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기획재정부는 넥슨 지주사 엔엑스씨의 지분 29.3%를 공개 매각한다고 밝혔다. / 뉴시스
 4일 기획재정부는 넥슨 지주사 엔엑스씨의 지분 29.3%를 공개 매각한다고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정부는 상속세로 물납 받은 넥슨의 지주사 엔엑스씨 지분에 대한 공개매각을 결정했다. 해당 지분의 규모가 커 매수자는 엔엑스씨의 2대주주가 된다. 이에 상속세 때문에 해외자본이 엔엑스씨의 지분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는 비판이 있는 한편, 해외자본이 2대주주가 되면 해외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문가 평가도 나오고 있다.

◇ 해외 투자자 입찰 제한 규정 없어

4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엔엑스씨의 지분 29.3%를 공개 매각한다고 밝혔다. 해당 지분의 가치는 약 4조7,000억원이다. 엔엑스씨는 글로벌 게임사 넥슨의 지주사이며,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유아용품 회사인 스토케 AS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에 따르면 엔엑스씨 주주는 △유정현 34% △기획재정부 29.29% △김정민 17.49% △김정윤 17.49% △유한책임회사 와이즈키즈 1.7%(친족 우호지분)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별세하고 아내(유정현)와 친족(김정민·김정윤)에게 상속이 발생하면서 상속세가 문제가 됐다. 이들은 상속세로 엔엑스씨 지분 29.3%를 정부에 물납했다.

김정주 창업자가 별세하기 전에는 △김정주 67.49% △유정현 29.43% △김정민 0.68% △김정윤 0.68% 등으로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넥슨 창업자의 가족들은 6조원 규모의 상속세로 인해 엔엑스씨의 지분을 내주게 됐다. 이에 해당 지분을 누가 차지할지가 관심을 받고 있다. 국세물납증권 매각은 캠코가 진행한다.

5일 캠코 국유증권관리처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법상 해외 투자자라고 해서 입찰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며 “아직 관심 있다고 밝힌 문의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해외 자본이 의지가 있다면 엔엑스씨의 지분을 충분히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입찰은 최초예정가액인 4조7,148억9,740만8,000원 이상의 일반 경쟁 입찰 방식으로 이뤄져 최고가 입찰이 낙찰된다. 이는 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를 통한 전자입찰방식으로만 진행된다. 1차 입찰 기간은 오는 18일부터 19일까지로 낙찰자 발표는 22일로 예정됐다.

◇ 캠코, 매각 무산돼도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 추진

이미 지난 2019년 넥슨 오너 일가는 엔엑스씨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것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인수전을 보면 해외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넷마블과 카카오, 중국의 텐센트도 인수전에 참여했다. 하지만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과 엔엑스씨 측의 희망 매각가격이 차이가 나 매각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정현 엔엑스씨 이사의 가족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70.7%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가 탄생해도 경영권 문제는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이 때문에 기업들이 인수에 적극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온다.

일각에서는 해외자본이 엔엑스씨의 2대주주가 되면 넥슨의 인기 IP 게임을 매각하도록 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해외자본이 2대주주가 되는 것이 해외 사업에 긍정적이라는 학계 의견도 있다. 허준 신구대학교 VR게임콘텐츠과 교수는 통화에서 “이미 넥슨 일본 법인에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지분 투자가 이뤄졌다”며 “해외자본이 들어오는 것이 부정적인 일이 아니다. 경영권 방어에도 문제 없고, 한국 자본만 있는 것보다 좀 더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 또한 있다. 캠코 관계자는 “매각이 안 되도 향후 다양한 매각 방법을 검토한다”며 “기본적으로 물납 주식은 매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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