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9일 내년 예산안 발표… 출연연 사업비 10.8%↓
과기정통부, “반도체·AI등 핵심 사업 예산은 오히려 6.3% 올렸다” 해명

정부가 29일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NST) 산하 출연연 25곳의 내년도 주요 사업비는 전년 대비 10.8% 줄었다./ 사진=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
정부가 29일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NST) 산하 출연연 25곳의 내년도 주요 사업비는 전년 대비 10.8% 줄었다./ 사진=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정부의 2024년 예산안 발표에 국내 과학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삭감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과학 연구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의 예산도 대폭 줄었다.

정부는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을 확정·의결했다. 발표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은 656조9,000억원 규모다. 638조7,000억원이었던 올해 본 예산보다 약 2.8% 증가한 수치다. 예산안은 내달 1일 국회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연말 확정된다.

문제는 과학 분야 예산이다. 예산안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NST) 산하 출연연 25곳의 내년도 주요 사업비를 삭감했다. 삭감 규모는 전년 대비 10.8% 수준이다. 

국내 대표 출연연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경우, 전년 대비 19%(약 300억원 규모) 정도 예산 삭감을 당했다. 기업 간 협력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기관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경우, 전년  대비 28.6%도 줄었다. 생기원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약 600억원이었던 주요사업비 규모가 4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출연연 외 KAIST, GIST, UNIST, DGIST의 4대 과학기술원도 10% 안팎으로 예산 삭감을 통보받았다.

이 같은 예산 감소에 과학계 관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글로벌 과학기술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예산 증액은 못할 망정 삭감이 이뤄지는 것은 한국 과학 연구의 퇴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의 경우, 지난 3월 연방연구개발에 대해 2,100억달러(약 277조5,36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미국 연방 R&D 중 역대 최대 규모 투자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수익이 적은 연구실의 경우, 정수기도 사비로 구매해야할 만큼 힘들었는데 이번 예산 삭감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이젠 물값도 제대로 못내는 출연연에서 계속 근무해야할지 회의감까지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8일 4대 과학기술원 학부 총학생회와 포스텍 총학생회, 서울대 자연과학대·공대 학생회, 고려대 총학생회 등도 성명문을 내고 “국내 이공계 연구중심대학, 대덕연구개발특구 출연연들은 1970년대 이후 이공계 인재 양성,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며 “정부의 R&D 예산 삭감은 연구 환경을 악화시키고, 연구의 질적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며, 예산 삭감 전면 재고를 촉구했다.

 ‘국가전략기술 특별위원회 제3차 회의’서 발표하고 있는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전략기술 특별위원회 제3차 회의’서 발표하고 있는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 같은 과학계의 반발에 과기정통부는 진땀 해명을 이어가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28일 해명자료를 통해 “정부 R&D 전반에 걸쳐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한 일환으로 출연연 예산도 10.8% 감액됐다”며 “하지만 인건비는 올해 수준으로 유지돼, 단기 연구과제 등 외부 과제 수주 부담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주요사업비 규모는 일부 감소했으나, 기관 간 협력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통합예산 1,000억원을 반영했다”며 “과기정통부는 통합예산과 효율화 과정을 통해 출연연이 창의적·도전적 연구에 집중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여러 과학기술분야 중 국가전략부문 핵심기술은 오히려 예산과 지원을 늘렸다는 것도 과기정통부 측 입장이다. 실제로 과기정통부는 29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국가전략기술 특별위원회 제3차 회의’를 열고, 국가전략기술로드맵을 심의·의결했다. 

과기정통부는 12대 국가전략기술 투자액을 지난해보다 6.3% 늘린 5조원이라고 발표했다. 12대 국가전략기술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인공지능 △차세대 통신 △첨단로봇·제조 △양자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첨단 모빌리티△이차전지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으로 구성된다. 

이날 발표된 로드맵은 이차전지,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 모빌리티 3개 분야에 관한 내용이다. 지난해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의결한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의 후속 조치다.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국가전략기술육성특별법의 9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앞으로 기술주권 확보를 위한 과학기술 정책 혁신과 수립·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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