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신세계건설 실적 부진, 핵심계열사 이마트 수익 제약”
한신평 ”SGC이테크건설 PF우발채무, SGC에너지 재무에 부담”

아파트브랜드 ‘빌리브‘를 보유 중인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이 그룹 핵심계열사 이마트의 신용등급 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 신세계건설
아파트브랜드 ‘빌리브‘를 보유 중인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이 그룹 핵심계열사 이마트의 신용등급 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 신세계건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공사비 인상, 고금리 기조, PF발 자금 경색 등의 여파로 건설업계 악재가 가득한 상황에서 일부 건설사의 부진한 실적이 그룹 내 핵심계열사의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 신세계건설과 SGC이테크건설의 실적 부진 및 PF우발채무 여파로 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이마트와 SGC에너지의 신용등급이 신용평가기관에 의해 각각 하향 조정됐다.

업계는 내년부터 이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부터 부동산·건설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문기관의 전망이 나온데다 그간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대대적인 규제완화‧지원 등에 나섰던 정부가 돌연 선별지원 등 ‘옥석 가리기’에 나서겠다고 시사했기 때문이다.

◇ ‘신세계건설 실적 부진’ 그룹 핵심계열사 이마트 수익 제약

지난 19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은 신세계그룹 핵심계열사 이마트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등급조정 전망 사유 가운데 하나로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이 (이마트의) 수익성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세계건설은 원자재가격 급등, 인건비‧물류비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증가, 분양률 저조 사업장의 대손상각비 인식 등으로 지난해 영업손실 120억원이 발생했다. 올해 역시 늘어난 공사비 부담, 463억원의 대손상각비 인식 등으로 3분기 누적기준 영업손실 903억원을 기록하면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영향으로 올 3분기 누적기준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1,229억원에 비해 900억원 가량 급감한 386억원에 그쳤다. 

최한승 한기평 실장은 “높은 원가부담, 분양경기의 높은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중단기 건설사업의 수익성 부진이 전망되며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의 추가 대손인식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부문(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영업적자로 올 한해 전사 수익성은 저조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다만 내년에도 건설부문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겠으나 유통부문의 비용효율화로 수익성이 점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신세계건설에는 PF우발채무 증가 미분양 위험성 등 잠재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공사비 소요 등으로 작년말 482억원 수준이었던 순차입금이 올해 9월말 기준 2,374억원까지 불어난데다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른 채무인수 및 브릿지 보증 제공 등으로 PF우발채무가 1,000억원(올 9월말 기준)까지 급증했다.

여기에 회사가 대구에서 신규분양한 빌리브 헤리티지, 빌리브 루센트, 빌리브 라디체 등 주요 사업장 3곳의 평균 분양률이 20%대를 기록하면서 미분양 위험성도 커진 상태다.

SGC에너지가 SGC이테크건설의 PF우발채무에 대한 재무 지원으로 인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 SGC이테크건설
SGC에너지가 SGC이테크건설의 PF우발채무에 대한 재무 지원으로 인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 SGC이테크건설

◇ SGC이테크건설의 PF우발채무, SGC에너지 재무요인에 부담

지난 18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은 SGC그룹 핵심계열사 SGC에너지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A2+’에서 ‘A2’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SGC에너지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는 건설 계열사인 SGC이테크건설의 PF우발채무로 인한 재무적 지원 부담 지속, PF우발채무 해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점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작년 하반기 부동산 경기 침체 및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 내 자금 경색이 발생하면서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한 PF 차입금의 정상적인 차환에 차질이 발생하자 SGC이테크건설은 당시 만기가 도래한 일부 PF 관련 채무를 자체적으로 인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SGC이테크건설이 책임준공의무(미이행시 조건부 채무인수)를 제공한 일부 물류센터 현장 등 상당수 사업장에서 준공이 지연되자 SGC이테크건설과 SGC에너지는 PF 차입금에 대한 자금보충을 제공했고 이로 인해 우발채무 부담이 현실화됐다.

이같은 여파로 SGC에너지는 올해 9월말 별도기준 4,060억원의 책임준공약정 외에도 대여금 200억원, 차입금 자금보충 810억원을 제공하는 등 SGC이테크 건설에 대한 재무적 지원을 이어나갔다.

결국 SGC에너지의 SGC이테크건설 시공 현장 관련 PF 차입금에 대한 자금보충약정은 2021년까지 전무했으나 작년말 695억원, 올해 9월말 4,063억원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SGC이테크건설 지원으로 발생한 PF우발채무를 해소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홍석준 한신평 실장은 “PF우발채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물류센터의 경우 산업 내 공급과잉에 따른 수급부담으로 주요 현장들의 임대차 계약체결, 담보대출, 매각 등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공사가 진행 중인 분양형 건축사업장(수원 주상복합, 청라 오피스텔 등) 역시 저조한 분양실적으로 PF 차입금의 상환부담이 SGC에너지로 전이될 위험성(risk)이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SGC이테크건설의 △약화된 사업 및 재무적 대응력 △주요 PF 사업장의 비우호적인 외부여건 △저조한 분양률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SGC에너지의 과중한 재무적 지원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대여금, 우발채무 규모 등 계열 관련 지원 부담 수준과 해소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SGC이테크건설은 올 3분기 누적기준 매출 1조4,68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000억원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올 3분기 누적기준 영업손실 3억7,400여만원, 당기손실 26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좀처럼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3분기 누적기준 회사의 부채비율은 297%로 작년말 295.2%보다 1.8%p(퍼센트포인트) 증가했다. 

한편 SGC이테크건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 11월초 SPC(특수목적법인)인 SGC멀티파워제삼차를 통해 300억원 규모의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발행했다. 이보다 앞선 작년 11월말 SGC이테크건설은 SGC에너지로부터 800억원을 차입한 뒤 올해 2월 200억원을 상환하고 나머지 600억원에 대해선 만기를 연장했다. 회사는 이후에도 조금씩 일부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남은 금액의 만기일을 연장해왔다.

SGC이테크건설의 올 3분기 누적기준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 및 사채는 1,372억원이다. 이에 반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154억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업계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SGC이테크건설이 내년에도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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