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25일 코스닥상장사 제일바이오에 대해 ‘기타 시장안내’를 공시하고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알렸습니다. / 제일바이오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25일 코스닥상장사 제일바이오에 대해 ‘기타 시장안내’를 공시하고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알렸습니다. / 제일바이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25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코스닥상장사인 제일바이오와 관련해 ‘기타 시장안내’를 공시했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앞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던 제일바이오에 대한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결과입니다. 이에 따르면, 기업심사위원회는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일바이오는 왜 상장폐지 요건이 발생했을까요?

제일바이오에서 처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 것은 지난 7월 20일입니다. 이어 지난 8월 10일에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이유는 모두 당시 기준으로 전직 임원이었던 이들의 배임혐의 발생입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해야하는 사유들을 명시한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56조엔 ‘상당한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가 공시 등을 통해 확인되는 경우’도 포함돼있죠.

지난 6월 7일을 시작으로 8월 10일까지 제일바이오는 총 5차례에 걸쳐 ‘횡령·배임혐의 발생’을 공시했습니다. 배임 혐의 금액은 총 80억원이 넘습니다.

제일바이오가 배임 혐의 발생을 연이어 공시한 배경엔 창업주 일가의 ‘골육상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불과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부모자식 간 지분 증여가 이뤄졌던 제일바이오는 4월 들어 돌연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처음 회사에 합류해 사내이사로 선임됐던 심윤정 전 대표가 부친인 창업주 심광경 회장과 모친, 동생 심의정 이사 등과 대립각을 형성했죠.

이들의 분쟁은 그야말로 ‘진흙탕’ 양상을 띠었습니다. 서로를 번갈아 해임하는가 하면, 임시주주총회 개최 여부를 두고도 치열한 공방전과 법적 조치가 이어졌죠. 배임 혐의가 무더기로 드러난 것도 이 과정에서입니다. 부친을 해임하고 대표 자리에 앉았던 심윤정 전 대표가 앞서 회사를 이끌어왔던 부친과 동생의 과거 배임 혐의를 발견했다며 고소한 겁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회사 경영권은 다시 심광경 회장에게 넘어간 상태입니다. 지난 8월 개최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심윤정 전 대표는 사내이사에서 해임됐고, 심의정 이사가 다시 이사진에 합류했습니다. 이후 심광경 회장도 다시 대표 자리를 되찾았고요.

하지만 이번에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들의 골육상쟁은 제일바이오를 파국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진 모습입니다.

제일바이오는 향후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될까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게 되면, 우선 코스닥시장본부는 정해진 기한 내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여기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될 경우, 다시 일정 기한 내에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상장폐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하게 되죠. 제일바이오는 현재 이 단계까지 온 상태입니다.

이제 남은 건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최종 결정입니다. 코스닥시장위원회 역시 상장폐지나 개선기간 부여 중에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요. 여기서 개선기간 부여 결정이 내려질 경우 제일바이오는 당장 급한 불을 끄고 일말의 시간을 벌 수 있게 됩니다. 반면 또 다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질 경우 곧장 상장사로서의 지위를 내려놓는 절차에 돌입하게 되죠. 그야말로 벼랑 끝에 놓인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일바이오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게 될 코스닥시장위원회는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이후 영업일 기준 20일 이내에 열립니다. 오는 11월 22일 전에는 제일바이오의 운명이 결정되는 겁니다. 제일바이오를 덮친 골육상쟁의 비극이 상장폐지라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코스닥시장본부, 제일바이오 관련 ‘기타 시장안내’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1025900655
2023. 10. 25.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56조
https://law.krx.co.kr:/las/RefJoView.jsp?lawid=000020&pubno=0000020880&pubdt=20221207&hanchk=N&refjono=56_0
2023. 10. 26. 현재 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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