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꺼낸 ‘슈퍼 빅텐트’가 당 안팎을 달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비명계까지 포용해 총선 승리를 도모하겠다는 계산이지만, 당 안팎에선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일고 있다. /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꺼낸 ‘슈퍼 빅텐트’가 당 안팎을 달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비명계까지 포용해 총선 승리를 도모하겠다는 계산이지만, 당 안팎에선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일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슈퍼 빅텐트’를 공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과 언제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 계획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당의 손짓은 민주당 비명계까지 뻗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총선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총선 ‘빅텐트’ 구상은 지난 2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에서 본격화됐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총선은 청년들의 내일, 나라의 미래가 달린 선거”라며 “국민의힘은 나라의 발전적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슈퍼 빅텐트를 칠 것”이라고 했다.

대상의 범위를 한정 짓지도 않았다. 김 대표는 “보수층 인사의 영입 못지않게 많은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각계각층의 인물을 모시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부정부패 정당이 되어 개딸들에게 휘둘리는 지금의 민주당에게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양심을 지키는 분들이 민주당에 소수 남아 있다는 점도 유의 깊게 보고 있다”고 했다. 보수 진영은 물론 민주당 내부의 ‘비명계’까지도 아우를 수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비록 김 대표의 발언이 도화선이 되긴 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총선 승리를 위한 빅텐트의 필요성이 심심찮게 제기돼 왔다. 여소야대 국면을 ‘미완의 정권교체’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완전한 정권교체를 위해선 민주당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이들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시대전환 소속이던 조정훈 의원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 출신을 영입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의중이 드러난 장면이다. 이를 통한 ‘외연 확장’도 기대를 거는 요인이다.

김 대표가 이같은 메시지를 던진 데는 최근의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서 비명계 인사들과 주류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탈당 후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까지도 언급했다. 여권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당 가능성이 꿈틀대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빅텐트가 민주당 인사들을 포용해 외연 확장에 나설 경우 이 전 대표 신당의 영향력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안팎에서 ‘진정성’ 논란

실질적인 움직임도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21일 대전 카이스트를 방문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이날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개혁방안’이라는 주제로 이상민 민주당 의원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다만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 입당 문제와 관련해 “오늘 할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12월 초까지 민주당에 있을 것인가가 정리돼야 선택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에게도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의 ‘등판설’이 힘을 얻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장관은) 한 70%는 출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당 차원에서도 빅텐트를 구성한다는 부분의 일환으로 생각한다면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인 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두 장관의 등판과 관련해 “굉장히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빅텐트론을 본격적으로 띄우는 모습이지만 실현 가능성 여부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내부의 비주류를 포용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빅텐트론이 얼마나 진정성을 얻겠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전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준석 전 대표는 “당내 비주류 인사와도 화합하지 못하고 몽둥이찜질을 하고 내쫓았으면서 어디에 빅텐트를 펼친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외부 인사들이 당에 합류한다고 하더라도 공천 문제를 시작으로 기존 인사들과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작 비명계는 국민의힘의 손을 뿌리쳤다. 김종민·이원욱·윤영찬·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주축이 된 ‘원칙과 상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며 “같은 당에서 의견이 다르다고 쫓아내는 정당이 무슨 빅텐트를 치겠다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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