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민생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자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됐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민심을 확인한 만큼, 국정 기조 변화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를 위해선 진정성 있는 행보가 뒤따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민생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자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됐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민심을 확인한 만큼, 국정 기조 변화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를 위해선 진정성 있는 행보가 뒤따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민생’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를 통해 정부·여당에 대한 싸늘한 여론을 확인한 만큼, 적극적인 민생 챙기기로 민심을 끌어안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낮은 자세에 여당에선 국정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새어 나오고 있지만, 정치권 곳곳에선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힘이 실리기 위해선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 변화’에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강서구청장 패배에 대해 우리는 확실하게 그것을 인정하고 이제 국민 앞으로 달려가겠다는 뜻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그는 “(그간 대통령이) 원칙적인 기조를 고집하셨기 때문에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나 싶기도 하다”며 “민생에 직접 신경을 쓰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윤계인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허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반성’이라는 단어였던 것 같다”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대해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초리를 맞았으니 ‘아픕니다’하는 그런 성의를 국민들께 보여드리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달라진 기류는 지난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와 당 지도부 간 만찬에서 처음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통합위 정책 제언을) 얼마나 정책 집행으로 이어졌는지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고 했다.

지난 18일 새롭게 임명된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 자리에서도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참모진에게 “책상에만 앉지 말고 민생현장을 파고들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전했다.

◇ 국정 기조 바뀔까?

윤 대통령의 ‘변화’에 당도 보조를 맞췄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이 무조건 옳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며 “당도 크게 겸허한 자세로 국민을 섬길 것”이라고 했다. 정쟁을 불러일으킬 요소를 배제하고 오롯이 ‘민생 우선’의 기조를 가져가겠다는 의지도 다분하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쟁 요소가 있는 현수막을 제거하고 당 소속 태스크포스(TF)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 변화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국정 기조’ 변화의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이념’을 강조해 오며 오히려 보수층의 결집을 호소하려 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의 현실을 눈으로 보고, 듣고 이렇게 느낀 실상을 대통령께 보고해 달라는 것”이라며 “국정 운영에도 반영하겠다는 의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 곳곳에서는 이러한 메시지 변화와 관련해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유승민 전 의원이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사람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전날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당 지도부나 통합위 앞에서 할 게 아니라 제대로 국민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해 말씀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반성하거나 바로 잡아야 될 것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말씀을 해야 조금 더 와 닿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변화가 진정성을 갖기 위해선 실질적인 변화의 모습이 이어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참모진 교체와 당정관계의 변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박민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이 변화의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다면 국민의힘이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쳐서 대통령실에 철회 요청을 하고 대통령이 철회를 해야 한다”며 “문제가 있음에도 똑같이 야당을 공격하는 식으로 가버리면 (변화의)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