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캠프데이비드 산장에서 걸프협력회의(GCC) 지도자들과 회담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는 모습. / AP-뉴시스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캠프데이비드 산장에서 걸프협력회의(GCC) 지도자들과 회담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는 모습. / AP-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오는 18일(현지시간) 한미일정상회의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다.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이 아닌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이 만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캠프 데이비드’가 미국 현대 외교에서 역사의 상징 장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캠프 데이비드’는 수도 워싱턴 D.C.에서 북쪽으로 113㎞ 떨어진 메릴랜드 주 프레데릭 카운티 캐록틴 산에 있는 미국 대통령 전용 별장이다. 공식적으로는 미국 해군·해병대에서 관리하고 있다. 한국 해군이 관리하는 한국 대통령 별장으로 경남 거제 저도의 ‘청해대’가 있다. 

이곳은 1942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워싱턴 D.C.의 여름 더위를 피하기 위해 별장으로 선택했다. 산악지대여서 여름에 서늘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은 별장의 이름을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수평선’에 나온 완벽한 산왕국의 이름을 따 ‘샹그리라’라고 지었다. 1945년에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이곳을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지정했다. 

이곳에 ‘캠프 데이비드’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1953년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자신의 손자 데이비드 아이젠하워의 이름을 따 ‘캠프 데이비드’라고 불렀다. 

‘캠프 데이비드’는 왜 미국 외교의 역사를 상징하는 것일까. 미국 외교사에 중요한 합의들이 이 곳에서 이뤄져서다. 가장 먼저 루즈벨트 대통령은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와 이곳에서 노르망디 상륙 작전 계획을 수립했다. 처칠 총리는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초청해 미소 관계 개선을 논의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소련은 군사대결을 지양하기로 합의한다. 두 정상은 함께 미국 서부극 영화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은 적대적이었던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중재에 나섰다. 이에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은 열흘이 넘는 협상 끝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 협정으로 베긴 총리와 사다트 대통령은 1978년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한다. 

이밖에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등 각국 정상들이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해 미국 대통령과 우의를 다졌다. 2020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도 이곳에서 열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됐다. 

한국 정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처음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이곳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친교를 과시한 바 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골프 카트의 운전대를 잡고 부시 대통령이 조수석에 앉은 사진이 화제의 장면으로 남았다. 

미국 대통령들이 이곳에서 중요한 협상을 벌인 것은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는 분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의전 중심으로 돌아가는 백악관과 다르게 ‘캠프 데이비드’는 좀 더 격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 또 대통령 전용 별장이라는 장소의 특성상 초청 대상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한미일정상회의가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데 대해 미국 측에서 이번 회의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한미일정상회의를 주요 외교 성과로 부각시키려는 목적이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이곳에서 격의 없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3국 간 밀도 있는 논의를 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만큼 한미일 정상이 친밀하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에 이번 한미일 정상 간 친교 시간에는 어떤 친밀한 모습이 포착될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미일 정상은 3자 회의를 진행한 후 친밀한 분위기에서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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