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 오너일가 4세 이규호 부사장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코오롱그룹
코오롱그룹 오너일가 4세 이규호 부사장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코오롱그룹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오롱그룹 오너일가 4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친인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2018년 돌연 은퇴를 선언한 이후에도 수년째 ‘대기업집단 동일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후계자로서 한 걸음 더 내딛은 모습이다. 다만, 후계자로서 여전히 무거운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 부사장 승진 2년 만에 사장…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이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7일,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총 55명이 포함된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오너일가 4세의 이름이다.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규호 사장은 내년 초 그룹 내 수입차부문을 통합해 출범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각자 대표이사도 맡게 된다.

이규호 사장에겐 2년 만의 승진이다.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한 그는 2014년 코오롱글로벌 부장,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2017년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 2018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COO 전무를 거쳐 2020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장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이번 승진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7월 건설·상사부문과 자동차부문을 인적분할해 가칭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분할기일은 2023년 1월 1일이며, 이를 다룰 임시주주총회는 오는 12월 13일 개최된다. 이규호 사장이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장을 맡아왔던 만큼, 이 같은 분할 결정은 후계작업의 일환으로 여겨졌다. 아울러 이규호 사장이 승진해 분할신설회사의 수장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이로써 이규호 사장은 코오롱그룹 후계자로서의 행보에 또 한 번 박차를 가하게 됐다. 코오롱그룹은 이규호 사장의 부친인 이웅열 명예회장이 2018년 11월 “금수저를 내려놓겠다”며 깜짝 은퇴선언을 한 이후 총수 공백을 이어오고 있다. 이웅열 명예회장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안병덕 부회장이 그룹 수장 역할을 맡고 있긴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대기업집단 동일인에는 여전히 이웅열 명예회장의 이름이 올라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규호 사장이 부친의 자리를 온전히 이어받기 위해선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우선 이규호 사장은 코오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코오롱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다. 향후 진정한 오너일가 4세 총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증여 등을 통한 지분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뿐 아니라 여러모로 까다로운 사안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후계자로서 명분 확보도 중요하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과거 승계문제와 관련해 “능력이 있다고 판단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규호 사장은 경영능력 입증에 있어 아직 물음표를 완전히 떼지 못한 상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시절엔 실적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고,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은 이규호 사장이 맡기 전부터 이미 안정적인 성장세 속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사업이었다. 

따라서 이규호 사장은 새롭게 출범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도약과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중책을 짊어지게 됐다. 한층 더 분주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규호 사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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