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역대 최대 실적 2021년, 랭글러 3,127대 판매
가격 인상→소비자 외면→판매 부진→할인 프로모션 ‘악순환’
부분변경 거친 랭글러, 또 가격 인상… 스포츠S·사하라 트림은 눈길
“원가·환율 감안해 가격책정”… 들쭉날쭉한 프로모션 ‘지양’ 약속

지프가 2024년 1월초부터 신차 더 뉴 랭글러를 출시하며 반등을 예고했다. 사진은 더 뉴 랭글러 루비콘 4도어. / 스텔란티스 코리아

시사위크|송파=제갈민 기자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3일 오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지프 코오롱제이모빌리티 송파전시장(지프 송파전시장)에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거친 ‘더 뉴 랭글러’ 출시 행사를 개최했다. 지프는 연초부터 신차를 출시하면서 실적 회복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랭글러는 지프의 최고 인기모델이라는 점에서 신형 모델 출시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다만 또 한 번 가격 인상을 해 출시 첫날부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내 소비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지프가 이를 잘 해결하고 브랜드의 부활과 부흥기를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프는 2021년 한국 시장에서 역대 최대 판매실적을 기록한 후 2년간 내리막을 달리고 있다. 2021년 지프의 판매 실적은 1만449대를 달성하며 2019년 이후 1만대 클럽에 재입성을 알렸다. 2021년 당시 지프의 실적을 견인한 모델은 랭글러로, 총 3,127대가 판매됐다. 브랜드 내에서 랭글러의 점유율은 29.9%에 달했다.

그러나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지프는 2022년 들어 랭글러를 비롯해 대부분 모델의 한국 판매가격을 인상하고 나섰다.

2022년 연초 지프는 2022년식 랭글러의 국내 판매 가격을 트림에 따라 350만∼500만원 인상했으며, 동년 8월에도 랭글러 가격을 일제히 330만원 인상했다. 또 2022년 연말쯤 2023년식으로 연식변경을 거치면서 랭글러의 가격을 인상했다. 이로 인해 2023년 연초 랭글러 루비콘 4도어 모델 기준 가격은 8,110만원,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 모델은 8,460만원까지 치솟았다.

2021년 국내에 판매한 지프 랭글러 80주년 기념 에디션 루비콘 트림 가격이 △4도어 6,190만원 △4도어 파워탑 6,54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단 2년 사이에 약 1,920만원이 인상된 셈이다. 이 외에도 그랜드 체로키, 글래디에이터, 레니게이드 등 다수의 모델 판매 가격도 따라서 올랐다.

지프가 차량 판매가를 인상한 이유는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증가, 원·달러 환율 상승분 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지프 측에서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다만 연이은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의 관심은 멀어졌고 이는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결국 지프는 2022년 7,166대 판매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판매가 31.4% 감소했다. 동기간 랭글러 판매 실적은 2,005대로 전년 대비 1,000대 이상 줄어들었다.

지프 랭글러 사하라 4도어 하드탑 모델은 랭글러 루비콘 모델 대비 휠 사이즈가 1인치 더 큰 18인치 휠이 장착되며, 전후면 펜더가 차체와 동일하게 유광 소재로 적용된 점이 특징이다.  / 송파=제갈민 기자

이에 지프는 지난해 5월말쯤부터 한국에서 판매하는 주요 모델 가격을 평균 8.6% 하향 조정했다. 가격 조정으로 지프 랭글러 루비콘 가격은 △4도어 7,390만원 △4도어 파워탑 7,750만원 등으로 낮아졌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발길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지프는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추진하고 나섰다.

다만 이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신이 커지는 요인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매월 달라지는 할인율로 인해 ‘오늘 구매한 가격보다 다음달 판매 가격이 더 저렴할 수도 있다’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11월말까지 랭글러는 1,295대 판매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판매분을 포함하더라도 1,500대를 넘기란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 지프는 2024년 연초부터 부분변경을 거친 더 뉴 랭글러를 출시하면서 반등의 기틀을 다지는 모습이다. 다만 상품성을 개선하면서 국내 판매 가격이 또 인상된 점은 가격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더 뉴 랭글러의 국내 판매 가격은 루비콘 4도어 하드탑·파워탑 모델이 구형 대비 640만∼650만원 인상돼 각각 8,040만원, 8,390만원으로 책정됐다. 다시 한 번 랭글러 루비콘 가격이 8,000만원을 넘어섰다.

그나마 합리적이고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위해 랭글러 스포츠S와 랭글러 사하라 트림을 함께 투입한 점은 눈길을 끄는 요소다. 랭글러 스포츠S는 6,970만원이며, 랭글러 사하라 4도어 하드탑·파워탑 모델은 각각 7,890만원, 8,240만원으로 책정됐다. 할인 프로모션을 적용할 시 6,500만원 내외 수준부터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오전 열린 더 뉴 랭글러 출시 행사에서도 가격 인상과 관련한 질의가 이어졌다. 이에 제이크 아우만 스텔란티스 코리아 사장은 “물론 차량 가격을 책정할 때는 제조·생산 비용과 환율을 모두 반영해야 하며, 신형 랭글러는 이러한 요소를 감안한 것”이라며 “지난 모델보다 가격이 인상됐다고 보일 수 있지만, 직접 주행을 통해 변화를 직접 느껴보면 이 가격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로모션은 한국 시장이 가장 심화된 곳”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이번 달보다 다음 달이 더 저렴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지 않도록 일관성 있는 가격으로 고객의 신뢰를 쌓아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이크 아우만 스텔란티스 코리아 사장은 올해 일관성 있는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송파=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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