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사태 조치 지켜본 건설사 LH 사업 수주에 신중한 움직임
올 상반기 공공분양 주택 착공 건수 1,713호… 전년 동기 대비 73% 급감

LH ‘철근 누락’ 사태가 내년 주택 공급 부족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 뉴시스
LH ‘철근 누락’ 사태가 내년 주택 공급 부족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LH ‘철근 누락’ 사태로 인해 내년부터 주택 공급량 축소 및 이에 따른 집값 상승이 우려된다는 전망이 업계 내에서 제기됐다.

LH가 기존 설계‧감리 전관업체와의 계약을 모두 해지함에 따라 새 업체 선정 등으로 인해 공사기간이 늘어나게 됐고, 시공사인 건설사들이 집중 제재로 LH 사업 수주에 소극적인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악화로 올해 상반기 건축 인허가 실적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건설업계는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  LH ‘철근 누락‘ 사태 파장

올해 4월말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발생 이후 지난 7월말 LH는 기존 체결한 설계‧감리 전관업체와의 계약(648억원)을 모두 해지했다. 또 입찰공고 및 심사절차를 진행 중인 892억원 규모의 설계‧감리 용역 진행도 전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LH의 공공주택 공급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 업체와의 계약해지로 인한 신규 설계·감리 업체 선정 절차 재진행, 변경된 설계·감리 적용 등으로 공사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업체가 LH를 상대로 소송까지 진행할 경우 공사기간은 더욱 연장될 수 있다.

‘철근 누락’ 사태로 데인 건설사들의 소극적인 LH 사업 수주 가능성도 변수다. 앞서 LH 아파트 시공사들의 조사 과정을 지켜본 건설사들이 향후 LH 사업에 적극 참여하지 않을 경우, 시공사 선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면서 사업 일정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종 지표 역시 내년 공급 부족 전망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공공분양 주택 착공 건수는 1,713호로 작년 상반기 6,362호 대비 73% 급감했다. 올 상반기 공공분양 주택 인허가 건수는 7,350호로 지난해 상반기 1만3,092호에 비해 43.9% 감소했다.

최근 전국 주택 공급 상황도 심상치 않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말 발표한 ‘7월 주택통계’에 의하면 7월 누계기준 전국 주택 착공 건수는 10만2,299호로 전년 동기( 22만3,082호) 대비 54.1% 줄었다. 전국 주택 인허가 건수는 20만7,278호로 지난해 같은기간(29만5,855호)보다 29.9% 감소했다

주택 공급부족 우려가 커지자 지난 8월 29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주택공급 혁신위원회’를 열고 향후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위원회에는 이한준 LH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겸 한국주택협회장 회장,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겸 대한주택건설협회장 회장,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등 건설업 관련 공공‧민간‧학계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했다.  

원희룡 장관이 지난달말 LH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시공사들에 대한 행정처분 계획을 발표했다. / 뉴시스
원희룡 장관이 지난달말 LH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시공사들에 대한 행정처분 계획을 발표했다. / 뉴시스

◇ 건설업계 “공공주택 공급감소 우려

실제 건설업계에서는 리스크(risk)가 큰 LH 사업 수주에 좀 더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A건설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이 크지 않은 LH의 사업은 그닥 매력적이지 않다”면서 “특히 ‘철근 누락’ 사태로 여러 건설사가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만큼 향후에도 계속 LH 사업 수주를 고려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현재 주택 사업은 지방보다는 입지 여건 및 수익성 등이 우월한 서울‧수도권 등에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심할 경우 공공 및 민간주택 사업도 이처럼 양극화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사 책임만 강조된 현 상황이 억울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B건설사 관계자는 “LH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 대부분은 LH가 채택한 설계 도면에 따라 시공만 했을 뿐”이라며 “허나 정작 피해는 시공한 건설사와 입주민들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LH가 발주한 아파트 대부분은 설계 도면대로 시공하는 도급공사 형태로 진행된다”며 “따라서 시공사가 LH에 설계 변경을 요구하기가 힘든 구조”라고 덧붙였다.

LH ‘철근 누락’ 사태가 공급 부족을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C건설사 관계자는 “인천 검단 아파트를 시공한 GS건설 컨소시엄의 경우 대표 건설사 한 곳이 전체 공사를 총지휘‧감독하고 나머지 건설사는 지분만 참여하는 공동이행방식 형태”라며 “하지만 결과는 GS건설을 포함해 컨소시엄에 참여한 다른 건설사까지 모두 행정처분을 받을 위기에 놓이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선례를 남기게 됨에 따라 LH 사업을 수주하려던 건설사들은 앞으로 더욱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는 결국 공공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D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LH 사업은 대도심 정비사업 경쟁에 뛰어들지 못하는 중소 건설사가 수익을 얻기 위해 많이 참여해왔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소 건설사는 함부로 LH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이는 결국 주거 안정을 위한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준다”고 진단했다. 

한편 LH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주택 공급 물량 및 일정 등이 일부 조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전체적인 공공주택 공급 계획은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설계‧감리 전관업체 계약 해지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 등에 따른 입주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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