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씨가 부산고등법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법부의 안일한 피해자 권리보호에 대해 A씨는 분노를 쏟아냈다. / 뉴시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씨가 부산고등법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법부의 안일한 피해자 권리보호에 대해 A씨는 분노를 쏟아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겠다는데 왜 판사가 마음대로 용서를 하겠다고 하는 것인가”. 

부산고등법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씨는 분노했다. 지난 2022년 5월, 일면식도 없는 30대 남성으로부터 묻지마 폭행을 당한 이후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 사법부의 안일한 태도를 질타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에 대해 “국가가 2차 가해를 피해자에게 가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는 사법부의 부실한 피해자 보호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가해자’의 인권은 보호하면서도 ‘피해자’ 보호와는 거리가 먼 법원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피해자의 1심 재판 공판 기록 열람을 재판부가 거부했던 사안이다. A씨는 “재판부나 직원분들은 항상 똑같은 말을 한다. ‘피해자는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A씨가 공판 기록을 열람하려 했던 것은 ‘CCTV 사각지대 7분’의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당초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고, 법원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가해자가 피해자를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간 만큼, ‘성범죄’ 가능성이 제기됐다. A씨는 이에 대한 ‘진실’을 확인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심 재판에서 성범죄가 인정됐다.

하지만 A씨는 그 과정에서 사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공판 기록 열람을 수차례 거절당하고 결국 민사소송을 통해 해당 기록을 열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원정보가 노출됐다는 점이다. 기록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공판 때마다 재판에 참석하는 일뿐이었다. 이로 인해 가해자에게 ‘보복 협박’을 들었다고도 A씨는 전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보복범죄를 발생시키는 원인을 제공한 점 반성하여야 된다”고 질타했다.

피해자가 여러 차례 성범죄가 의심된다는 탄원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이를 제때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1심 끝나고 2심 과정에서 피해자가 일곱 번의 탄원서와 의견서를 냈는데 반영을 안 하셨다”며 “언제 바뀌었냐.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에 나간 뒤 판사가 입장이 바꿔 여러 가지 추가 혐의를 검토해 보겠다고 발언했다”고 지적했다.

◇ “하나의 업무 아니라 인생” 절규한 피해자

재판부가 해당 사건에 대한 ‘법률상 감경’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판사 출신인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2심에서 강간 살해 미수죄로 공소장 변경이 됐다”며 “원래 형(刑)이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 2개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 피해자가 공소장 변경이 된 것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 두 개밖에 없다고 하면 법률상 감경을 하는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며 “법률상 감경 이 부분에 대해 형식적으로, 기계적으로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되짚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A씨의 절규와 여야 의원들의 질타 속에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은 고개를 숙였다. 김 법원장은 “관할하고 있는 고등법원장으로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낀다”며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안타깝다’는 표현을 지적한 데 대해 그는 “단순히 표현상의 차이”라며 “부적절한 말이라면 취소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건이 방송이 되지 않았을 경우 재판부가 피해자의 탄원을 뭉개버렸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조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그렇게 느끼셨다면 법원장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김 법원장은 제도적 보완의 측면에선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은 형사소송 절차라는 것이 피고인이 방어권,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 보니 피고인의 방어권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게 사실”이라며 “조금 더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인 방향 자체는 피해자가 형사소송 과정에서 자기 입장을 내세울 수 있고 주장할 수 있는 폭은 넓어져야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감장에서 자신의 심경을 밝힌 A씨는 “항상 피해자는 열심히 자기 피해를 어필해야 되고 가해자는 구치소에서, 일상생활에서 그냥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며 “거기서 오는 좌절감은 정말 무기력하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와 아무 관련이 없는 반성, 인정, 가난한 불우환경이 도대체 재판과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며 “(이것들이) 재판의 양형기준이 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A씨는 “20년 뒤에 죽을 각오로 열심히 피해자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 사건을 빌미로 해서 힘없고 빽없는 이런 국민들을 구제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건 그냥 하나의 업무가 아니라 그분들의 인생”이라며 “그냥 숫자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사법부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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