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코스닥 상장사 누리플렉스는 지난해 12월 29일 ‘투자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 공시를 통해 대표이사의 구속기소 사실을 알렸습니다. / 누리플렉스
코스닥 상장사 누리플렉스는 지난해 12월 29일 ‘투자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 공시를 통해 대표이사의 구속기소 사실을 알렸습니다. / 누리플렉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에너지 IoT플랫폼 전문기업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누리플렉스는 지난해 마지막 공시 가능일이었던 12월 29일 ‘투자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을 공시했습니다. 또한 이에 앞선 12월 28일 주가 급락에 따른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본부의 조회공시 요구를 받고 12월 29일 이에 대한 답변을 공시하기도 했죠. 이를 두고 ‘늑장 공시’이자 ‘올빼미 공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올빼미 공시’란 무엇일까요?

가장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시는 사안에 따라 ‘호재’ 또는 ‘악재’로 나뉘기도 합니다. 좋은 실적이나 계약 등은 기업에 대한 평가와 이를 반영하는 주가에 긍정적인 ‘호재’인 반면, 실적 악화나 각종 송사 및 제재 등은 ‘악재’로 작용하죠.

이 중 악재성 내용을 교묘한 시기에 공시하는 것을 ‘올빼미 공시’라 합니다. 여기서 교묘한 시기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을 수 있고 그 파장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적을 수 있는 연휴 직전이나 장마감 이후 등을 의미하고요.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연말을 앞두고 올빼미 공시 주의보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악재성 공시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8일 장 종료 이후 또는 폐장일인 12월 29일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투자자들에겐 꼼꼼한 확인을, 기업들에겐 불필요한 오해 방지를 요구하는 한편 엄정 대응을 예고했죠. 한국거래소의 경우 올빼미 공시에 해당하는 공시를 새해 첫날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재공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그런데 논란에 휩싸인 누리플렉스의 공시는 바로 이 시기에 이뤄졌습니다. 다만, 해당 공시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뤄진 만큼 의도적인 올빼미 공시로 보기 애매한 측면도 있는데요. 누리플렉스는 2023년의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8일에 주가가 장중 한때 하한가까지 떨어지더니 결국 전일 대비 28.42% 하락해 한 해를 마감했습니다. 그러자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12월 29일 조회공시 요구 답변과 함께 문제의 ‘투자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이 공시된 겁니다.

그렇다면, 누리플렉스는 어떤 악재성 내용을 공시했을까요?

김영덕 대표가 구속기소됐다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12월 27일 한 매체의 보도로 김영덕 대표가 구속기소되고 누리플렉스 고위 경영진 등 6명이 불구속기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튿날인 12월 28일 누리플렉스 주가가 급락하자 뒤늦게 해당 사안을 공시로 밝힌 겁니다.

심지어 김영덕 대표가 구속기소된 시점은 4개월 전인 8월 29일이었으며, 지난해 12월 21일 보석으로 출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혐의 또한 개인적인 영역이 아니라 누리플렉스의 사업 및 경영과 밀접합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및 보조금법 위반 혐의인데, 구체적으로는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 사업 과정에서 허위 감정서를 만들어 541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편취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즉, 사업과정에서 국가를 상대로 사기를 친 셈입니다. 이는 누리플렉스의 사업 측면에서도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엄중한 제재를 받을 수도 있고, 향후 해당 사업이 중단되는 등 차질을 빚을 수도 있죠. 누리플렉스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1,247억원이고, 2021년엔 855억원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혐의 금액 규모도 상당합니다.

누리플렉스는 이처럼 중요한 사안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가 언론보도로 알려져 주가가 급락하고,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뒤에야 공시한 건데요. 이에 따른 제재 여부나 절차는 관계당국에서 판단하겠습니다만, 적어도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의도적인 올빼미 공시는 아니었다하더라도 애초에 상장사로서 성실 공시 의무를 외면한 늑장 공시란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는 모습이죠. 나아가 이미 김영덕 대표 등 고위 경영진이 기소된 가운데 재판 결과에 따라 윤리경영 측면에서 더욱 큰 타격을 입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누리플렉스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1229900415
2023. 12. 29.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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