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로 글로벌 시청자 앞에 선 수지. /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로 글로벌 시청자 앞에 선 수지.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가수 겸 배우 수지가 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로 글로벌 시청자 앞에 섰다. 한층 성장한 연기력과 흠잡을 데 없는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호평을 이끌어낸 그는 ”늘 똑같이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또 하나의 도전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양세종 분)이 셰어하우스에서 화려한 K-POP 아이돌 시절을 뒤로 하고 은퇴한 두나(수지 분)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다.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로맨스 장인’ 이정효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지난 20일 공개된 ‘이두나!’는 공개 직후부터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1위의 자리를 유지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비영어) 부문 7위에 진입하는가 하면, TV-OTT 통합 화제성 드라마 부문 1위(K-콘텐츠 경쟁력 분석 전문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기준)에 오르는 등 국내외로 인기를 얻고 있다.

캐릭터 그 자체로 분한 수지를 향한 반응도 뜨겁다. 극 중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던 아이돌 멤버였지만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셰어하우스에 숨어든 두나 역을 맡은 수지는 캐릭터와의 외적 싱크로율은 물론, 인물의 깊은 내면까지 내밀하고 섬세하게 빚어내며 두나를 더욱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완성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수지는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캐릭터 구축 과정부터 촬영 비하인드 등 ‘이두나!’와 함께 한 순간을 돌아봤다. “생각하면 가슴이 시린 작품”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나 그 자체로 분한 수지. / 넷플릭스
두나 그 자체로 분한 수지. / 넷플릭스

-공개 후 ‘수지 화보집’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예쁘고 다채로운 매력이 담겼다. 만족도는 어떤가. 가장 마음에 드는 신을 꼽자면.

“예쁘게 잘 찍어주셔서 모든 순간, 모든 컷이 다 마음에 들지만 매 에피소드 엔딩에 길게 나오는 장면들이 다 좋더라. 음악도 음악이지만 색다른 방식 같아서 좋았다. 여운을 남겨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촬영할 때는 왜 이렇게 많이 찍지 했는데 그렇게 예쁘게 써준 걸 보고 이유가 있었구나 하며 굉장히 만족했다.(웃음)”

-두나를 연기하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생각은 무엇이었나.

“연기할 때 항상 ‘나는 엉망이다, 너도 나를 엉망이라고 생각하지?’ 이런 마음을 갖고 있었다. 적대적인 마음을 갖고 촬영을 하려고 했다. 그래야 두나가 갖고 있는 경계심이 잘 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과하게 날이 서 있는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 아이돌을 경험했기 때문에 두나에게 많이 공감했을 것 같다. 가장 몰입된 부분은 무엇인가.

“두나의 상황과 내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누군가에게 자신을 설명할 때 과하게 ‘쿨’한 척한다는 점을 공감했다. 돌이켜 보면 활동을 할 때 나는 힘들더라도 나 자신도 속일 만큼 표현하지 않고 인지하지 않고 넘어갔다. 두나가 남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나 괜찮은데? 원래 그런데?’ 센 척하면서 표현하는 게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됐다.”

수지가 캐릭터 구축 과정을 전했다. / 넷플릭스
수지가 캐릭터 구축 과정을 전했다. / 넷플릭스

-두나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대사 톤에서도 차이를 둔 듯했다. 어떤 점을 고민했나.

“초반에는 날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대본에 없는 욕도 많이 넣고 어미나 대사를 조금씩 바꾸면서 못되고 무례하고 이기적이게 보이고자 했다. 마음껏 오해할 수 있게 연기하려고 말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중반부터는 원준이 두나의 애매모호한 말에 흔들리는 게 많기 때문에 너무 확실한 표현보다는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심 같기도 한 그런 말투, 눈빛으로 연기하는데 중점을 뒀다.” 

-흡연 장면도 많았다. 어떻게 준비했나.

“두나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초반에는 두나의 외로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숨이 턱 막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또 금방이라도 살아질 것 같은 느낌도 표현하고 싶었다. 원준과 관계가 안정되면서 담배를 피우지 않다가 괴로운 순간이 와서 다시 필 때는 조금 더 불안정한 느낌을 주기 위해 손을 더 많이 떨기도 하고 불안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전체적으로 거칠지 않게 표현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제작발표회에서 흡연 연기를 두고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했다. 틀을 깨고 싶은 갈증이 있었나. 만약 과거 수지였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는데 고민을 했을까.

“두나가 아이돌인데 흡연하는 모습이 나오는 게 뭔가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다른 아이돌들도 속이 시원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돌이 다 담배를 핀다는 게 아니라 어떤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의미다. 예민한 지점을 두나가 보여준다는 것에 있어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이미지를 깨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꽤 좋아하고 있다.(웃음) 만약 과거 수지에게 제안이 왔다면 고민했을 것 같다.”

수지가 아이돌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을 전했다. / 넷플릭스
수지가 아이돌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을 전했다. / 넷플릭스

-무대 밖 두나의 스타일링도 돋보였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나는 집에서 두 가지 홈웨어를 입고 있다. 하나는 굉장히 타이트하고 움직이기 편한 옷이고 정말 쉬고 싶을 때는 크고 편안한 것을 입는다. 두나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나는 그 집에서 마음 편하게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불편하게 입고 싶었다. 복귀를 꿈꾸는 것보다 두나의 마음이 불편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의상을 택했다. 또 두나가 외롭고 추워 보였으면 해서 얇은 옷을 택했다.”

-아이돌로 무대에 서는 연기도 색달랐을 것 같다. 준비 과정은.

“촬영 중간 중간 연습하다 보니 맞출 시간이 별로 없었다. 동선할 때 막 부딪히고 그랬다. 나는 해봤지만 오랜만이고 다른 언니들이나 (고)아성 언니는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초반에는 어려움도 있었는데 금방 잘 맞아졌다. 거기에서 오는 쾌감도 있었다. 몸을 부딪치면서 연습하다 보니 빨리 친해진 것도 있었다. 전우애가 생긴 느낌도 들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앞서 아이돌 시절 힘듦을 인지하지 않고 넘어갔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나.

“두나를 보면서 모든 힘듦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분명히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회피했었구나 생각이 들더라. 지금은 사실 그렇게 힘들어하진 않는다. 예전보다 강해졌다기보다는 이제 그냥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커졌다. 일할 때는 일만하고 일이 아닌 시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게 된 것 같다.”

성장을 멈추지 않는 수지. / 넷플릭스
성장을 멈추지 않는 수지. / 넷플릭스

-두나 그리고 과거 수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나가 이해되고 마음이 아팠다. 생각하면 가슴이 시린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두나를 통해 나도 내 과거를 돌이켜보며 치유 받은 순간도 있었다. 내게도 성장을 가져다준 작품이다. 두나에게 ‘네가 힘들어 한 모든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빛나고 있을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모든 걸 평탄하게 가져갈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순간도 소중하게 여기고 견디라고.(웃음) 과거 수지에게도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안나’에 이어 이번 ‘이두나!’까지 좋은 평가를 얻었다. 배우로서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지금 스스로는 어떤 마음으로 보내고 있나. 연기를 대하는 데도 변화가 있을까.

“늘 그냥 똑같다. 늘 최선을 다할 뿐이고 똑같이 묵묵하게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평가나 그런 이야기들이 아직 낯설다. 처음에는 맨날 욕만 먹다가 칭찬을 들으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부정하기도 하고 가짜일 거야 생각하기도 했다.(웃음) 그런데 지금은 조금 더 확신을 갖고 해도 되겠다는 마음이 생기고 늘 하던 대로 해도 되겠다는 마음이다. 현장에서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집중하게 된 것은 있다. 예전에는 여러 것들을 신경을 썼고 그게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 것에 집중하는 게 가장 큰 배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외부적인 것이나 부수적인 것에 조금은 신경을 덜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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