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 오너일가 4세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지주사인 (주)코오롱 대표를 맡게 됐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코오롱그룹 오너일가 4세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지주사인 (주)코오롱 대표를 맡게 됐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오롱그룹 오너일가 4세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지주사 대표에 오르며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더 다졌다. 사장 직함을 단지 단 1년 만에 ‘초고속 승진’ 행보를 이어간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이웅열 명예회장의 과거 발언이 회자되며 재계에서도 돋보이는 ‘금수저 행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1년 만에 사장→부회장… 후계자 명분 확보는 여전히 숙제

지난 28일, 코오롱그룹은 2024년도 사장단·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총 37명이 이름을 올린 이번 인사에서 단연 눈길을 끈 인물은 오너일가 4세 이규호 대표다. 그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지주사인 (주)코오롱의 전략부문 대표로 내정됐다.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면 기존의 안병덕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할 전망이다. 안병덕 대표는 지원부문을 맡아 이규호 신임 부회장과 역할을 분담한다.

이로써 이규호 부회장은 그룹 내 가장 높은 자리라 할 수 있는 ‘회장’까지 한 계단만 남겨두게 됐다. 최근 재계에서 젊은 3세·4세들의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이규호 부회장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한 모습이다.

코오롱그룹 내에서는 물론, 재계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초고속 승진’ 행보이기도 하다. 이규호 부회장이 처음 코오롱그룹에 합류한 건 2012년으로, 당시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2014년 코오롱글로벌 부장,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2017년 코오롱전략기획담당 상무, 2018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 2020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장 부사장으로 승진을 거듭했고, 2021년부터는 (주)코오롱의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겸직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사장 직함을 달았다.

즉, 차장에서 부회장까지 11년여가 걸린 것으로 일반적인 임직원은 상상조차하기 어려운 승진 속도다. 또한 재계 오너일가 후계자 중에서도 상무에서 부회장까지 6년, 사장에서 부회장까지 단 1년밖에 걸리지 않은 건 상당히 빠른 편에 속한다.

이러한 행보 속에 이규호 부회장의 경영 능력 입증과 성과, 즉 초고속 승진의 ‘명분’을 향해 물음표가 붙기도 했다. 

이규호 부회장은 짧은 기간 빠른 승진가도를 달리면서 내세울만한 성과가 마땅치 않았고,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COO를 맡았을 때에는 오히려 실적이 급감하기도 했다.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과 분사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선 준수한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미 기존에도 탄탄한 사업부문이었다는 점에서 이규호 부회장의 큰 공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후계자로서 명분 쌓기를 위해 실적이 입증된 사업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시선도 있었다.

무엇보다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기까지 걸린 1년은 애초부터 성과를 내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초고속 승진의 보다 실질적인 배경이 지속되고 있는 ‘총수 부재’ 상황 타개에 있다는 평가도 있다.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명예회장이 2018년 11월 돌연 은퇴를 선언한 뒤 어느덧 5년째 그룹 총수 부재를 겪고 있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은퇴했음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기업집단 동일인엔 여전히 그의 이름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꾸준히 회자되는 이웅열 명예회장의 발언은 이규호 부회장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급작스런 은퇴 선언 당시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입을 앙 다물었다. 입이 다 금이 간듯하다. 여태껏 턱이 빠지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다.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겠다.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걷겠다”며 ‘금수저’를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그는 능력이 입증돼야 아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지분 승계라는 또 하나의 중대하고 까다로운 과제도 남아있다. 이규호 부회장은 현재 보유 중인 (주)코오롱 지분이 전혀 없다. 주요 계열사 지분 또한 보유하지 않고 있다. 개인 또는 가족회사 성격의 계열사 지분만 보유 중이다.

한층 더 무거운 직함을 달게 된 이규호 부회장이 보다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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