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앞다퉈 ‘민생’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양당이 생각하는 민생 회복의 방법에는 차이가 있는 모양새다. 사진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 / 뉴시스
여야가 내년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앞다퉈 ‘민생’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양당이 생각하는 민생 회복의 방법에는 차이가 있는 모양새다. 사진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여야가 내년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앞다퉈 ‘민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양당이 생각하는 민생 회복의 방법에는 차이가 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정쟁을 최소화한 상황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민생을,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회복의 시작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 전면 쇄신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정쟁 최소화’ vs ‘국정 기조 쇄신’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쇄신책으로 연일 ‘민생 우선’을 강조하고 있다. 그 시작으로 ‘정쟁형 현수막 철거’를 들고나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에서 전국에 게첩 된 일체의 정쟁형 현수막을 지금 이시간부로 철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정쟁형 요소가 있는 당 소속 태스크포스(TF)도 정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정쟁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을 최대한 삼가고 있다. 지도부 회의나 논평에서도 야당을 비판하는 횟수는 현저히 줄었다.

국민의힘은 23일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협치를 당부하기도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여당만 노력한다고 해서 정치의 방향이 바뀔 수는 없다”며 “민주당도 이 대표의 당무 복귀를 계기로 지금까지의 극한 투쟁 모드에서 벗어나 협치의 기조를 복원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민주당도 연일 민생‧경제 회복 목소리에 힘을 주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달리 그 시작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 전면 쇄신을 요구했다. 

단식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입원한 지 3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정치권의 가장 큰 과제는 국민의 삶을 지키고 개선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부‧여당의 무능함과 무책임으로 인해서 국민의 삶과 이 나라의 경제‧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 민주당의 제1의 과제는 바로 민생을 지키고 평화를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진척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전쟁을 언급하며 “이로 인해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우리 국민들의 삶과 민생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래서 국가의 역할과 정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국정 기조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기현 ‘민생 회담’ 제안… 민주당 “대통령 포함해야”

여야의 이러한 시각차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민생 회담’ 제안과 관련해서도 드러났다. 김 대표는 이 대표에게 민생 국회를 만들기 위해 여야 대표 회담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포함한 ‘3자 회동’을 역제안했다.

김 대표는 전날(22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민생 국회가 되도록 ‘여야 대표 민생 협치 회담’ 개최를 제안하고자 한다”며 “언제 어디서든 형식과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야당 대표와 만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러한 김 대표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하고 윤 대통령까지 포함해 만나자고 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의 상황은 민생이 굉장히 어렵고 그동안 정부‧여당의 야당 무시가 굉장히 심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민생과 정치 복원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기본 입장”이라며 “경제와 민생 회복을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의 3자 회동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이러한 김 대표의 제안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론을 덮으려는 ‘꼼수’로 해석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김 대표는 양심부터 먼저 챙기길 바란다”며 “참으로 염치없는 제안이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쏟아지는 책임론을 비껴가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의 역제안에 국민의힘 내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구두 논평을 통해 “복귀한 이 대표가 내일 당장이라도 만나자고 응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쉽다”며 “아직 이 대표와 민주당이 민생을 위해 형식, 조건 구애 없이 만나자는 국민의힘과 김 대표의 진정성을 받아들일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저희는 열린 마음으로 민주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고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여야의 각기 다른 셈법에는 내년 총선을 대비한 ‘중도층 민심잡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성호 전 건국대 행정대학원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보선 패배 후 정쟁을 유발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은 패착이 될 수 있다”며 “총선 전 정부‧여당이 국민들에게 ‘민생을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환 체계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야당은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부각이 된다”며 “여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국민들에게 부각시켜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 민심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