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대전시 유성구 카이스트에서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대전시 유성구 카이스트에서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최근 광폭 행보를 보이면서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크게 위협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내년 총선이 ‘정권심판론’ 성격이 강한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장관이 총선에 나온다고 해서 ‘새바람’이 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 광폭 행보 한동훈… 정성호 “100% 나온다”

한 장관은 최근 지역을 막론하고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대구를 방문했고, 전날(21일)에는 대전을 찾았다. 오는 24일에는 울산도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시민들과 사진도 찍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적극 응하고 있다.

한 장관은 공개 행보를 늘리면서 민주당을 향한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대전을 방문했을 당시 기자들과 만나 “고위공직자가 법인카드로 일제 샴푸를 사고 소고기와 초밥을 사 먹는 게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이는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한 장관의 행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100%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성호 의원은 22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한 장관의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100%”라고 답했다. 한 장관의 행보가 일반 장관의 통상적인 행보와 다르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장관이 국민의 세금을 받고 대선 행보를 할 게 아니라 빨리 사퇴하고서 여당에 입당해서 총선 출마하는 게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최근 행보를 보면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통상적인 행보라고 얘기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거 어떠한 법무부 장관도 한 장관식의 발언을 하거나 그런 식의 행보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 장관의 행보에 민주당 내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 장관은 정치인인지 장관인지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한 장관이 연일 지방을 찾아 시민들과 일일이 인사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5천만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는 말은 총선 출사표다. 그런데도 한 장관은 국민 누구나 속셈을 알고 있는 정치 행보를 애써 부인하고 있으니 황당무계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금하고 있는 일을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했던 말이 부끄럽지도 않은가”라며 “한 장관은 정치인인지 장관인지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한 장관이 정치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며 “국무위원으로서 장관은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은 나쁜 선례가 됐다”고 지적했다.

◇ 민주당, 한동훈 총선 출마 환영?

이러한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는 한 장관의 총선 출마를 크게 위협으로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리 높지 않고 내년 총선이 ‘정권 심판’ 분위기로 흐르는 만큼,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장관이 나온다고 해서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성호 의원은 “한 장관은 윤 대통령과 영혼의 동반자이지 않는가. 제2의 윤석열”이라며 “윤 대통령 지지율이 현재 35% 내외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반짝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결국 여당의 실패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는 구도 싸움이다. 민주당 후보 입장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한동훈이 제일 상대하기 쉽다”고 적었다. 그는 “한동훈이 출마하면 민주당 결집도가 높아진다”며 “윤석열 심판 선거에서 한동훈 출마지역의 상대 후보는 복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지난 20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한 장관이 (선거에) 나와 주는 게 민주당에 상당히 괜찮을 것 같다”며 “한 장관은 짝퉁 윤석열 같은 느낌이라 국민적 지지와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수도권에서 호소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 새로운 인물이 없는 상황에서 한 장관 같은 새 인물이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한 장관의 파괴력이 어떨지는 모른다”면서도 “지금 여권에서 수도권에 호소할 수 있는 인물이 안 보인다. 매너 있고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 한 장관 같은 인물이 수도권에서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또한 민주당 내에서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장관이 그동안 민주당과 각을 많이 세워온 만큼 새 인물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만나 “한 장관이 갑자기 나온 사람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 된 후부터 (총선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며 “예상하고 있던 터라 놀랍지도 않고 두렵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을 많이 조롱해 와서 피곤하신 분도 많을 것”이라며 “뉴 페이스라고 하기엔 한 장관이 가진 상징성이라는 것이 너무 많이 소비됐다”고 봤다.

박주민 의원도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미 한쪽 정치 세력을 너무 세게 대변했던 분이라서 중도 확장력에서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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