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열리게 된 원내대표 선거. 이번 선거와 '홍문연'은 닮은 점이 있다. / 뉴시스
이재명(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열리게 된 원내대표 선거. 이번 선거와 '홍문연'은 닮은 점이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초한지’ 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를까. 사면초가의 상황이 된 항우가 노래를 하고 애첩 우미인이 자결하는 장면이 있을 것이고(사실 우미인의 자결은 정사엔 기록이 없다고 한다), 한신이 강을 등지고 진을 치는 ‘배수진’도 초한지에서 나왔다. 

사면초가, 배수진, 토사구팽 등 여러 성어도 이 시기 일화에서 유래된 것이 많고, 장기판 위에서도 항우와 유방은 ‘초’(楚)와 ‘한’(漢)으로 나뉘어 아직 싸우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홍문연’(鴻門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진나라 수도 함양 근처의 홍문에서 항우와 유방이 만났는데, 유방은 이때 죽을 고비를 가까스로 넘긴다. 

◇ 기원전 207년과 2023년의 ‘홍문연’

초나라의 회왕(초 의제라고도 불림)은 항우와 유방에게 병사를 나누어 진나라를 치게 했다. 유방은 관중으로 바로 진격하고 항우는 조나라 일대를 평정한 후 관중으로 내려가도록 지시했는데, 회왕은 함양을 먼저 점령하는 자에게 ‘관중왕’의 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당연히 경로가 짧은 유방이 함양에 먼저 들어가 함곡관을 막았는데, 이를 알게 된 항우는 격노했다고 한다. 

항백이 유방의 책사 장량(장자방)에게 항우의 총공격 계획을 알려주자, 장량은 함곡관을 막은 일에 대해 항우에게 사과하라고 유방에 조언했다. 유방은 항백을 통해 사과를 하고 혼담까지 나눴지만, 항우의 책사 범증은 다음날 유방이 찾아오면 목을 칠 것을 자신의 주군에게 진언했다. 

다음날 유방은 홍문의 항우 군영에 찾아가 사죄했고 항우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분위기가 잘 풀려 항우, 항백, 범증, 그리고 유방과 장량이 함께 술자리를 갖게 됐다. 범증은 계속 항우에게 유방을 죽이자는 신호를 보냈지만 항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진 범증은 항우의 친척 동행인 항장에게 검무를 추는 척 하며 유방을 베어버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항장의 검무를 본 항백은 이것이 암살 계획임을 눈치 채고 슬그머니 끼어들어 같이 칼춤을 추며 방해했다. 분위기가 험악하니 장량은 번쾌를 불렀고, 번쾌는 유방을 구하기 위해 연회장에 냅다 들이닥쳤다. 

번쾌는 당당하게 술을 청해 마셨다. 그리고는 “패공(유방)이 먼저 함양을 점령하고 대왕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인배의 말을 듣고 죽이려 하다니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했고, 민망해진 항우는 번쾌를 장량 옆에 앉혔다고 한다. 그 사이 유방은 몰래 자리를 빠져나가 부리나케 도망쳤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홍문연’이다. 

홍문연은 기원전 207년쯤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허구라는 지적도 있으나, 워낙 드라마틱한 장면이라 한번 쯤은 들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후대에는 홍문연을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벌이는 연회석’이라는 관용문구로 쓰기도 했다. 하지만 홍문연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기원전 207년과는 달리 2023년이라 날붙이가 없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6일 원내대표 선거를 실시한다. 이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사퇴한 박광온 원내대표의 후임 선출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 때문인지 4명의 후보 모두 친명계(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비명계(비이재명계)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등판하지 않았다. 

거기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25일 4명의 후보들에게 “이재명 대표를 지키겠다고 공개 선언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원내대표 선거가 ‘누가 비명계인지’ 찾는 자리가 됐다는 탄식도 나온다. ‘원내대표 선거의 형식을 빌어 비명계를 축출하는’ 상황과 홍문연이 많이 닮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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