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1호 혁신안인 사면 제안을 두고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대표가 발끈했다. 당 내에서는 오히려 이들의 반발에 난색을 표하며 논란을 더욱 키우는 모습이다. / 뉴시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1호 혁신안인 사면 제안을 두고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대표가 발끈했다. 당 내에서는 오히려 이들의 반발에 난색을 표하며 논란을 더욱 키우는 모습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1호 안건인 ‘대사면’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가 소란스럽다. 사면의 대상자로 거론되는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통합과 화합을 이뤄야 한다는 의도와는 달리 당사자들이 역으로 불만을 표출하면서 오히려 당내 갈등의 진원지가 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30일 회의를 열고 이른바 대사면을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의결했다. 해당 안은 내달 2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앞서 혁신위는 지난 27일 첫 회의에서 징계 인사들에 대한 ‘대사면’을 첫 안건으로 발표한 바 있다. 형사 범죄 등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모두가 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혁신위의 설명이다.

당 지도부도 이를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 전권을 드리겠다고 이야기를 한 만큼, 당연히 존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에 전반적 반응은 언론을 통해서 소개된 것 같다”며 “혁신위에서 정리돼 최고위원회에 올라오지 않았기에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면 건의는 당의 ‘통합’을 강조하기 위한 제안이라는 게 당 혁신위의 설명이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지난 27일 혁신위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 입장에서는 당내 대화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위원이 많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오신환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권위적인 모습을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대사면을 통해 대통합 방식으로 가는 것이 맞겠다는 게 기본적 혁신위원들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이번 사면안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준석 전 대표는 혁신위의 발표 당일 페이스북에 “우격다짐으로 아량이라도 베풀 듯 이런 식의 접근을 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사면은 바라지 않는다. 장난도 아니고 그런 짓은 하지 마라”고 쏘아붙였다.

◇ 혁신위 사면안에 홍준표·이준석 반발

무엇보다 이들이 혁신위의 사면 제안에 반감을 품은 데는 그 의도가 순수치 않다는 점에 있다. 앞서 명분이 확실치 않았던 윤리위 징계 절차를 강행한 뒤 이를 ‘통합’이라는 명목으로 일방적으로 해소하려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 이면엔 사실상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다는 의구심도 드러냈다. 이 전 대표 등 비윤계의 탈당 가능성이 회자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오히려 책임을 이들에게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우리는 노력했는데 그 사람들이 그냥 나갔다 이런 모양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역시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러한 반발이 본인에게 마이너스 이미지가 될 가능성은 없겠냐’는 질문에 “그런 걸 노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이러한 논란에 당 혁신위는 선을 그었다. 오 혁신위원은 앞선 라디오에서 “혁신위원들이 그렇게 정치적으로 판단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당 내부 갈등이 가장 리스크 요인 아니겠나. 그것들을 치유하는 과정으로 가자는 의미가 있었는데 당사자 입장에선 그렇게 반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혼란은 가중될 조짐이다. 홍 시장은 이날 대구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 참석차 국회를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사면이라는 건 죄지은 자를 용서해 주는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단순히 징계 취소하면 될 걸 대사면 운운하고 있다. 당에 무슨 대통령이 있나”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난 거기에 관심도 없고 연연하지도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당 지도부도 이러한 비판에 각을 세우면서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의 비판에 대해 “일부 댓글에 ‘홍카콜라인줄 알았는데 쉰카콜라구나’라는 글이 있었다”며 “수해가 엄청 심했던 상황에서 골프를 쳤던 걸 이제 와서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싶다)”고 했다. 이 전 대표와 관련해선 “반수생이 다른 학교 갈지 결정을 못 하고 지난학기 교수님 평점 안 좋다고 불평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듣보잡’, ‘주접’, ‘권력의 앞잡이’ 등 원색적 표현이 동원됐다. ‘우격다짐식’ ‘아량이라도 베풀 듯 접근하지 말라’는 비난도 더해졌다”며 “변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분골쇄신하려는 당의 노력과 결정을 존중해 주시길 거듭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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