설치, 기둥 사이 철근 보강, 슬래브 보강 등 보강 공사를 시행 중”이라며 “대략 9월말까지는 보강공사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또 “경기 화성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기둥‧벽면의 균열 역시 최초 발견 이후 시공사가 보강 조치에 착수한 상황”이라며 “다만 콘크리크 강도 부족과 관련된 전체 조사는 아직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금일(31일) 오후 4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 및 이한민 사장 등의 브리핑 내용에서 언급했듯 철근 부족 사실이 밝혀진 ‘무량판 구조’ 적용 지하주차장 보유 단지에 한해 모두 보강공사를 진행한다”며 “이 과정에서 책임 있는 관계자의 부주의나 위법 사실 등이 드러날 시 행정처분 및 수사의뢰 등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관계자는 “‘검은 수돗물’이 나온 시흥시 은계지구는 오는 8월말까지 수도관 교체 설계를 완료해 올 12월말까지 모두 교체할 계획”이라며 “앞서 이한민 LH 사장은 입주민들의 공익감사 이전 상수도 전면 교체를 약속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편 31일 오후 정부가 공개한 철근이 누락된 15개 단지는 △파주운정 A34 △충남도청이전 신도시 RH11 △수서역세권 A3(분양 포함) △수원당수 A3(분양 포함) △오산세교2 A6 △남양주별내 A25(분양 포함) △음성금석 A2 △공주월송 A4 △아산탕정 2-A14 △양주회천 A15 △광주선운2 A2 △양산사송 A2(분양 포함) △양산사송 A8 △파주운정3 A23(분양 포함) △인천가정2 A1 등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