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초록뱀미디어는 지난 5일 ‘기타 경영사항’을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 변경 추진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는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원영식 전 회장의 지배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뉴시스
초록뱀미디어는 지난 5일 ‘기타 경영사항’을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 변경 추진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는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원영식 전 회장의 지배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방송 콘텐츠 제작과 매니지먼트 사업을 중심으로 방송 채널, 화학, 외식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 중인 코스닥 상장사 초록뱀미디어는 지난 5일 ‘기타 경영사항’을 공시했습니다. 이는 자율공시에 해당하는데요. 코스닥시장 공시규정 제26조는 ‘코스닥시장상장법인은 제6조 규정에 의한 주요경영사항 이외에 회사의 경영·재산 및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세칙에서 정하는 사항의 발생 또는 결정이 있는 때에는 그 내용을 사유발생일 다음날까지 거래소에 신고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항은 코스닥시장 공시규정 시행세칙 제3장을 통해 세세하게 규정돼있죠.

이번 공시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일까요?

초록뱀미디어는 이번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 변경을 추진을 공식화했습니다.

현재 초록뱀미디어의 최대주주는 씨티프라퍼티(옛 초록뱀컴퍼니)로, 39.33%의 지분을 보유 중입니다. 씨티프라퍼티는 이 같은 보유 지분과 경영권을 모두 매각합니다. 이를 위해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했으며, 매각방식은 제한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지분 매각 예정 기간은 향후 1년 이내입니다.

한편, 초록뱀컴퍼니와 마찬가지로 코스닥 상장사인 씨티프라퍼티 역시 이러한 내용을 5일 ‘수시의무 관련사항’ 공시를 통해 밝혔습니다.

초록뱀미디어가 최대주주 변경을 추진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초록뱀미디어는 이번 공시에서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와 관련해 당사의 지배구조 개선,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주주 변경을 추진한다”고 그 배경을 밝혔습니다.

그렇습니다. 초록뱀미디어는 현재 절체절명의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지난 7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즉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관련 절차에 돌입했는데요. 이후 실질심사 대상여부 조사기간이 연장된 끝에 8월 말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결과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데 이어 지난달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도 상장폐지가 결정됐죠.

이로써 초록뱀컴퍼니는 상장사로서 자격을 유지하는데 있어 벼랑 끝에 서게 됐습니다. 이제 상장폐지까지 남은 절차는 이의신청뿐입니다. 초록뱀미디어 측은 이의신청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이고요.

그렇다면, 초록뱀미디어의 상장폐지 사유 발생 이유는 무엇이고

최대주주 변경 추진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초록뱀미디어는 ‘올인’부터 ‘주몽’, ‘추노’, ‘거침없이 하이킥 시리즈’, ‘펜트하우스 시리즈’ 그리고 ‘나의 아저씨’와 ‘나의해방일지’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꾸준히 성공가도를 달려왔습니다. 또한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지난해에는 연간 매출액 규모가 2,000억원에 육박하기도 했죠.

그런 초록뱀미디어가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한 이유는 다름 아닌 원영식 전 회장의 배임 혐의 때문입니다. 원영식 전 회장은 ‘빗썸 실소유주 의혹’의 주인공이자 주가조작 등 여러 혐의로 파문을 일으키며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강종현 씨의 ‘돈줄’로 알려지는 등 불미스런 사건에 얽혔습니다. 결국 지난 6월 구속돼 7월에 기소됐죠. 그런데 원영식 회장의 혐의 중엔 전환사채와 관련해 초록뱀미디어에 손해를 끼진 배임도 포함됐고, 그렇게 초록뱀미디어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이에 초록뱀그룹은 지난 7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대주주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며, 이에 따라 원영식 전 회장은 그룹 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선언’에 불과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여전히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실질적인 최대주주는 원영식 전 회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발표된 초록뱀미디어의 최대주주 변경 추진은 원영식 전 회장과 완전하게 ‘헤어질 결심’을 의미합니다. 사태의 원인제공자인 원영식 전 회장의 지배로부터 확실하게 벗어남으로써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죠.

이제 관건은 이 같은 결단이 초록뱀미디어의 상장폐지 여부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입니다.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매각 절차에 돌입한 초록뱀미디어가 어떤 앞날을 맞게 될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초록뱀미디어 ‘기타 경영사항’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1205900364
2023. 12. 05.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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