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에서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에 대응해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에서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에 대응해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정부가 폐지된 ‘의무경찰’ 제도를 재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강력범죄를 예방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의무경찰은 인구가 감소하는 현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 정부에서 폐지를 결정한 바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다.

◇ 경찰청장 “기존 병력 수급 늘어나는 것 아냐, 국방부와 협의할 것”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에서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에 대응해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의무경찰제도 도입 방안이 포함됐다. 경찰청은 길거리에서 국민들이 볼 수 있는 경찰 인력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의무경찰은 군에 복무하는 대신 경찰의 치안 보조 인력으로 일하는 전환 복무 제도다. 과거 의무경찰은 육군의 병력을 경찰 측에 지원해주는 형태로 운영됐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의무경찰 단계적 감축 및 경찰인력 증원방안’을 발표해 단계적으로 인력을 감축했다. 의무경찰뿐만 아니라 해양경찰과 의무소방원도 감축 대상이었다. 당시 정부는 인구가 줄어 입대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을 의경과 같은 전환 복무제도 폐지의 이유로 들었다. 단계적으로 축소된 의경은 지난 4월 마지막 기수의 전역을 끝으로 폐지됐다.

이날 정부는 폐지된 지 4개월 밖에 안 된 의무경찰 제도 재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길거리에서 경찰제복 가시성을 확대해 범죄를 예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흉기난동 사건 등 잇단 흉악 범죄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된 데 따른 것이다.

폐지 이전 의경은 경찰 제복을 입고 △집회·시위 관리 △교통 관리 △방범순찰 △정부청사·대사관·국회 경비 △축제 안전 관리 등의 업무를 했다. 의경은 경찰조직에서 순경 아래의 계급이다.

의경은 공무원 시험으로 임용된 경찰처럼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했지만 치안 보조 업무로 역할을 했다. 의경은 근무를 하다가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담당 경찰에 무전기로 보고하거나 지원요청을 하게 된다. 의경은 경찰 조직을 경험해볼 수 있고 도시에서 근무하는 점 때문에 군 입대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폐지결정 이전 의경은 전국에 2만5,000여명 규모였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범죄 상황, 테러, 사회적인 재난 상황에 24시간 상주하며 대응할 수 있는 자원이 필요하다”며 “신속대응팀 경력 인원으로 3,500명, 주요 도시 거점 개념의 방범순찰대 인력으로 4,000명 정도해서 8,000명 정도의 인력을 순차적으로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국방부와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목표 인력을 확보하는데 7개월에서 9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기존 병력 수급이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외부 활동할 수 있는 경찰력은 3만명 내외”라며 “기동대 인력과 특공대까지 운영할 생각이다. 민간 자율방범대 등 더 많은 사람이 길거리에서 가시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 군 자원 감소 규모, 과거 의경 인력보다 많아

문재인 정부는 군에 입대할 인적자원이 계속 줄어 의무경찰 제도 폐지를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4월 14일 서울 경찰청에서 열린 마지막 의무경찰인 1142기 합동전역식에서 전역자들이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전역신고를 하는 모습. / 뉴시스
문재인 정부는 군에 입대할 인적자원이 계속 줄어 의무경찰 제도 폐지를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4월 14일 서울 경찰청에서 열린 마지막 의무경찰인 1142기 합동전역식에서 전역자들이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전역신고를 하는 모습. / 뉴시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의무경찰 제도를 폐지한 것은 군에 입대할 인적자원이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병무청의 ‘병무통계연보’에 따르면 현역입영 대상자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현역입영 대상자는 각 연도별 12월 기준 △2018년 42만명(총 자원 119만명) △2019년 42만명(총 자원 111만명) △2020년 38만명(총 자원 102만명) △2021년 35만명(총 자원 97만명) △2022년 35만명(총 자원 94만명) 등으로 감소하고 있다.

입대 가능한 군 총 자원이 줄어드는 것에 비해 현역입영 대상자 수는 적게 감소했다. 일각에선 병무청이 현역병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정부는 2021년 10월부터 사회복무요원 대상자에게 현역 복무 선택권을 주는 등 현역병 규모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범죄의 심각성으로 인해 의경제도를 다시 검토한다고 했지만 군 인력이 줄어드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의경이 다시 도입되더라도 군 인력 문제로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의경은 군의 인력을 빌려 쓰는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폐지하기도 쉽다.

비용 면에선 과거에 비해 효과는 감소했다. 병장 월급이 20만원이 안 됐던 시절에는 직업 경찰 대비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병장 월급이 100만원이다. 향후에도 병사 월급은 올라 ‘내일 준비지원금’을 포함해 병장은 2025년 월 205만원을 받는다. 그래도 추가 수당은 지급되지 않아 경찰 대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지난 2019년에 의경을 전역한 A씨는 의경 재도입에 대해 “기존 의경은 적은 비용으로 했는데 직업 경찰들에는 높은 월급에 더해 야근 수당 등을 줘야 하니까 세금이 많이 들어가게 됐다”며 “방범순찰 등 비용 효율면에서 의경 제도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치안도 중요하지만 국방력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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