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 오너 4세 이규호 대표가 이끄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BMW·MINI 브랜드 사업부문을 분사하기로 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코오롱그룹 오너 4세 이규호 대표가 이끄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BMW·MINI 브랜드 사업부문을 분사하기로 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오롱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수입차사업의 근간을 이뤄온 BMW브랜드 사업부문을 분사한다. 이를 통해 수입차 사업부문의 재정비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 ‘후계자’ 이규호 대표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 이규호 대표의 ‘승계 발판’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지난 9일 공시 등을 통해 분사 결정을 발표했다. BMW 및 MINI 브랜드 사업부문을 분할해 코오롱모터스를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분할방식은 물적분할, 분할기일은 오는 9월 1일이다. 이를 최종 승인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는 다음달 21일 개최된다.

분사가 완료되면 코오롱그룹 차원의 수입차 사업부문 재편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그룹은 앞서 코오롱글로벌을 중심으로 수입차 사업부문을 통합한데 이어 코오롱글로벌의 수입차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올해 초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설립한 바 있다. 이번 분사를 통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수입차 사업의 근간을 이뤄온 BMW·MINI를 비롯해 아우디, 볼보, 지프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자회사들을 산하에 거느리게 된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그룹 차원의 승계문제와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 다름 아닌 오너 4세 이규호 대표일 뿐 아니라, 실제 그의 승계 행보에 있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홀로 후계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규호 대표는 1984년생으로 아직 젊을 뿐 아니라, 그룹 전반에 걸쳐 보유 중인 지분도 없다. 보다 본격적인 승계 행보를 위해선 ‘명분’, 즉 경영성과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웅열 명예회장은 과거 승계문제와 관련해 “능력이 있다고 판단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규호 대표의 행보엔 아쉬움이 남아왔다.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해 2014년 코오롱글로벌 부장,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2017년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 2018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COO 전무 등을 거치며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렸지만, 그 성과는 후계자라는 타이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20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장(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고, 지난해에는 사장으로 승진하는 한편 새롭게 출범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수장을 맡기에 이르렀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승계 행보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은 많지 않다. 1984년생인 그는 어느덧 40대가 임박했다. 최근 재계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80년대생 후계자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나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비슷한 또래지만 승계 행보 측면에선 차이가 뚜렷한 편이다. 무엇보다 코오롱그룹은 총수 공백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2018년 11월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물러났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대기업집단 지정결과에서는 여전히 그가 총수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이규호 대표의 승계 행보에 엔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주요사항 보고서(회사분할결정)’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609000539
2023. 6. 9.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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