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8월 3일 오후 차량 돌진 묻지마 흉기난동이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한 백화점 인근에서 차량 돌진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 뉴시스
경찰이 지난 8월 3일 오후 차량 돌진 묻지마 흉기난동이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한 백화점 인근에서 차량 돌진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부와 여당이 이상동기 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흉악범죄자에 대한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을 공언한 데 이어 치안 강화를 위해 의무경찰제 부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범죄 억지력을 확보해 강력 범죄를 예방한다는 취지인데,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대책이 여러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는 데다 궁극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이유다.

◇ 정부 대책 두고 갑론을박

최근 잇따른 이상동기 범죄와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대책 마련에 부심이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22일 묻지마 흉악범죄 대책 마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가석방 없는 무기형’, ‘흉악범 전담 교도소 운용’ 등 강경책을 내놓았다. 또한 정부는 지난 4월 폐지된 의무경찰제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총 7~8개월 동안 7,500명에서 8,000명 정도를 순차적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운용할 방안을 국방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정부와 여당은 강력한 처벌을 통해 범죄 예방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흉악범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범죄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잠재적 피의자들에게 이 처분으로 인해 더 이상 당신들에게 인생의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무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인력 확충을 통해 치안 공백을 해소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게 의무경찰제 도입을 검토하는 까닭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금 경찰관들이 총 14만 명”이라며 “행정 인원 빼고 일반 파출소에선 4교대로 근무가 돌아가면서 실질적으로 매일 치안 유지에 투입되는 인원은 3만명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우리 밤길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상동기 범죄 예방을 위해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공감과 우려가 혼재돼 있다. 정부의 대책에 대한 부작용도 예견되는 상황에서 이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의 경우, 수형자의 기본권 문제가 불거질 것이란 지적이 대표적이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독일이나 유럽 인권재판소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인간 존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경제를 둘러싼 논란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의경을 도입해 치안 공백을 막겠다는 계획이지만, 문제는 입영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오히려 국방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용우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우리나라 병역 자원이 현재 50만이 안 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그 인력은 줄게 돼 있다”며 “자원을 빼돌려 치안, 경찰에 투입하겠다면 우리나라 국방은 어디로 가겠나”라고 지적했다. 선다윗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겠다’, ‘당장의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는 발상인가”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비판은 정부의 대책이 사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냐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이상동기 범죄의 경우 ‘처벌’을 각오하고 저지르는 범죄라는 점에서 엄벌주의가 만능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 역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최근 발생한 범죄의 경우 처벌이 약하기에 발생한 게 아니다”라며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발생한 사건은 더더욱 엄벌로 억제 효과를 볼 수가 없다”고 했다. 

근본적 대책을 위해선 이상동기 범죄들에 대한 원인을 정확히 구분하고 그에 따른 전반적인 정책 시스템 개선의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 교수는 “(최근 사건들이) 결과적으로 같은 모습으로 보일지는 모르지만, 원인과 대응책은 완전히 다르다”며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사회의 분노를 가진 사람들을 사회 속으로 녹여내는 사회 복지 차원의 제도들과 정신질환자에 대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관리하겠다는 내용들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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